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의 미소
상태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나리자의 미소
  • 2019.08.01 12:15
지각 심리학자들을 설레게 하는 작품 모나리자. 이런 모나리자에 관한 착시도 흥미롭지만, 모나리자는 그림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모나리자는 비밀이 많이 담긴 신비로운 작품이다. 다 빈치가 그렸다는 것 이외에는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예를 들면, 모나리자의 눈썹을 이야기 해보자. 모두 다 알겠지만, 모나리자는 눈썹이 없다. 과거에 미인이라고 불렸던 얼굴들과 현대 미인상이 많이 달라지긴 하였으나, 눈썹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인상과 매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여러분이 화가라면 눈썹을 이렇게 과감하게 그리지 않을 수 있을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 1452~1519. '모나리자', 1503, 포플러에 오일, 77 x 53cm,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눈썹이 없는 이유

다 빈치가 모나리자의 눈썹을 왜 그리지 않았는가에 대해서 많은 가설들이 있다. 첫 번째는 사회문화적인 접근이다. 당시 미인의 기준이 넓은 이마였기 때문에  많은 귀부인들이 눈썹을 뽑아서 이마가 넓어 보이게 하는 화장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따라서 모나리자의 모델(실제 그 모델이 누구인지 확실하지 않지만)도 이 화장법을 사용하여 실제로 눈썹이 없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그렸을 뿐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가설은 미완성 작품이라 없다는 것이다. 다 빈치의 경우 그림의 입체감을 위해서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그 과정에서 눈썹은 가장 마지막에 칠해지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모나리자가 실제로는 다 빈치가 완성하지 못한 채 끝난 작품이기 때문에 눈썹이 없다는 것이다. 모나리자의 작품에 다 빈치의 서명이 없는 이유도 모나리자가 미완성인 채로 세상에 나왔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고 말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눈썹을 그리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렸지만 보존과정에서 떨어졌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눈썹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제일 마지막에 그려져서 공기와 가장 많이 맞닿기 때문에, 그림을 보존하는 과정에서 떨어져나가 눈썹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초창기 그림에는 눈썹이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눈썹이 없는 모나리자가 익숙한 우리에게는 믿기지 않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림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그림이 변질되어 원작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는 많다. 대표적으로 바로크 시대의 유명 화가인 렘브란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야경’의 배경은 실제로는 낮이지만, 그림의 보존을 위해 바른 유약의 색이 바래지면서 전반적으로 그림이 어두워졌다. 그 결과 후대의 사람들은 이 그림을 저녁 장면으로 오해하여 ‘야경’이라는 잘못된 이름을 붙여 주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모나리자의 눈썹이 원래 존재했다는 가설이 그렇게 허황된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이렇듯 모나리자의 눈썹도 신비하긴 하지만, 모나리자가 가진 가장 신비로운 부분은 역시 ‘미소’이다. 오늘은 모나리자의 미소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 한다.

웃는 듯, 웃지 않는 그녀의 미소

모나리자의 미소. 웃는 듯 웃지 않는 웃고 있는 미소라고나 할까? 웃고 있는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웃고 있지 않은 그 절묘한 미소 때문에 모나리자가 신비롭다는 평을 듣는 것 같다. 지난 번 알아보았던 모나리자의 시선에 이어 모나리자의 미소도 많은 호사가들의 관심 거리였다. 혹자들은 모나리자가 이빨을 드러내지 않고 미소를 짓고 있는 이유를 그 당시 시대상과 연관 지어 이야기하기도 한다. 당시에는 위생 관념의 부재와 적절한 치과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다들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았다. 따라서 귀족들은 웃을 때 이빨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입을 다물고 미소를 짓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모나리자의 알 수 없는 미소도 다 빈치의 치밀한 계산이라기보다는 단순히 그 때 그 모델이 그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당시 그려진 수많은 초상화 속 모델들이 입을 다물고 웃고 있었지만 모나리자 같이 신비롭게 보이진 않는다. 최근에 등장한 가설은 모나리자의 입술이 비대칭인데, 오른쪽 입 꼬리는 웃고 있는 것 같지만, 왼쪽 입 꼬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웃는 듯 웃지 않는 미소가 나온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 1452~1519. '모나리자'Mona Lisa, 1503, 포플러에 오일, 77 x 5 3cm,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 1452~1519. '모나리자'(얼굴 부분), 1503, 포플러에 오일, 77 x 53cm,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스푸마토 기법의 비밀

미술계에서는 이 신비로운 모나리자의 미소가 ‘스푸마토sfumato’라고 하는 다 빈치의 회화 기법 때문에 가능하다고 이야기 한다. 스푸마토란 ‘연기와 같은’, ‘흐릿한’, ‘자욱한’의 뜻을 가진 이탈리어 말인데, 이 기법은 색을 미묘하게 변화시켜서 색 사이의 윤곽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 일종의 명암법을 말한다. 스푸마토 기법을 사용하면 대상과 대상의 윤곽선이 명확하지 않아서, 안개 낀 공원에서 사람을 보는 것 같은 효과가 나게 되는데, 모나리자에서는 눈꼬리와 입가를 스푸마토 기법으로 처리하여 표정이 모호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각 심리학자들은 우리 눈의 구조 때문에 이 미소가 신비하게 느껴진다는 새로운 주장을 더했다. 모나리자의 입은 정확하게 쳐다보면 웃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흘겨보면 웃는 것처럼 보여서 신비롭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무슨 소리일까? 함께 모나리자의 얼굴을 보자. 우선 모나리자의 입술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웃는 것처럼 보이는가? 입 꼬리가 약간 올라간 것처럼 보이지만, 웃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이번에는 눈 부위에 초점을 두고 보면서 흘낏흘낏 입술을 보자. 어떤가? 아까 입술만을 응시했을 때보다 입 꼬리 부분이 더 많이 올라가서,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본다는 것의 실체

왜 이렇게 보일까? 그것은 우리의 시각 구조와 관련이 있다. 우리의 시야visual field는 크게 중심와fovea와 주변시peripheral vision 두 부위로 나눠진다. 중심와는 내가 지금 초점을 두어 보고 있는 부위인데, 이 부위가 생각보다 아주 작은 부위이다. 시각도visual angle라는 개념으로 1~2°에 해당하는데, 알기 쉽게 말하면 여러분의 팔을 쭉 뻗어서 엄지손가락 두 개를 나란히 편, 그 정도 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중심와를 제외한 다른 부위는 모두 주변시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럼 이 중심와와 주변시가 어떻게 다를까?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막대세포, 원뿔세포와 같은 생물학적 이야기를 계속 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설명하려고 한다. 매우 정교하고 선명한 중심와의 세상과는 다르게 주변시의 세상은 흐릿하다. 지금 화면으로 확인해보자. 지금 여러분이 읽고 있는 단어는 매우 선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초점을 왼 쪽, 혹은 오른 쪽으로 아주 조금만 돌려보자. 여전히 그 단어가 보이는가?

우리는 지금 매우 생생한 시각 경험을 한다. 우리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다 자세하게 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시각 기제는 단지 이 중심와 영역에서만 섬세하고 정교한 시각 경험을 허락한다. 그 외의 부분은 포토샵에서 블러 처리를 한 것처럼 희미하게 볼 수 있다. 그럼 우리가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진 장면을 생생하고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은 중심와가 매우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지만, 실제 우리의 초점은 항상 움직이고 있다. 빠르게 초점이 움직이는 것을 도약 안구 운동saccade이라고 하는데, 풍경을 볼 때나 독서를 할 때, 1초에 4~5회의 도약 안구 운동이 이루어진다.

이런 중심와와 주변시의 특성 차이는 매우 크다. 모나리자의 미소를 중심와 버전과 주변시 버전을 적용해서 바꿔보면 아래 그림과 같게 된다. 이 그림은 모나리자의 왼 쪽 눈에 초점을 둔 경우이다. 눈 부위는 중심와 영역에 포함되어 선명하고 명확하게 보이고, 그 외의 부위는 주변시 영역에 포함되어서 흐릿하게 보인다. 이 때 입 주변을 한 번 보면, 더 많이 미소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모나리자의 눈을 보고 있었을 때, 우리의 시각 경험. 눈 부위를 제외하면 다 흐릿하게 보인다. 반면 입 꼬리는 더 올라가 웃고 있는 듯이 보인다.
모나리자의 눈을 보고 있었을 때, 우리의 시각 경험. 눈 부위를 제외하면 다 흐릿하게 보인다. 반면 입 꼬리는 더 올라가 웃고 있는 듯이 보인다.

드가와 이상원

중심와와 주변시의 시각 특성은 미술에서는 심심치 않게 응용되어 왔던 방식이긴 하다. 몇 몇 그림에서는 그림의 일부만을 중심와에서처럼 생생하고 정교하게 그리는 반면, 그 이외의 부분은 주변시에서처럼 흐릿하게 처리를 하여 관찰자의 시선을 규정해 주면서 작가가 보는 시선 그대로를 전달하기도 한다. 아래 그림은 드가의 ‘다림질 하는 여인’ 중의 한 작품이다. 여인의 얼굴을 제외한 다른 부위는 흐릿하게 그려진 반면, 얼굴 부위는 매우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미완성이라는 주장이 강하긴 하지만, 우리는 이 그림을 볼 때, 이 작가가 다림질 하는 여인의 얼굴에 시선을 두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레르 제르맹 에드가 드가 Hilaire Germain Edgar Degas, 1834-1917.다림질하는 여인 Die Büglerinnen, 1869, 캔버스에 오일, 92.5×74cm, 뮌헨, 노이에피나코테크 소장.
일레르 제르맹 에드가 드가Hilaire Germain Edgar Degas, 1834-1917. '다림질하는 여인', 1869, 캔버스에 오일, 92.5×74cm, 뮌헨 노이에피나코테크 소장.

아래 그림은 국내 화가인 이상원 화백의 ‘동해인’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도 얼굴과 손 부위는 거의 사진과 구분하기 힘들만큼 자세하게 그려져 있지만, 그 외의 부분은 정교하지 않고, 색상조차도 없다. 흥미로운 부분은 우리의 시각도 중심와 부분에서는 색채 정보를 처리하지만, 주변시 부분에서는 색채 정보보다는 움직임 정보를 중점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사실 중심와와 주변시의 시각 경험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알 수 없는 부분이지만, 움직이는 세상의 찰나를 하나의 화폭으로 담는 화가의 눈에는 그 세상이 보였을 지도 모른다.

이상원1935~.  ‘동해인’, 한지 위에 먹과 유채. 2003. 1990년대 초반에 제작하기 시작한 '동해인' 연작은 한국 민중의 험난한 삶과 불굴의 의지를 드러낸 작품이다.
이상원李相元1935~. ‘동해인’, 한지 위에 먹과 유채. 2003. 1990년대 초반에 제작하기 시작한 '동해인' 연작은 한국 민중의 험난한 삶과 불굴의 의지를 드러낸 작품이다.

시각심리학자를 위한 선물

지금까지도 ‘모나리자의 미소’에 매혹된 많은 연구가들은 그 미소를 분석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찌 보면 천재 화가의 예술적 감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예술 작품을 그대로 보지 않고 파헤치려 하는 것 같아, 감상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 빈치라는 천재가 우리에게 전해준 신비한 모나리자의 미소는 우리의 예술적 감수성의 세계에 전해진 선물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시각 기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수많은 시각 심리학자들의 세계에도 보내준 소중한 선물임은 틀림없다.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인지심리 Ph.D.
연세대 심리학과에서 학, 석사를 마치고, Yale University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이후 Boston University와 Brown University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거쳐 현재 한림대 심리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 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만화, 아이돌, 스포츠를 지각 심리학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평생 덕질을 하듯 연구하며 사는 것을 소망하는 심리학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