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상 이후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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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상 이후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 2019.09.30 11:06
'뇌는 0.1초 만에 사랑에 빠진다'라는 말처럼 첫 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첫 인상이 전부는 아니다. 이후 새로운 정보가 첫인상을 드라마틱하게 바꿔놀 수도 있다. .

인상 형성의 심리학

지금 당신은 중요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미팅 장소에 도착해 있다. 그 장소가 핑크빛 로맨스를 기대하는 소개팅 자리일 수도 있고, 회사에 중요한 계약을 위해 해외 바이어와 직접 대면하는 첫 상담일수도 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일까’하는 기대감과 ‘나는 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하는 걱정이 반반 섞여 있는 상황에서 적어도 상대방의 호감을 얻기 위해서 자신의 어떤 면을 부각시키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 그리고 나는 상대방이 보이는 어떤 특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까? 인상 형성에 대한 연구는 심리학에서는 대인지각이라 불리는 연구 주제다.

첫인상의 중요성, 초두효과

인상 형성 연구는 먼저 정보의 순서가 갖는 힘에 대해 연구했다. 잠시 인상 형성과 관련하여 유명한 한 실험을 소개하겠다. 애쉬라는 심리학자는 사람들에게 두 명의 사람에 대한 정보, ‘성격에 대한 묘사’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인상을 질문했다.

- A는 ‘지적이고, 부지런하고, 충동적이고, 비판적이고, 고집스럽고, 질투심이 많은’ 사람이고
- B는 ‘질투심이 많고, 고집스럽고, 비판적이고, 충동적이고, 부지런하고, 지적인’ 사람이다.

이 실험에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B보다 A에 더 호감을 보인다. 그러나 그 판단은 실제로 논리적인가? ‘당연히 A가 더 매력적이지’라고 고개를 끄덕인 분이 있다면 다시 한 번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보시길! 사실 두 사람에 대한 묘사는 동일하다. 단지 먼저 나온 묘사가 좋은 내용인가, 나쁜 내용인가 라는 차이일 뿐. 이 실험은 사람들에게 처음 들은 정보, 즉 첫 인상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초두 효과’에 대해서 설명한다.

르네 프랑수아 길랭 마그리트 René François Ghislain Magritte, 1898~1967. ‘사람의 아들’ The Son of Man, 1964, 캔버스에 오일, 116×89cm. 개인 소장.
사과가 없다면 어떤 인상을 갖게 될까? 르네 프랑수아 길랭 마그리트 René François Ghislain Magritte, 1898~1967. ‘사람의 아들’, 1964, 캔버스에 오일, 116×89cm. 개인 소장.

첫 정보보다는 최신 정보

하지만 첫 인상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심리학이 아닌 인생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선량하고 성실하게 보였던 타인의 위선 혹은 불성실함에 실망한 적이 있다면 말이다. 앞서 제시한 사례와 같이 보통 처음 접하는 정보는 나중에 접하는 정보보다 대인 지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여러 심리학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지만, 분명 최근 정보가 상대에 대한 인상을 뒤흔들 때가 존재한다. 그럼 초두 효과를 압도하는 최신의 정보란 어떤 정보인가? 지금 소개하는 실험에서는 제시하는 정보가 보여주는 개인의 특성에 대해 좀 더 집중한다.

이탈리아의 한 대학에서 40명의 학생들이 이 연구에 참여했다. 먼저 학생들은 인상 형성 실험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자원한 40명의 학생들은 한 남성의 사진과 그의 행동에 대해 짧게 설명하는 문장이 적힌 스크린을 본 후 그 남성에 대해 전반적인 인상을 7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요청 받았다. 대상의 행동은 그 행동이 도덕적인가, 사회적인가로 구분하고, 또한 그 행동이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로 구분하였다.

예를 들어 거짓말을 하는 것은 도덕적이면서 부정적인 행동이고, 동료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사회적이면서 긍정적 행동이다. 즉 참여자들은 긍정적인 도덕적 행동, 부정적인 도덕적 행동, 긍정적인 사회적 행동, 부정적인 사회적 행동 중 한 종류의 행동에 대한 기술문을 읽고 대상의 인상 평가를 했다. 그 결과, 대상이 도덕과 관련한 행동을 하는가, 사회성과 관련한 행동을 하는가 그 자체는 대상의 인상 평가에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지 않았다.

어떤 정보가 중요한가

그러나 행동 속성과 긍정, 부정성이 상호작용하면 결과가 사뭇 달라진다. 참여자들은 도덕적 정보가 긍정적일 때(윤리적인 사람) 대상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대로 도덕적 정보가 부정적일 때(비윤리적인 사람) 대상을 가장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첫 인상을 형성하는데 있어 대상의 도덕적 행동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그 사람의 사회적 행동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비해 유의미하게 큰 영향력을 보였던 것이다.

이 후 참가자들은 두 번째 스크린에서 대상의 행동에 대한 추가 정보를 받았다. 행동에 대한 추가 정보는 첫 번째 행동과 마찬가지로 도덕성 혹은 사회성 차원의 정보 중 하나를 받았다. 그러나 첫 번째 행동이 긍정적인 경우는 부정적 정보를 받고, 첫 번째 행동이 부정적인 경우는 긍정적 정보를 받았다. 즉, 두 번째 정보의 행동 가치는 첫 번째 정보의 행동 가치와 그 방향성이 반대여서, 예를 들어 대상이 긍정적인 도덕성 행동을 하는 첫 번째 정보를 받아서 첫인상을 평가했다면, 두 번째 정보는그 사람의 부정적인 도덕성 행동 혹은 부정적인 사회성 행동 정보를 제공해서 이 사람에 대한 첫인상이 유지되는지 혹은 인상이 달라지는지 살핀 것이다.

참여자들은 대상에 대한 두 번째 인상 평가를 7점 척도로 실시했다. 그리고 첫 번째 인상 평가 점수를 T1, 두 번째 인상 평가 점수를 T2라고 했을 때 T2에서 T1 값을 뺀 값으로 대상에 대한 인상 변화impression updating 를 계산했다. 이후 대상의 처음 행동 특성, 처음 행동의 긍정 혹은 부정성, 추가 정보의 행동 특성이 인상 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분석했다.

도덕성이 문제야!

그 결과는 분명하다. 추가 정보에 있어 도덕성의 효과는 사회성 정보에 비해 분명하게 드러났다. 추가 정보가 긍정적 도덕적 행동인 경우 긍정적 사회적 행동보다 대상의 인상은 더욱 긍정적으로 변화하였고, 반대로 추가 정보가 부정적인 도덕적 행동인 경우 부정적인 사회적 행동보다 대상의 인상을 더욱 부정적으로 변화시켰다. 첫 번째 행동이 도덕적 행동이건 사회적 행동이건 상관없이 도덕적 행동은 개인의 인상을 더욱 긍정적으로, 부도덕한 행동은 개인의 인상을 더욱 부정적으로 변화시켰다. 

대상에 대한 두 번째 정보가 도덕성 정보일 때와 사회성 정보일 때, 인상 변화(impression updating)의 변화를 보여준다.
대상에 대한 두 번째 정보가 도덕성 정보일 때와 사회성 정보일 때,
인상 변화(impression updating)의 양상은 다르게 나타난다.
즉, 도덕적 정보는 인상 변화를 더욱 극적으로 이끈다.
Brambilla, Carraro, Castelli, Sacchi(2019). Changing impressions
: Moral character dominates impression updating.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82, pp. 64-73.

도덕성과 사회성 대신 도덕성과 유능성을 비교하는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유능성은 도덕성만큼 대인 지각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정보이다. 그러나 추가 정보에서 유능성과 도덕성이 갖는 영향력은 달라진다. 두 번째 정보가 도덕적일 때 그 정보가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대상에 대한 인상 변화는 더욱 극적으로 변화했다. 즉, 알고지낸 어떤 대상이 생각보다 무능력할 때보다, '부도덕할 때'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이 더욱 부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윤리적 인간과 함께 하고 싶다

위 실험들은 대인 지각에서 도덕성이 다른 개인 특성(사회성과 유능성)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보여준다. 우선 첫 번째 정보와 두 번째 정보의 가치가 반대인 면모를 띌 때 사람들은 그 대상에 대한 인상을 달리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두 번째 정보가 대상의 도덕성을 알려준다면 그 새로운 정보의 효과성은 더욱 커진다.

사람들은 대상의 행동이 도덕성과 관련 있을 때 그 행동이야말로 대상의 의도를 잘 설명한다고 평가한다. 도덕성은 사람들을 그 자체로 선과 악으로 지각하도록 가르는 기준이 되고, 도덕적 행동은 우리에게 그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란 인상을 주지만, 부도덕한 행동은 그가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한 사람이란 인상을 준다. 행동이 곧 그의 의도를 담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첫인상의 가면이 한꺼풀 벗겨질 때 타인의 무능력보다 부도덕함에 더욱 민감해지는 것이다.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한 정치인 자녀의 묘한 교육행로, 그리고 한 연예인의 배우자에 대한 언어적 폭력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공개될 때마다 대중들은 그 사람들에 대한 인상을 급격히 바꾸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mind

    <참고문헌>

  • Abele, A. E., & Wojciszke, B. (2007). Agency and communion from the perspective of self versus other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3, 751–763.
  • Brambilla, M., Carraro,L., Castelli, L., & Sacchi, S. (2019). Changing impressions: Moral character dominates impression updating.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82, 64-73.
  • Brambilla, M., & Leach, C. W. (2014). On the importance of being moral: The distinctive role of morality in social judgment. Social Cognition, 32, 397–408.

 

전미연 중앙대 심리학과 박사수료
중앙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사회 및 문화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자기와 사회, 개인의 삶의 의미와 더불어 사는 사회의 진보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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