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실험실: 시간과 감각· 삶과 사랑에 대한 18가지 심리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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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실험실: 시간과 감각· 삶과 사랑에 대한 18가지 심리실험

현재 부산대학교 심리학연구단 소속 박사 후 연구원으로 강의와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인 이고은 박사는 자신을 '납득 가능한 논리,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인지심리학자'로 설명한다.

이 박사의 주요 연구 주제는 ‘시간과 감각, 정서’로, 그동안 저자가 직접 진행한 실험과 연구는 물론 ‘기억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곡되는가’, ‘인간은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며, 왜 합리적인 동시에 비합리적인가’ 등의 질문에 답을 주는 실험들을 수록하여 『마음 실험실: 시간과 감각·삶과 사랑에 관한 18가지 심리실험』을 펴냈다.

'인간의 마음은 버릴 것 하나 없이 유능하고, 이 유능함의 비결은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행동하는 모든 것에 담겼다고 믿는' 이 박사의 신간은 실제로 여러 심리학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내 삶의 심리학 마인드의 독자들에게 이 책을 소개시켜드리고자 부랴부랴 인터뷰를 요청하였다.

너무 갑작스러운 요청에 응해주어 감사하다. 실제로 책이 좋아서도 빨리 만나보고 싶었다. 각설하고,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언제부터 이런 책을 쓰고 싶어 했었는가?·

- 식상한 대답일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글을 잘 쓰는 학자, 특히 과학자를 막연히 동경해왔다. ‘어쩜 이렇게 어려운 내용을 본질을 흐리지 않은 채 쉽고 심지어 재미있게 쓸 수 있을까. 나도 이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분야에서건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춘다면 대중적인 글을 쓰는 일을 꼭 하고 싶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마침 운이 좋게도 박사과정 동안 한겨레 <사이언스 온>에 심리학 실험을 주제로 글을 연재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어쩌다 보니 책도 냈다. 그렇다고 내가 글을 잘 쓰는 과학자가 되었다는 뜻은 정말 전혀 아니니 오해 안하셨으면 좋겠다.

'글 잘 쓰는 과학자'가 이미 된 것 같은데 괜한 겸손이다. “어떤 마음도 허투루 생긴 것이 없다. 우리 마음은 각자에게 최적화한 방식대로 살아가기 위해 생겨난 것이다.”라는 서문이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마음은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적화되어 있다고 보는가?

- 본질적인 목표는 누구나 비슷하지 않을까? 좀 더 나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 기질은 타고나기 때문에 선택할 수 없지만,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지는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타고난 기질을 바탕으로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순조롭게 살기 위해 마음을 다한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에 내 삶의 가장 중요한 마음의 목표는 다른 사람도 나처럼 ‘마음’을 지닌 존재임을,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다른 사람도 하기 싫음을 잊지 않고 인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그림자 노동 같은.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서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일들이 많이 있는데 그냥 내가 하자며 움직인다. 오늘 아침에도 출근하자마자 쓰레기통부터 비웠다.(웃음) 그런데 말하고 보니, 내가 남을 위해 사는 이타적인 사람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깨끗한 공간에서 일하고 싶은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일 뿐이다.

생각이 참 많아 보인다.. 힘들지 않은가? 무엇보다. "우리 뇌는 복잡한 사고,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힘을 들여야 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면 최대한 피한다. 어쩌면 마음의 노화는 새로운 음악을 들을 만한 감성이 무뎌지는 것과 같은 의미인지도 모른다."라는 단락은 뭔가 쓸쓸하게도 들리는데, 이런 허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 마음의 노화는 허무한 일이라거나 이상한 현상이 아님을 아는 것에 극복의 열쇠가 있다고 생각한다. ‘회고 절정기’라는 개념을 통해 나이 들어 듣는 새로운 음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과학적 이유를 알고 나자, 요즘 핫하다는 노래를 들어도 영 별로인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솔직히, 쓸쓸한 느낌이라기보다는 안도감 같은 것이 더 컸다. (웃음) 이해하는 마음에서 극복의 길은 열리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지혜’로워진다는 것이 어렴풋이 이런 것인가라고 생각해본다.(그렇다고 내가 지혜롭다는 얘기는 또 절대 아니다.) 이해하고 나면, 막연히 느끼던 두려움과 허무함이 걷힌다는 생각이다. 꼭 새로운 정보와 감성을 받아들여야만 내 유능함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오히려 유능한 마음이지 않을까.

그러나 시간 조망과 관련한 통찰을 읽으면서 실제로 저자가 지혜롭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수 많은 연구 주제 중에서 굳이 시간 조망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본인이 시간 조망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인가?

- 솔직히 ‘제가 시간 조망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바로 이것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분명한 계기랄 것이 없다. 다만, 시간 조망을 연구할수록 ‘시간을 느끼고 바라보는 방식’이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됐다. 시간 조망 연구를 통해 인간 심리의 새로운 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이 분야를 계속 연구하는 이유인 것 같다. 어렴풋이 시간 조망 연구에 발을 들인 이유를 꼽아보자면, ‘사람은 주관적인 시간을 사는 존재’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 같다. 시계는 정확히 30분을 기다렸다고 알려주지만 누군가에게는 3시간 같은 30분일 수도, 또 다른 이에게는 3분 같은 30분일 수도 있지 않은가.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마음들, 예컨대 학습과 기억, 표상과 계산, 예측과 의사결정 같은 많은 인지기능들도 과거, 현재, 미래와 같은 시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마음의 기능들이라 생각한다.

책에 수록된 내용 중에 자기중심적인 착각에 대한 부분은 많은 독자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어떤 의도로 이 내용을 썼는가? 누군가 착각을 그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

- 일단 나부터. 누구보다도 내 착각을 어떻게 좀 하고 싶었다. (웃음) 자기중심적인 착각을 다룬 궁극적 이유는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였다. 자신에게서 한 발짝 떨어져 나와 스스로를, 그리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통찰할 줄 아는 능력은 비단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과 마음도 헤아릴 줄 아는 능력과도 연결되어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공감 능력은 나와 다른 사람의 경계를 혼동하지 않는 것에서 온다고 본다. 내가 아닌 타인에게도 자신만의 신념과 생각이 존재함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존중이라 본다.

연구를 많이 한 것처럼(...) 보인다. 연구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가?

- 많이 한 것처럼 보였다면 성공한 것 같다. 연구도 많이 안 하는 주제에 많이 한 것처럼 보이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보다 더 활발히 많은 연구를 하고 싶은데 그만큼 못하고 있다. 연구 가설은 (매일 들춰보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는) 논문들에서 얻는다고 말하곤 하지만, 사실 타고난(?) 호기심에 기대는 편이라는 걸 부정할 수가 없다. 여러 방면에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궁금하거나 흥미로워 보이는 분야에 대해 책이나 전문가 강연, 아티클을 자주 보는 편이다. 이렇게 뒤적이다 보면 재미나 흥미를 느끼는 지점이 생기는데, 그러다 ‘이걸 한번 내 연구 주제로 삼아볼까’라는 생각에 이른다. 말하고 보니, 내가 무슨 엄청난 연구를 해내는 거장 같은데 전혀 아니다. 10번의 실험 중 논문이 되어 세상의 빛을 보는 데이터는 겨우 한 두 건의 실험에 불과한 어설프기 짝이 없는 연구자일 뿐이다.

수록된 실험 중에 독자들이 꼭 하나 기억했으면 하는 연구가 있는가?

- 꼭 하나인 것이 좀 아쉽지만, 그래도 굳이 하나를 꼽는다면 남성 노인과 여성 노인의 인지능력 회복에 관한 연구다. 『마음 실험실』 책 중 두 번째 챕터인 ‘삶의 실험실’에 수록된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하는가’ 꼭지 도입부에 소개된 연구인데, 이 연구를 할 당시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마음이 정말 많이 아팠다. 남성 노인이 시간이 지날수록 인지능력이 떨어져버리는 결과도, 여성 노인이 주변에 끼칠 심리적 부담을 걱정해 최선을 다해 낫고 싶어 했던 마음도 잊히지가 않는다. 연구 결과는 ‘노인의 인지기능 저하를 막으려면 남녀 노인에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른 시기에 임상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제안에서 그치지만, 이 결과가 전해주는 다양한 메시지는 지금 ‘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노인 연구는 우리가 앞으로 살아내고 적응해 갈 모습을 미리 현재로 당겨 생생하게 보여주는 연구다.

우리도 그 연구가 참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 외 다른 흥미로운 최신 심리학 연구들은 책에서 독자들이 직접 확인하면 좋겠다. 다른 올드한 데이터들로 올드한 이야기를 하는 책들과는 다르니까. 마지막으로,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이길 바라나?

​- 하나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심리학을 과학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소중할수록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 기능이 각자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그렇기 때문에 어느 누구든 존중받아 마땅함을 이해하는 데에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말하고 보니 너무 거창해졌지만, 책을 덮은 후 결국 스스로를 긍정하고 존중하는 마음, 그것 하나 남길 바란다.  mind

내 삶의 심리학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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