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소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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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소가 위험하다?
  • 2019.08.05 10:00
심리상담소가 넘쳐나고 있다. 전문성은 고사하고 자격여부도 확인하기 어렵다. 성범죄자가 상담센터를 개설한 경우도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좋은 상담사를 찾을 수 있을까? 임민경 박사의 친절한 충고가 값지다.

"안녕하세요, A 경찰서 사이버팀 OOO 경장이라고 합니다. 귀하께서 예전에 OOOO 심리상담센터 관련하여 글 남겨주신 것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사무실로 전화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19년 3월, 어느 날 갑자기 SNS로 이런 메시지와 공무원증 사본이 날아왔습니다. 이게 흔히들 말하는 보이스 피싱인가 싶어 무시할까 했지만, 공무원증을 같이 보낸 것을 보면 사기가 아닌 것 같기도 했고, 그냥 넘기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습니다. 남겨준 사무실 번호로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혹시 너도 A 경찰서 OOO 경장에게 연락 받았느냐고. 피싱 아니라고요. 

 그렇습니다. 저는 고소를 당했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약 2년 전 제가 SNS에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모 상담센터의 원장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게시물이었습니다. 경찰 조사 당시 문의한 결과, 고소인은 제가 이런 글을 작성함으로써 자신이 마치 '그런 사람'이 된 것처럼 느꼈으며(대체 그런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었고, 상담센터 영업에 중대한 방해가 된다 했다 합니다. 저 이외에도 8명이 명예훼손, 모욕, 업무 방해 등으로 고소를 당한 상태였으며, 그 중에서는 실제로 그 사람의 센터를 이용했다가 불쾌감을 느끼고 '가지 말라' 는 내용의 글을 작성했다가 고소를 당했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당시 문제가 되었던 SNS글의 대략적인 내용
당시 문제가 되었던 SNS글의 대략적인 내용

구체적으로 무엇에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느꼈고 업무에 어떻게 방해가 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저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쳤고 지난 6월 이 사건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작은 해프닝이 완결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사실, 빙산의 일각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가 내담자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제보가 있었으며, 그의 사건은 신문과 방송을 비롯한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그는 상담 전 상담자와 내담자가 신체접촉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한 뒤 신체접촉을 하기도 하고, 내담자에게 신체 노출을 강요하기도 했답니다. 내담자는 상대가 상담사이기도 하고, 그를 믿어야 치료가 될 것이라 생각했으며, 사전에 작성한 동의서도 있었기 때문에 오래도록 피해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제보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정리해보자면 상담과 관련한 학력이나 자격증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심리상담센터를 설립, 운영하였고, 내담자의 상담자에 대한 신뢰를 이용해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혐의가 있는데도 현재도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겁니다. 심지어 그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그 위험성을 제보한 사람들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고소에 대처하기 위해 다른 피의자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그는 이전에 상담센터 이용 후 불만족했다는 후기를 작성한 사람에게도 '고소하겠다' 며 글을 내리게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오늘도 그 상담사는 영업 중이며, 검색창에 그 상담센터 이름을 넣고 검색하면 센터를 칭찬하는 수백, 수천 개의 바이럴 게시물이 나타납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심리상담센터 개설, 신고제 

 오늘날 일이 이렇게 된 데는 무수히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심리상담 자격증과 상담센터 개설 자격과 관련된 내용일듯 합니다.

 우선, 현행법상 상담센터 개설은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입니다. 즉 대한민국 성인 누구라 해도 어느 날 갑자기 아! 심리상담센터를 오픈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리고 가게를 얻을 만 한 최소한의 경제력을 갖추고 있다면, 자격을 갖추지 않고도 상담센터를 오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범죄 경력이 있어도 상관없습니다!

2019년 6월 19일 KBS 추적 60분 '실태점검 심리상담소가 위험하다' 방영내용
2019년 7월 19일 KBS 추적 60분 '실태점검 심리상담소가 위험하다' 방영 화면 캡쳐.

이러한 내용은 2019년 7월 19일에 방영된 KBS 추적60분 '실태점검 심리상담소가 위험하다' 편 에서도 자세히 다루어졌는데, 성범죄를 저질러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도 상담사를 자처하며 영업을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 방송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언론에는 상담사나 정신과 의사의 성폭력과 관련된 보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지난 5월 아예 '상담실의 악마, 그루밍 성폭력' 이라는 주제로 상담실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의 실태에 대해 4개의 특집 기사를 싣기도 했습니다. 

한국일보 기획기사 페이지.
『한국일보』 기획기사(2019년 5월22일~24일) 페이지.

물론 한국상담심리학회, 한국임상심리학회, 한국상담학회 등 공신력 있는 학회에서는 상담자가 반드시 시켜야 할 '윤리규정'을 제정해 놓았으며, 실제 이 윤리규정대로 학회원 관리가 이루어져 있습니다(만약 학회원이 윤리규정을 위반하여 제소될 경우, 이에 대한 학회 측의 심의 및 적절한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한국상담심리학회에서는 2019년 내담자와의 성적인 관계와 관련하여 한 학회원의 회원자격을 박탈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학회 측이 아무리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람들이 사설 상담센터를 여는 것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이름만은 그럴싸한' 심리상담 자격증

심리상담사 1급  -  상담심리사 1급

임상심리상담사  -  임상심리전문가

정신건강심리상담사  -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좌측과 우측 중 어떤 자격을 가진 사람에게 상담을 받는 게 더 좋을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한국사람 중 얼마나 있을까요? (저라면 우측을 고르겠습니다.) 

이름에 '심리상담' 이 들어가는 민간자격증은 현재 3,400 개 존재한다.
정부기관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운영하는 '민간자격검색' 사이트에 들어가 '심리상담' 이 포함된 자격증을 검색하면 2019년 8월 현재 2,800개, 그리고 '상담'만 들어간 자격증은 4,766건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온다.

기존의 전문 자격증들과 이름이 매우 유사하거나, 이름만 보면 상당히 공신력 있는 자격인 것처럼 보이는 자격증이 한국에는 이미 수백 개 이상 존재합니다. 아는 사람 눈에야 무엇이 금이고 무엇이 구리인지 구분이 가겠지만, 평소 이 분야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아마도 국민 대다수) 사람 눈에는 뭐가 다른지 잘 와 닿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심리상담사'나 '상담심리사'는 이름은 비슷할지언정, 내용은 아주 다릅니다. 상담심리사가 2급만 해도 '최소' 석사 재학 이상의 학력(또는 심리학과 학사 졸업 후 2년 이상의 상담 경력이 있는 경우)에 접수 면접 20회 이상, 개인 상담 50회 이상, 집단 상담 참여 또는 보조 리더, 심리 평가 및 해석 상담 각 10사례 이상, 공개 사례발표와 연구 활동 등을  요구합니다(물론 이것은 '최소' 기준입니다.). 반면 심리상담사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은 뒤 100점 만점에 60점을 받으면 통과하는 필기시험을 한 번 치르면 됩니다. 그나마 문제도 상식선에서 출제되거니와, 이런저런 편법을 쓰면 주최 측에서 기출 문제를 보내주기도 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만의 하나 불충분한 자격을 가진 사람에게 상담을 받았다가 피해를 받았을 경우, 이를 호소할 수 있는 창구가 없습니다. 

'전문성을 갖춘' 상담사 찾기의 어려움 

우선, '전문성을 갖춘' 이라는 것도 아직 명확하게 협의되지 않은, 임의로 설정할 수밖에 없는 기준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야 하겠습니다. 아직 국가나 학회들간의 합의를 통해 '심리상담은 이러이러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해야만 한다' 고 확실하게 정해진 바는 없으니까요. 아직 법령으로 정해진 바가 없고, 법률상으로만 본다면 상담 업계는 (일부 국가자격을 제외하면) 민간자격들이 수천 개 난립해 있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이기 때문에, 이 중에서 무엇이 전문성이 있고 무엇이 아닌지 가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아무튼, '전문성을 갖춘 상담사' , 그게 정확히 무엇이며 어떠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든 간에, 이런 자격을 가진 전문가를 찾아가 안전하게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할 때,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찾아가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아는 심리학회에서도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습니다. 한국임상심리학회에서는 개업 임상심리학자와 임상심리전문가가 근무 중인 병원을 공개해 놓았으며, 한국상담심리학회, 한국상담학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외에도 관련 전문가들이 유튜브, 블로그 등 다양한 SNS를 통해 안전한 심리 상담을 받기 위해 어떤 자격이 있는 상담자를 찾아가야 하는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관심을 가지고 찾아볼 때의 이야기입니다. 적극적으로 찾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보통이고, 그나마 찾아본다 하더라도 각 전문가가 제시하는 기준들이 서로 미묘하게 다를 때가 있어 혼동을 주기 쉽습니다.

제가 글 서두에 적었 듯, 아무 자격을 갖추지 못한 상담자도 지역 맘카페, 블로그 등을 통해 공격적인 바이럴 홍보를 하거나 부정적 후기는 고소로 없애버려 내담자를 현혹하기도 합니다. 이 와중에, 가끔은 정말 실력 있는 일부 전문가 선생님이 추천을 듣고 찾아오는 내담자가 너무 많아(!) 따로 홈페이지 등을 이용한 홍보를 전혀 하지 않는, 그곳이 어딘지 알고 싶은 내담자에게는 안타깝기만 한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심리상담센터란 저마다 앞 다투어 '전문성이 있다' 고 홍보하기 마련입니다. 학력이나 자격여부가 아예 없는 경우는 차라리 거르기 쉽겠지만, 예를 들어 홈페이지의 자격란에 기독상담치료사라거나 임상미술심리치료사 등등의 자격증 이름을 줄줄이 적어놓은 경우, 이 사람이 전문성이 있을지 없을지 판단하는 것이 누구인들 쉽겠습니까. 

안전한 심리 상담을 받기 위해

안전한 상담사 찾기는 이토록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상담을 권하고 싶고, 권해야 하는 이유는 많습니다. 일단 자신과 잘 맞는, 안전한 상담사를 찾기만 한다면 상담은 놀라울 만큼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잘 이루어진 상담은 상담을 받는 그 시기뿐만이 아니라 이후로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가장 쉬운 해답은 사실 국가 차원에서 상담센터 개설 및 자격과 관련된 체계를 합리적으로 점검, 정리하는 것이겠습니다. 다만, 이 분야는 이제 겨우 세간의 관심을 얻기 시작한 분야이니, 금방  법이 제정되거나 조치가 취해질 것 같다는 희망은 품기 어렵겠습니다. 그렇다면, 미봉책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최소한의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판단되는 자격기준을 꾸준히 소개하고, 이를 널리 알리고 보완하는 방법이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일 듯합니다. 

안전한 심리 상담을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까지 고민했던 몇 가지 탐색(?)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다만, 이 기준과 방법들은 어디까지나 제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준일 뿐, 다른 전문가 선생님들의 의견은 다를 수 있으며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전문성을 갖춘' 자격증 찾기

 앞서 언급했듯 어떤 자격증이 전문적이냐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가장 보수적인 기준을 가지고 추천하라고 한다면, 저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되었는지 살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저는 주로 성인 평가 및 상담과 관련한 훈련을 받아왔기에 성인 상담 분야에 국한해 소개합니다.).

  • 심리학, 상담 관련 석사학위 이상을 취득했는가?
  • 한국임상심리학회의 임상심리전문가, 한국상담심리학회의 상담심리사, 한국상담학회의 전문상담사 자격 중 하나 이상을 가지고 있는가?

임상심리전문가, 상담심리사, 전문상담사 - 이 세 자격증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들의 경우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전문성을 습득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자격증을 얻기 위한 조건을 충족하려면 실제로 평가나 상담을 하거나 받아보게 되어 있고, 그에 대한 슈퍼비전(관리, 감독)을 일정 부분 이상 받아야 합니다. 또한 윤리규정이 있으며, 해당 학회의 윤리위원회가 실제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 세 자격은 해바라기센터, 스마일센터 등 국가에서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는 전문 기관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상담사 채용 공고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자격들이기도 합니다(국가 위탁 기관이나 대기업이 제시한 기준이라고 해서 꼭 옳고 따라야 하는 건 아니지만, 사람 뽑아 쓰는 일에 깐깐한 곳들이라는 가정을 해볼 수는 있으니까요.).

소비자 운동 참조하기

 심리상담은 워낙 주관적 경험이고 비밀스런 내용이 많아 자신의 방문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누기 어렵습니다만, 그럼에도 심리상담 분야의 소비자 운동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성소수자알권리보장지원 노스웨스트 호>에서는 특히나 상담센터나 정신과를 찾기 어려운 성소수자들을 위해 퀴어 프랜들리한 정신과와 상담센터 목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 목록은 직접 서비스를 받은 사람의 제보로 1차 리스트가 만들어졌으며, 이를 노스웨스트 호 활동가들이 정리하였다고 합니다. 노스웨스트호의 정신과/상담센터 목록에서는 해당 센터의 이름, 위치, 연락처, 상담사 이름 뿐 아니라 추천자가 이 센터를 추천하는 이유도 상세하게 조회해볼 수 있습니다. 

 > 노스웨스트 호 트위터 계정 

 > 노스웨스트 호의 정신과/상담센터 목록

 심리상담센터 에브리마인드 대표이자, 인플루엔서인 '서늘한 여름밤'이 2016년에 만든 '심리상담 및 정신과 추천 지도' 도 있습니다. 서늘한 여름밤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찾아온 사람들의 추천과 서늘한 여름밤의 편집으로 만들어진 지도입니다. 

 > 서늘한 여름밤이 추천받은 심리상담 및 정신과 지도

상담자의 게시물이나 SNS 참조하기

 상담자와 내담자의 가치관이 100% 일치할 필요는 없겠지만, 너무 판이하게 다른 가치관을 가진 상담자를 만나게 될 경우 상담은 힘든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상담자가 자신이 도움을 받고 싶어하는 그 증상에 어느 정도 전문성이 있는 사람인지도 알아보면 좋겠지요.

 만약 상담을 받고자 하는 어떤 기관이고, 어떤 상담자인지, 특히 어떤 영역 상담에 강점을 가진 사람인지 궁금하다면 기관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나 블로그, SNS를 꼼꼼히 살펴보기를 권합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전보다 상담자 개인이 홍보 블로그, SNS, 유튜브 등을 운영하거나, 매체에 글을 기고하거나, 대외활동을 하는 일이 많아져 상담자나 센터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운영되는지 알아보기 더 쉬워진 것 같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Vincet van Gogh, 1853~1890는 자신의 우울증을 상담했던 가셰Dr. Gachet 박사의 초상화를 남겼다(두 번째 그림. 1890년. 67 56cm.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자살을 시도하기 몇 달 전 일이다. 미술사에서 상담사의 초상화가 등장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무척 가난했던 고흐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청할 만큼 19세기 후반 유럽에서는 심리상담은 일반적이었다. 고흐는 여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가젯 박사에게서 진정한 친구를 발견했다. 그는 또다른 형제같으며, 우리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서로 무척이나 닮았다"고 고백할 정도로 친밀감을 드러냈다.

나와 맞는 상담자를 만나기 위해 

 마지막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무리 상담사가 좋은 자격을 갖추었고, 그 센터나 상담자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었다고 해도, 상담사가 자신과 맞을지 여부는 직접 만나보아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한낮의 우울』 저자인 앤드류 솔로몬은 저서에서 자신에게 맞는 상담사를 찾기 위해 6주간 11명의 상담사를 만나본 일을 회고하였지요("그 치료사들 중에서 몇 명은 현명해 보이고 몇 명은 괴짜 같았다."). 그런 노력 끝에 비로소 자신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상담사를 만나  많은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불행히도 상담은 매우 비싸기 때문에 아무한테나 앤드류 솔로몬처럼 열한 군데 다녀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 번에 만나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마음에 드는 미용실이나 치과가 한 번에 찾아지지 않는 이치와 비슷합니다.). 처음 만난 한 명의 상담사가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면 두 번째를 찾아가기가 너무나 어렵지만, 두 번째나 세 번째 센터에서 내가 원하는 그런 서비스를 찾게 될 수도 있습니다. mind

임민경 범죄피해 트라우마 통합지원기관 임상심리전문가
독문학과 심리학을 전공하였고, 현재는 임상심리전문가로서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언제나 누군가의 애독자이자 무언가의 애호가이며, 트위터 그만두어야 한다고 매일 말하지만 그만두지 못하는 트위터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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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2020-05-24 15:38:07
자격증 있는 상담사도 이상한 사람 많습니다
학회 사이트까지 뒤져가며 여러곳 가봤는데 윤리강령 지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더군요

서수연 2019-08-05 17:43:06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