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 활동에도 적정선이 있답니다, 한국인에게서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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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활동에도 적정선이 있답니다, 한국인에게서만큼은
  • 2019.08.23 14:00
여가 활동이 행복과 삶의 만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다 알고 있죠. 그러다면 여가 시간이 길어 길수록 우리는 더욱 행복해질까요? 최근연구에 따르면 꼭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여가 활동이 행복과 삶의 만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나, 무조건 더 많은 여가 활동이 더 높은 행복으로 연결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너무 많은 여가 활동은 오히려 행복에 해를 끼칠 수도 있을까요? 정답은 ‘여가 활동 시간도 너무 많아지면 행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시점이 존재한다’입니다.

호아킨 소로야 Joaquín Sorolla 1863–1923. Strolling along the Seashore, 1909. 캔버스에 오일.  205x200 cm.Sorolla Museum 소장.
대중들이 여가를 즐기기 시작한 것은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19세기 말이었다. 스페인 인상주의 화가 소로야는 한껏 멋을 부리고 여가를 즐기는 여성들을 자주 그렸다. 호야킨 소로야 Joaquin Sorolla 1864~1923. '해변을 거닐다', 1909, 캔버스에 오일, 205 x 200 cm. 마드리드 Sorolla Museum 소장.

주말의 여가와 주중의 여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의 이강재 연구자를 포함한 네 명의 연구자가 최근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여가 활동의 양과 행복의 관계에 대하여 연구를 실시했습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주중의 여가 활동과 행복 간에는 뒤집힌 U자형 곡선의 관계가 존재했습니다. 즉, 여가 시간의 특정 지점까지는 여가 활동의 양이 늘어날수록 행복 수준이 높아지지만 그 특정 지점을 지나면 여가 활동을 많이 할수록 행복 수준이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한국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6년에 총 10,602명의 한국인을 대상으로 수집한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주중에는 하루 3시간까지의 여가 활동은 행복 수준을 높였으나, 여가 활동이 3시간 이상으로 넘어가면 오히려 행복 수준이 낮아졌습니다. 그리고 하루 6시간 이상 여가 활동을 하면 행복 수준의 하락 속도가 더 빨라졌습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주말의 여가 활동은 이런 뒤집어진 U자형 곡선의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즉, 주말에는 여가 활동을 많이 할수록 행복 수준도 지속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주말에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반면, 과도한 주중의 여가 활동에 따라 행복 수준이 저하되는 원인으로 한국의 과도한 업무 시간과 과로 문화를 꼽았습니다. 즉, 주중에 여가 활동에 과도하게 참여하면 죄책감이 들고, 본인의 행동이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오히려 행복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능동적 여가와 수동적 여가

한편, 여가 활동이 행복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여가의 종류에 따라서도 달랐습니다. 여가 활동으로 스포츠에 참여하기, 여행, 사회적 활동을 하면 행복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반면 여가 시간을 스포츠 경기 관람하기와 휴식에 사용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행복 수준이 떨어졌습니다. 사실 행복 수준을 높이는 여가 활동은 자신이 직접 참여하는 적극적이며 능동적 여가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행복 수준을 떨어뜨리는 여가 활동은 수동적 여가였던 것이지요.

맛있는 아이스크림도 과하게 먹으면 배탈이 나듯이 여가 활동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행복에 좋다는 여가 활동도 그 종류와 양에 따라 행복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나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이 점을 기억하고 현명한 여가 활동을 즐기는 것이 좋겠네요. mind

<참고문헌>

  • Lee, K. J., Cho, S., Kim, E. K., & Hwang, S. (2019). Do more leisure time and leisure repertoire make us happier? An investigation of the curvilinear relationships. Journal of Happiness Studies, 1-21. https://doi.org/10.1007/s10902-019-00153-3.
임낭연 경성대 심리학과 교수 성격및사회심리 Ph.D.
연세대에서 사회 및 성격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행복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하였다. 현재 경성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2015년에 한국심리학회에서 수여하는 김재일 소장학자 논문상을 수상하였다. 행복 및 긍정적 정서 연구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는 범죄피해 진술조력(2018), 범죄피해 조사론(2018), 심리학개론(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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