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가 소비자를 조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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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가 소비자를 조련한다
  • 2019.08.08 14:00
조작적 조건화는 특정 행동에 대한 보상이나 처벌을 제공하여 해당 행동의 빈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학습 원리이다. 필자는 조작적 조건화가 어떻게 실제 마케팅 활동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소개해준다.

조작적 조건화란 유기체가 특정 행동을 하면 그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강화물을 주거나 그 행동을 처벌함으로써 해당 행동의 빈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학습 과정을 말한다. 조작적 조건화는 '도구적 조건화'instrumental conditioning라고도 불린다. 다양한 조작적 조건화를 촉진시키는 원리 중 '조형'shaping은 마케팅 활동에 자주 적용되고 있다.

조형

우리는 국내외 돌고래 쇼에서 돌고래가 조련사가 들고 있는 링을 뛰어서 통과하는 신기한 모습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 모습을 신기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학습되지 않은 자연 상태의 돌고래는 눈앞에 있는 링을 보고 이를 뛰어서 통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돌고래가 링을 통과하는 모습은 조련사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서 돌고래를 조련시켰기 때문에 가능하다. 먼저 조련사는 물속의 돌고래가 링을 향해 몸을 돌리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먹이를 준다. 이때 돌고래가 링을 향해 몸을 돌리는 행동 이외의 다른 행동을 하면 그에 대한 보상을 전혀 주지 않는다. 이 과정을 통해 돌고래는 먹이를 받기 위해서 반복적으로 링을 향해서 몸을 돌리게 된다.

링을 향해 몸을 돌리는 돌고래 행동의 학습이 충분히 되면, 조련사는 돌고래가 링을 향해 헤엄쳐 다가올 때 그에 대한 보상으로 먹이를 준다. 이 행동 역시 충분히 학습이 되면, 조련사는 돌고래가 링을 향해 물 밖으로 뛰어오르는 행동을 할 때 그에 대한 보상인 먹이를 준다. 이 행동 또한 충분히 학습되면, 조련사는 돌고래가 링을 뛰어서 통과하는 행동에 반복적인 보상을 제공한다.

이상의 돌고래 조련 과정을 정리하면, 조련사는 미리 돌고래의 링 뛰어서 통과하기라는 목표 행동 실행 이전에 학습되어야 하는 행동들을 순차적으로 세분화하고(링을 향해 몸 돌리기 링을 향해 다가오기 링을 향해 뛰어오르기) 돌고래가 각 순차적인 행동을 수행하면 그에 대한 보상(먹이)을 반복적으로 제공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조형'이라고 한다.

조형이란 유기체(돌고래)가 특정 행동(링을 뛰어서 통과하기)을 반복적으로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해당 행동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연속적인 하위 행동들을 세분화한 후(링을 향해 몸 돌리기 링을 향해 다가오기 링을 향해 뛰어오르기) 유기체(돌고래)가 각 하위 행동을 단계적으로 완수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인 강화물(먹이)을 제공하는 과정이다. 조형은 동물 조련에 자주 사용되며, 앞서 소개한 돌고래가 링을 뛰어서 통과하는 행동은 조형을 통해 조작적 조건화된 것이다.

카카오페이의 마케팅 활동

동물 조련에 흔히 사용되는 학습 방법인 조형은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적용된 조형은 마케터가 최종 목표 행동을 미리 정한 후 목표 소비자가 최종 목표 행동을 실행하기 전까지의 전 과정을 순차적으로 세분화해서 각 세분 과정의 행동을 완수한 목표 소비자에게 강화물을 주는 학습 원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이용자가 본인의 카카오톡 계정에 개인카드(신용카드, 체크카드)를 등록해서 물건을 구입한 후 결제할 때 등록된 개인카드로 간편하게 결제가 가능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이다. 카카오에서 201495일부터 카카오페이를 시작한 이후 1년 만에 500만 명 이상이 카카오페이에 가입하고, 이들 중 99%가 본인의 개인카드를 카카오페이에 등록하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와 같은 큰 성공의 다양한 이유 중 하나가 카카오톡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형을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카카오페이와 관련된 실제 마케팅 활동에 조형을 적용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카카오페이 마케터의 입장에서 즉각적이며 손쉽게 접근 가능한 목표 소비자는 카카오톡 이용자이다. 또한 카카오페이 마케터가 설정해야 하는 최종 목표 행동은 목표 소비자인 카카오톡 이용자가 물건을 구입할 때마다 카카오페이를 이용해서 결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최종 목표 행동은 카카오톡 이용자가 카카오페이 앱을 다운로드하기 카카오페이에 개인카드를 등록하기 카카오페이를 이용해서 첫 결제하기라는 순차적 과정의 행동을 학습해야만 달성 가능하다.

소비자를 유혹하는 보상들

카카오페이는 이와 같은 순차적 과정의 행동에 대한 보상인 강화물을 다음과 같이 제공하였다. 먼저 카카오톡 이용자가 카카오페이 앱을 본인의 휴대전화 등에 다운로드하면, 그 보상으로 야매요리 이모티콘을 무상으로 받았다. 해당 이용자가 카카오페이에 본인의 개인카드를 등록하면,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을 선물로 받았다. 카카오페이 가입자의 반수 이상인 20대는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은 효과적인 강화물에 해당된다. 이후 해당 이용자가 카카오페이로 첫 결제를 하면, 5,000원 할인을 바로 받았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친 카카오톡 이용자는 반복적으로 카카오페이를 이용해서 결제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이와 같은 카카오페이 이용에 대한 조작적 조건화는 카카오톡 이용자가 카카오페이를 이용하기 편한 결제 서비스라고 평가하고 카카오페이의 이용에 대해서 만족해야만 가능하다. mind

 

강정석 전북대 심리학과 교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Ph.D.
고려대에서 소비자·광고심리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University of Connecticut에서 브랜드확장에 대한 소비자 정보처리 과정과 브랜드확장의 광고 효과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전북대 심리학과에 재직 중이다. 이전에 광고회사인 DDB Korea 마케팅연구소 차장과 SK텔레콤 고객중심경영실 부장으로 근무했다. 사회적 마케팅(social marketing),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대한 청중의 심리적 저항감, 장소 브랜딩, 고령 소비자 심리 등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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