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저마다 다른 뇌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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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저마다 다른 뇌 구조
  • 2019.08.22 13:00
흔히 조현병 환자는 비슷한 뇌구조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신연구에 의하면 너무나 개인차가 크다고 합니다. 하나의 질병으로 분류하기도 어렵다고 할 정도입니다.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은 정상인-통제 집단과 뇌의 OO영역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OO은 oo을 관장하는 영역으로서 ... "

조현병의 평균적 집단은 존재할까

우리는 여전히 누구에게, 어떻게 정신장애가 발병하게 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개개인의 깊은 발달력에서, 뇌 구조와 기능에서 또는 유전자에서 그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종종 위와 같은 서술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설계를 환자-대조군case-control 연구 설계라고 부릅니다. 비교적 동질적인 정신장애 범주를 집단으로 모집하고, 여러 가지 인구학적 특성들(연령, 성별, 교육수준 등)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 정상인 집단을 모집한 후 연구자가 관심을 갖는 특성에서 두 집단을 통계적으로 비교합니다.

오랫동안 이런 방식으로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시각 자극을 처리하고 반응하는 방식, 인지적 효율성, 뇌 구조, 뇌 기능 등에서 고유한 특성과 차이를 보이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정교한 연구가 설계된 경우, 잘 알려진 정신장애의 대표적인 증상뿐만 아니라 미묘하면서도 오랫동안 환자들의 어려움을 야기하는 심리적 특성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 결과를 읽으면서 우리의 생각에 녹아드는 중요한 전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조현병'과 같은 평균적인 집단이 실제로 있다는 전제입니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평균적인 정신장애 집단'을 가정하는 접근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 Psychiatry에 나온 두 편의 논문을 살펴보겠습니다.

일관성 없는 뇌 구조

Wolfers와 동료들이 알고자 한 것은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로 진단받은 환자들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뇌 구조적 차이가 '환자 집단의 평균적 속성'인지, '정상 통제 집단으로부터 벗어난 속성'인지 알고자 했습니다Wolfers et al., 2018. 연구자들은 218명의 조현병 집단과 256명의 정상통제 집단 간의 회백질, 백질이 특정 영역에서 부피의 차이가 나는지 비교함과 동시에, 각 집단 내에서의 각 영역별 부피의 이질성(개인 간 편차가 넓게 퍼져 있는 정도)을 비교했습니다.

만약 특정 뇌의 구조적 이상이 조현병 발병에 기여하고 있었다면, 조현병 집단은 정상 집단과 차이가 관찰되는 뇌 부위에서 집단 내에서의 일관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환자-정상통제 집단 간의 차이가 일부의 극단적으로 벗어난 일부 개인들에서 발생한 차이라면, 환자 집단 내에서의 편차와 이질성이 그 집단차를 설명할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두 가지 연구 결과를 관찰했습니다.

첫 번째는 잘 알려진 것처럼 조현병 집단이 광범위한 뇌 영역에서의 부피가 작았습니다. 조현병 환자들이 유전적 위험과 발달 과정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해 전두엽, 측두엽과 같은 부위에서 뇌 부피가 작아져는 것이 주요한 특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조현병 집단 내에서 뇌 구조는 평균적인 분포에서 한참 벗어난 값들이 훨씬 많음을 관찰했습니다. 뇌 부피의 크고 작음이 들쭉날쭉한 것이죠.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평균적인 분포를 벗어나는 경향이 컸던 뇌 영역들이 바로 두 집단(정상통제 대 조현병) 간의 차이가 관찰된 영역이었다는 것입니다. 

조현병 집단의 뇌 구조는 집단 내에서의 이질성이 매우 컸고, 그 이질성이 큰 영역에서 정상 통제 집단과 차이가 있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조현병 환자들이 정상통제 집단에 대비되는 동질적인 뇌 특성 때문에 둘 간의 차이가 관찰되었다기보다는, 조현병 집단으로 분류된 사람들이 정상적인 분포 속에서 굉장히 벗어난, 이질적인 뇌 속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두 집단 간의 뇌 구조적 차이가 관찰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뇌 영역을 한 평의 땅이라고 비유한다면, 조현병 환자의 뇌 구조는 여러 사람들이 어느 한 부분에서 움푹 들어간 모양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울퉁불퉁한 바닥을 가진 것입니다. 그래서 수백 명을 비교하는 평균으로는 '이곳저곳이 움푹 패여 있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을 관통하는 설명이라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조현병이 얼마나 이질적인 특성들의 집단인지는 환자들을 평가하는 임상 전문가들이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고, 이를 재차 지지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첨단 기계학습 기술로도 정신장애로 보는지 여부를 분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여전히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일 수 있습니다Woo et al.,2017. 저마다 다른 삶의 궤적에서 뇌를 발달시켜온 수많은 개개인들의 특성을 포착하기에는 '조현병'이라는 범주가 너무 조악한 것인지 모릅니다.

왜 조현병 환자들은 저마다 다를까?

Alnæs와 동료들은 최근 그 이유에 대해 간접적인 단서를 던지는 연구를 발표했습니다Alnæs et al., 2019. 연구자들은 조현병 발병에 기여하는 수많은 유전 변이들을 조합해서 계산하는 다유전자성 위험점수Polygenic Risk Score를 활용했습니다. 유전자 변이 각각은 매우 약하지만 발병 위험에 조금씩 기여할 수 있는데, 여기에 가중치들을 곱해서 한 개인이 얼마나 질병의 유전적 위험 요소를 갖고 있는지 하나의 점수로 도출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조현병의 다유전자성 위험점수가 높을수록 평균적인 측두엽 위주의 뇌 부피가 작은 경향이 있었지만, 유전적 위험은 뇌 부피의 이질성과는 관련이 없었습니다. 유전적 위험성만으로는 개인들에게 비교적 일관된 뇌 구조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다양한 양상의 뇌 기능적 이상, 또는 완전히 발병한 조현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죠.

반면 조현병이 발병한 이들은 뇌 구조적 이질성이 높았는데, 이는 최종적으로 조현병의 발병에 이르기까지 장기간의 유전적 위험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거쳐서 저마다 다른 뇌의 구조적 발달의 길을 거쳤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레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리나Anna Karenina, 1878는 아름답고 지적인 여성의 파멸적 사랑을 그리고 있다.  위 그림은 러시아 화가 콜레소프가 그린 안나 카레리나의 초상화이다. 알렉세이 콜레소프Alexy M. Kolesov, 1834~1902 '젊은 여인의 초상', 1885,  124 * 91.5 cm, 바르샤바 국립미술관 소장.
레프 톨스토이Lev Tolstoy, 1828~1910의 소설 『안나 카레리나』Anna Karenina,1878는 아름답고 지적인 여성의 파멸적 사랑을 그리고 있다. 위 그림은 러시아 화가 콜레소프가 그린 안나 카레리나의 초상화이다. 군복풍의 러시아 전통의상이 인상적이다. 알렉세이 콜레소프Alexy M. Kolesov, 1834~1902, '젊은 여인의 초상', 1885, 124 ⅹ 91.5 cm, 바르샤바 국립미술관 소장.

정신장애의 고유함

"행복한 가족들을 서로 비슷하다. 하지만 불행한 가족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불행하다." -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톨스토이Leo Tolstoy의 소설에 나오는 이 인용구는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이라고도 불립니다. 하나의 건물이 서 있는 방식은 저마다 비슷해도, 건물이 무너진 후에는 어떤 기둥이 부러진 것인지, 어느 방향으로 무너졌는지, 무너지면서 어느 정도로 내부 구조가 망가졌는지 등등, 수많은 경우의 수가 생길 것입니다.

정신병리에 대한 이론은 여러 사람들의 문제 행동을 관통하는 원리를 찾고자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100명의 환자가 있다면 100명에 대한 고유한 정신장애 진단 범주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앞으로의 연구들에서 현실 속 저마다 다른 불행과 심리적 어려움들을 겪고 있는 이들을 보다 정확하게 설명하는 이론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mind

    <참고문헌>

  • Wolfers, T., Doan, N. T., Kaufmann, T., Alnæs, D., Moberget, T., Agartz, I., ... & Andreassen, O. A. (2018). Mapping the heterogeneous phenotype of schizophrenia and bipolar disorder using normative models. JAMA psychiatry, 75(11), 1146-1155.
  • Alnæs, D., Kaufmann, T., van der Meer, D., Córdova-Palomera, A., Rokicki, J., Moberget, T., ... & Brandt, C. L. (2019). Brain heterogeneity in schizophrenia and its association with polygenic risk. JAMA psychiatry.
  • Woo, C. W., Chang, L. J., Lindquist, M. A., & Wager, T. D. (2017). Building better biomarkers: brain models in translational neuroimaging. Nature neuroscience, 20(3), 365.
곽세열 서울대 심리학과 임상심리 박사수료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임상심리학 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최진영 교수님이 운영하는 임상신경과학 연구실에서 어떤 노인이 인지기능과 건강한 뇌를 잘 유지할 수 있는지, 어떤 요인으로 치매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뇌과학이 정신병리와 만나는 지점에 대해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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