가다가 아니가면 아니간만 못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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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아니가면 아니간만 못한가?
  • 2019.07.31 14:00
불안 심리는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과도한 불안 역시 문제다. 실패 가능성에 너무 민감한 사람은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패가능성에 대한 과도한 우려

필자는 “가다가 아니 가면 아니 간만 못하다”는 우리 속담을 싫어한다.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려는 의도에서 생긴 말로 어린 아이들에게 끈기를 강조할 때는 유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적인 문제를 상담하고 연구해 오면서 이 속담을 너무 의식하는 사람들이 인생을 힘들게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패 가능성에 대해 과도하게 민감한 사람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어떤 일을 하다가 그만두면 그 일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도 나쁘다는 인식은 새로운 일을 시작도 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도 막상 시도는 하지 못한다. 능력이 있어도 이런 식이라면 인생에서 성공할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이 습관화되면 자신감을 더 잃게 되어 결국 평생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실제로 좋은 학력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 그것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서도 실패 가능성에 민감하여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열등감과 패배감에 빠져 우울해 하는 사람들을 나는 많이 만나왔다. 성서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주인으로부터 한 달란트(화폐단위)를 받아 그 돈을 땅에 묻어 놓고 활용하지 않은 미련한 종으로 비유하며 비판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의 주인공만큼 고통속에 번민하면서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인물도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은 1922년 햄릿을 연기했던 존 배리무어John Barrymore, 1882~1942의 모습이다. 많은 배우들이 햄릿을 연기했지만 그만큼 강렬하면서도 불안에 찬 눈빛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행하지 못하는 사람들

계획을 하고도 그것을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사실 조심하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다. 불안에도 중요한 순기능이 있다. 위험한 것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기능이다. 만약 불안이라는 정서가 없다면 우리는 며칠 안에 사망할지 모른다. 고통이 심하면 우리 몸에서 모르핀엔도르핀, Endorphin이 분비되듯이 항불안제를 과량 투입하면 우리 몸에서 엔도제핀Endozepine이라는 물질이 분비되어 최소한의 불안 수준은 유지하게 한다Granot et al., 2004. 불안이 생명유지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그렇다.

불안하지 않다는 것은 겁이 없는 것이고, 겁이 없으면 용감해진다. 이러한 상태는 사람들로 하여금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함으로써 좋을 것 같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하는 뇌의 부위인 편도체amygdala를 손상시킨 대장 원숭이가 몇 주일 안에 최하위 계급으로 추락한다는 것은 오래 전에 실험으로 증명되었다Rosvold, Mirsky, & Pribram, 1954. 불안은 과도한 행동에 브레이크를 거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는 필요 이상으로 행동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 개인의 발전을 막고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심리학의 연구에 따르면 계획된 행동을 실제로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바라는 것을 성취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 생기는 희망과 기쁨 같은 긍정적 정서를 유발하는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에 처벌과 위험 단서에 민감하여 행동을 하지 않게 하는 시스템이 너무 과도하게 작용해서 그렇다고 설명한다.

도파민 vs. 세로토닌

일찍이 심리학자 아이젱크는 인간의 뇌의 망상체가 행동의 활성화와 안정화를 조절하는데, 개인마다 그 체계의 조절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인간의 성격이 다르다고 보았다Eysenck, 1967. 그리고 현 시대의 심리학자들은 이를 행동활성화체계Behavioral Activation System(이하 'BAS')와 행동억제체계Behavioral Inhibition System (이하 'BIS')로 표현한다Carver & White, 1994.

심리학자 그레이는 BAS는 행동을 하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상관이 있고 BIS는 정서를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상관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Gray, 1990. BAS가 강한 사람들은 어떤 것의 재미를 더 먼저 생각하고 보상에 더 민감하다. 그래서 어떤 것이 힘들고 귀찮으며 위험성이 있어도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BIS가 강한 사람들은 어떤 것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것들이나 그것을 했을 때의 피해를 더 신경 쓰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그 행동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람들은 어떤 것에 투자하여 손해를 볼 가능성이 적고 위험에도 덜 노출된다. 하지만 세상을 살면서 얻는 것은 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BAS와 BIS의 균형을 적절히 유지해야 세상에서 제대로 역할도 하고 성공도 할 수 있다. 

간만큼 이익이다

앞서 불안, 즉 BIS의 순기능을 설명하기도 하였지만,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목표를 향해 행동화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될 때가 많다. 따라서 걱정이 많아 어떤 행동을 시도도 하지 못한다면 얻는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주위사람들로부터 능력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필자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다가 아니 가면 간만큼 이익’이라는 신조를 가지고 살았으면 한다. 어떤 일을 하다가 실패하여 그것을 계속하지 못한다고 해도, 실패하기 전까지 얻은 것들도 있을 뿐 아니라 실패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주는 이득도 있다. 너무 준비 없이 성급히 시도하여 습관적으로 포기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마저도 모든 것을 너무 완벽하게 준비한 후 시작하려고 하여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mind

    <참고문헌>

  • Carver, C. S., & White, T. L. (1994). Behavioral inhibition, behavioral activation, and affective responses to impending reward and punishment: The BIS/BAS scal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7, 319-333. 
  • Eysenck, H. J. (1967). The biological basis of personality. Springfield, IL: Charles Thomas.
  • Granot, R., Berkovic, S. F., Patterson, S., Hopwood, M., Drummer, O. H., & Mackenzie, R. (2004). Endozepine stupor: Disease or deception? A critical review. Sleep, 27(8), 1597-1599.
  • Gray, J. A. (1990). Brain systems that mediate both emotion and cognition. Cognition and Emotion, 4, 269-288.
  • Rosvold, H. E., Mirsky, A. F., & Pribram, K. H. (1954). Influence of amygdalectomy on social behavior in monkeys. Journal of Comparative and Physiological Psychology, 47(3), 173-178.
서경현 삼육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상담심리 Ph.D.
현재 삼육대 상담심리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건강심리학회장을 역임한 글쓴이는 데이트 폭력 외에도 건강심리나 중독심리를 연구하고 긍정심리를 주제로 강연하며 주위사람들이 앞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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