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에게 좋은 장난감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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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에게 좋은 장난감 (I)
  • 2019.08.09 14:00
어떤 장난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성장에 다른 효과를 가져온다. 그렇다면 어떤 장난감, 혹은 어떤 놀이방식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까? 문제는 사실 아동보다 부모가 더 장난감에 의존하는 점이다.

넘쳐나는 장난감

우리 아이들 잘 놀고 있을까? 아이들이 잘 놀기 위해서는 놀기 좋은 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 단순히 놀이감이 풍부한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마음껏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 편안하고 여유로운 시간,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또래와 형, 누나, 어른들과 같은 관계적 여건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그런 측면에서 '풍요 속의 빈곤'은 요즘 아이들의 놀이 환경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구절일 수 있다. 부모세대들의 어린 시절에 견주어 요즘 아이들의 성장환경을 둘러보면 그 어떤 시대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다. 장난감은 넘쳐난다. 그러나 정작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과 함께 놀 수 있는 놀이친구,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간은 오히려 축소되고 빈곤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회 환경의 변화와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놀이공간은 점점 실내로 축소되고 놀이대상 역시 부족한 상태에서 놀이매개체만 많아지다 보니 장난감에만 집중하게 되고, 여기에 갈수록 화려한 장난감이 개발되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장난감이 아이들을 유혹한다. 온 집안이 장난감으로 점령되어있지만 아이는 새로운 장난감을 또 사달라고 조르기 일쑤다. 이럴 때 부모들은 장난감이 얼마나 있는 게 좋은지, 어떤 장난감을 사주는 것이 좋은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장난감에 중독된 아이들

장난감은 아이들의 놀이를 보다 풍부하게 만들고 즐겁게 놀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이다. , 놀이에서 주인공은 아이이지 장난감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놀이에서 장난감이 주인 행세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장난감 없으면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이 많으며, 친구가 옆에 있어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장난감만 가지고 논다. 이미 가지고 있는 비슷한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며 장난감을 모으는 것에 집착하고, 친구가 가진 장난감을 자신도 꼭 가져야만 만족한다.

이런 아이들은 막상 새 장난감이 생기면 조금 가지고 놀다가 금세 흥미를 잃고 다시 새것을 사달라고 조르기를 반복 한다. 특히 로봇, 인형, 자동차 등과 같은 상품화된 장난감들이 더 심각한 장난감 중독을 유발한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장난감을 소유하는 경험에 중독되는 되는 것이다. 게임중독이나 스마트폰 중독 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장난감은 친구와 놀이를 재미있게 하기 위한 매개체이지만 이러한 장난감 의존과 중독 현상은 아이의 집중력과 사회성 저하 등 여러 부작용을 낳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민일보, 2017; 이병용, 2005.

아이들의 장난감 중독은 아이들의 책임이기 보다는 부모들의 장난감 의존증에서 비롯된다. 부모가 아이와 놀아주지 못하는 죄책감을 장난감을 사주는 것으로 덜어보고자 하거나, 인지 발달이니 창의력 개발이니 하는 교육적 목적을 기대하며 장난감을 사주고, 자신의 어린 시절의 결핍된 경험을 자녀를 통해 대리만족하고자 넘치게 장난감을 사주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부모는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주고 나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는 장난감으로부터 일시적인 만족감을 얻지만, 곧 싫증을 내게 되고, 이것이 반복되면서 일종의 중독에 빠지게 된다. 장난감 중독에 빠진 아이들은 상업적 장난감의 홍수 속에서 영유아기 특유의 창조성과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잘못된 소비습관을 가지며 놀이에서 자기주도성을 잃어버리고, 놀이감의 노예가 되기 쉽다.

안토니오 맨시니 Antonio Mancini  1852–1930. Boy with Toy Soldiers, 1876년경. 캔버스에 오일 . 74.9 x  62.9 cm, 필라델피아 미술관 소장.
이탈리아 사실주의 운동의 주도자였던 안토니오 맨시니는 그린 작품으로 부자집 아이가 병정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아이가 뜨악한 표정으로 정면을 주시하며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다.  안토니오 맨시니Antonio Mancini 1852–1930. '장남감을 갖고 있는 소년', 1876년경, 캔버스에 오일, 74.9 x 62.9 cm,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소장.

놀이감이 달라지면 아이도 달라진다

그러면 이러한 놀이감을 아이들에게 무조건 주지 않아야 할까?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일까?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둘러보면 많은 물건에 둘러 싸여 있고 사실 어떤 물건이든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장난감은 놀이의 중요한 매개체이다. 놀이감은 유아의 놀이의 질과 특성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 으로 알려져 있다Trawick-Smith, Russell, & Swaninathan, 2010.

여러 연구자들은 놀이감의 현실성과 구조성이 유아의 놀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놀이감의 구조성은 놀이감의 형체와 모양과 연관되며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는가와 연결된다Johnson, Christie, & Yawkey, 2001.

존슨 등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점토, 모래, 물은 구조성이 매우 낮은 놀이감이며, 블록의 경우 구조적 측면이 강하나 다양한 방법으로 구성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구조성이 낮은 놀이감에 포함된다ohnson et al., 2001. 바비인형처럼 특정역할이 결정된 인형이나 퍼즐, 수조작 놀이감과 같이 정해진 답이 있는 교수자료들은 가장 구조성이 높은 놀이감에 속한다.

무조건 상품화된 장난감이 아이들에게 해가 된다는 의미가 아니며, 구조성이 높은 놀이감이 나쁜 장난감이라는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 구조성이 높은 놀이감은 수렴적 사고 발달을 돕는 반면, 구조성이 낮은 놀이감은 확산적 사고 발달을 돕는다. 두 가지 유형의 놀이감은 모두 아이들이 풍부한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문제는 요즘 아이들에게 두 유형의 놀이감 균형이 맞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각 가정이나 영유아교육기관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놀이감을 이 기준에 따라 구분해보면 구조화된 놀이감의 비중이 높을 것이다. 가정이나 영유아교육기관 모두 영유아들에게 사용방법과 규칙이 있는 구조화된 자료나 특히 인지발달, 언어발달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구조화된 인지교구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

비구조적 놀이감의 장점

어떠한 놀이구조와 놀이상황이 제공되는지에 따라 유아 놀이의 내용과 질이 달라진다 임부연, 오정희, 최남정, 2008. 놀이 방법과 목적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개방적인 장난감은 아이가 주도적이고 자발적인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완구제품이 아닌 나뭇잎, 솔방울 등 자연물과 비닐, 종이 등 생활용품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장난감이다. 아이들은 우유갑, 페트병 등을 활용해 자신만의 놀이감을 만들어내고 각자가 만든 물건으로 놀이를 만들어내고 발전시켜 나간다. 놀이감의 구조성과 유아의 놀이 차이에 관한 여러 선행연구결과들은 비구조적인 놀이감이 유아의 사회성, 문제해결력, 창의성을 증진시킨다고 주장한다지성애, 2013; Edwards, Cutter-Mackenzie, 2013.

구조성이 높은 바비인형, 소꿉놀이 등은 놀이 주제를 한정시키지만, 구조성이 낮은 블록 등은 놀이감의 변화를 통해 놀이를 확장시켜준다. 자유놀이시간에 조개, 도토리 등의 자연물과 같은 비구조적 놀이감을 제공했을 때 유아들은 다양하고 새로운 놀이감으로 재탄생시켜 다양한 놀이활 동을 만들어 내며, ‘자유롭고 진짜 재미있는 놀이를 경험한다 임부연, 오정희, 최남정, 2008. 즉, 아이들의 놀이 활동이 유아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와 놀이성 발달을 도모하려면, 놀이활동의 구조화 정도를 낮추는 것과 특히 놀이활동의 매개체가 되는 '놀이감의 구조화 정도'를 낮추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프뢰벨의 은물이나 발로르프 교육에서 추구하는 놀이매체들 역시 가능하면 놀이감의 구조화 수준을 낮추어서 그 놀이감을 다루는 아이의 의지와 상상에 따라 그 아이에게 의미 있는 놀이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재료들이다.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장난감, 스마트폰과 게임기를 포함한 장난감의 대부분은 기능성이 뛰어나 아이가 애써 더 무언가를 만들 필요 없이 감상하고 바라만 보아도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아이가 놀이의 주인이 되기 어렵다. (다음회 계속) mind

<참고 문헌>

  • 이병용. (2005). 장난감을 버려라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 서울: 살림출판사
  • 박미경, 엄정애. (2010). 자유선택활동시간에 유아들이 경험하는 놀잇감의 의미. 유아교육연구, 30(5), 325-349.
  • 임부연, 오정희, 최남정. (2008). 비구조적인 자유놀이 시간에 유아들이 보여주는 ‘진짜 재미있는 놀이’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유아교육연구, 28(1), 185- 209.
  • 전숙영, 권혜진. (2014). 비구조적 놀이매체를 활용한 집단놀이치료프로그램 개발과 적용연구. 한국아동심리치료학회지, 9(2), 99-120.
  • 지성애. (2013). 놀이감의 구조성이 유아의 창의성, 사회적 행동, 언어능력, 조망수용능력에 미치는 효과비교. 유아교육학논집, 17(6), 5-30.
  • 국민일보. (2017. 03. 29.). 어린이집에서 장난감을 치워버린 독일.. “ 아이에게 변화가 시작됐다”
  • 한겨레신문. (2003. 11. 09.). 장난감 조르는 아이... 혹시 중독.
  • Edwards, S., & Cutter-Mackenzie, A. (2013). Pedagogical play types: What do they suggest for learning about sustainability in early childhood educa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Early Childhood, 45 (3), 327-346.
  • Johnson, J. E., Christie, J. F., & Yawkey, T. D., (2001). Play and early childhood development . Glen-view, IL: Scott, Foresman.
  • Trawick-Smith,J., Russell, H., & Swaninathan, S.(2010). Measuring the effects of the toys on problem-solving, creative and social behaviors of preschool children. Early Child Development and Care, 181(7), 909-927.
권혜진 나사렛대 아동학과 교수 발달심리 Ph.D.
아동학을 전공하였고, 유아의 또래 상호작용과 문제해결력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하였다. 현재. 나사렛대 아동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아동학에 대한 공부를 기초로 하여 영유아발달, 놀이, 교사교육, 부모교육, 보육정책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육아정책 및 보육정책에 적용하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공저로 '아이와 교사가 즐거운 놀이지도(2016)', '보육교사인성론(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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