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가 없는 것도 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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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가 없는 것도 병인가요?
  • 2019.08.16 11:30
최근 연구에서 정신질환 환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사회인지결핍이 관찰되었으며, 이는 정신질환의 주요한 표현형임을 주장하고 있다. 사회인지능력의 결핍이 정신질환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고려해야 할끼?

눈치 빠른 사람의 사회적 뇌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사람을 평가할 때 사람의 사회적 능력social skill 또는 사회성에 대해 자주 언급합니다 예로, ‘저 친구는 참 눈치가 빨라’, ‘저 사람 정말 센스 있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이요.

왠지 모르게 함께 지내기에 괜찮았던 그런 사람들의 뛰어난 사회적 능력을 심리학에서는 사회인지social cognition라고 부릅니다. 사회인지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 및 기분을 이해하는 일련의 정신 활동을 아우르는 개념이며, 이 능력은 다른 사람들과 적절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1564. 아담의 창조 일부분. 1511. 프레스코,  230.1 x 480.1cm, 시스티나 성당 벽화.
손 끝 하나의 만남으로 인간이 만들어졌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1564.
'천지창조 중 아담의 창조 일부분', 1511, 프레스코화, 230.1 x 480.1 cm, 로마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벽화.

지난 10년간 사회인지기능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사회적 뇌'social brain라고 불리는 뇌 영역들은 사람 간에 발생하는 사회인지기능에서 발생하는 개인차를 설명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예로, 사회적 뇌 영역의 부피가 큰 사람들은 실제로 친구가 더 많았고Bickart et al., 2011; Kwak et al., 2018, 사회적 뇌 영역의 활발한 활동은 다른 사람의 의도를 이해하는 능력과도 관련이 있었습니다Meyer, 2019.

사회인지능력은 기억력이나 주의 집중력과 같은 단일한 인지적 구인cognitive construct으로 분류되기보다, 여러 능력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다소 복합적인 기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Barrett & Satpute, 2013. 기억장애나 주의력 결핍장애 등은 우리에게 친숙한 개념이지만, 상대적으로 '사회인지결핍'social cognition deficit이라는 개념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습니다.

정신질환의 표현형인 사회인지결핍

Cotter와 동료들은 메타연구를 통해서 서른 가지의 정신질환에서 공통으로 관찰되는 사회인지결핍에 대해 보고하였으며, 이를 근거로 사회인지결핍을 정신질환의 주요한 표현형phenotype으로 고려하여 진단 및 치료계획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였습니다Cotter et al., 2018. 

사회인지결핍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가장 대표적인 정신질환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조현병입니다. 하지만 위 연구에서는 그 외에도 우울증, 양극성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포함한 정신질환 군에서 건강한 사람으로 이뤄진 통제집단과 비교하여 유의한 수준의 사회인지결핍이 관찰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알츠하이며병 및 헌팅턴병과 같은 신경학적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나타났습니다.

정신병리에서 관찰되는 사회인지기능의 결함이 기억기능이나 작업처리 속도와 같은 능력의 손상에 따라서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본 연구팀은 사회인지기능이 다른 인지기능과 구분 가능한 신경학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정상수준의 인지기능을 유지하면서 사회인지기능의 손상만을 보이는 사례 등을 통해서 정신질환 환자들에게 관찰된 사회인지결함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사회인지능력의 결함이 정신질환 전반에 걸쳐 관찰되고 있지만, 아직은 사회인지능력이 정신질환 전반에서 주요한 평가 기준이나 개입대상으로 여겨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부적절한 행동과 그렇지 않은 의도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인지능력의 결함은 개인의 삶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어려움을 초래하지만, 사회인지결핍이 가져오는 어려움은 조금 더 생각해 볼 만한 측면이 있습니다. 사회인지는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인 만큼 사회인지의 결함이 있는 사람은 사회적 상호작용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 패턴은 타인의 부정적 반응을 촉발하게 됩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개인은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가득한 세상을 경험할 가능성이 커지며, 심한 경우 관계의 단절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많은 연구를 통해서 알려진 것과 같이 사회적 관계는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회적 관계에 속해있는 것을 통해서 개인은 건강에 유익한 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되고,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살아가는 목적이나 소속감을 지각하는 것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있을 때 사회적 관계가 완충작용 한다는 사실도 밝혀져 있습니다Kawachi & Berkman, 2001. 따라서 사회인지능력의 결함을 보이는 정신질환 환자들은 원만하지 못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정신질환의 위험요인에 더 취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기억감퇴, 주의력결핍과 같은 잘 알려진 기능상의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개인을 비난하기보다 적절한 개입이나 치료를 추천합니다. 하지만 사회인지능력의 결함은 그 사정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대개 사람들은 어떤 행동에는 그 행위자의 목적과 의도가 담겨있다고 믿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난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부적절한 행동이 그 사람의 불순한 의도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사회인지능력의 결핍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우리의 반응은 조금 달라질까요? mind

    <참고 문헌>

  • Barrett, L. F., & Satpute, A. B. (2013). Large-scale brain networks in affective and social neuroscience: towards an integrative functional architecture of the brain. Current opinion in neurobiology, 23(3), 361-372.
  • Bickart, K. C., Wright, C. I., Dautoff, R. J., Dickerson, B. C., & Barrett, L. F. (2011). Amygdala volume and social network size in humans. Nature neuroscience, 14(2), 163.
  • Cotter, J., Granger, K., Backx, R., Hobbs, M., Looi, C. Y., & Barnett, J. H. (2018). Social cognitive dysfunction as a clinical marker: a systematic review of meta-analyses across 30 clinical conditions.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 84, 92-99.
  • Kawachi, I., & Berkman, L. F. (2001). Social ties and mental health. Journal of Urban health, 78(3), 458-467.
  • Kwak, S., Joo, W. T., Youm, Y., & Chey, J. (2018). Social brain volume is associated with in-degree social network size among older adult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85(1871), 20172708.
  • Meyer, M. L. (2019). Social by default: Characterizing the social functions of the resting brain.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0963721419857759.
김혜린 서울대 심리학과 임상심리 박사수료
서울대 심리학과 임상심리학 전공 박사과정 학생이다. 최진영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노년기 사회적 고립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고자 하는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사회적 고립상황에서 관찰되는 뇌 반응과 지각된 외로움 수준의 개인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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