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인생에게 말하는 것
상태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죽음이 인생에게 말하는 것
  • 2019.08.22 13:00
죽음은 삶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한면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 죽음이 우리 각자의 삶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지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인간의 실존, 유한하고 때론 무력한 존재

인간의 삶은 불완전하다. 왜냐하면 인간의 존재 자체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인간의 실존적인 특성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이나 가까운 누군가가 질병이나 사건·사고로 인해 죽음을 직면하게 되면, 우리는 유한한 존재와 무력한 인생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역경으로 인해 때론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보다는 살아가야 함에 대한 깊은 무게와 걱정이 압박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삶과 죽음에 대한 갈림은 모두가 피할 수 없는 만인에게 공평한 조건이기도 하다.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 1862~1918. “Tod und Leben” Death and Life, 1910/15, 캔버스에 오일, 1,805  × 2,005 mm,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미술관 소장.
삶의 본질이 사랑이라면, 죽음은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이별이 될 것이다. 죽음 앞에서 못다한 사랑을 애달파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모른다. 오스트리아 상징주의 화가 클림트는 죽음과 삶의 대비를 이토록 극적으로 묘사했다.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 '죽음과 삶', 1910/15, 캔버스에 오일, 180.5 × 200.5 cm,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미술관 소장.

죽음 앞에서 삶을 조우한다는 것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은 우리가 흔히 경험할 수 없는, 그러면서도 보통은 어떠한 경험보다도 강력한 삶의 역경이다. 죽음이 어느 누군가의 것이 아닌, 나의 것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것으로 다가올 때 우리는 좌절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죽음 그 자체보다 죽어감의 과정이 더 고통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죽어감의 과정 가운데 수많은 삶의 기억과 생각들이 교차하게 될 테니 말이다.

실제로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 역시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후회는 개념적으로 인지적인 것과 정서적인 것을 포함하는 것으로, 후회를 하게 되면 정서적으로 불만족과 불쾌감을 동반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못한 것,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인지적으로 반추하는 경험도 한다Tomer & Eliason, 2008. 그리고 이것이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삶에 대한 통합의 반대 개념인 절망despair으로 다가오기도 한다Erikson, 1963.

사람들이 후회하는 것들

그렇다면 사람들은 삶의 마지막에 어떤 후회를 할까? 과거에 대한 후회에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와 한 것에 대한 후회가 있는데, 사람들은 보통 과거에 한 일보다는 하지 못한 일에 대해 더 후회를 한다Tomer & Eliason, 1996. 예를 들어, 자신이 더 많은 물질을 축적하지 못하고 고생만 하다 죽게 되는 것을 후회하거나 원망하기도 하고, 타인에게 나의 것을 더 나누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후회하는 것은 대인관계와 관련되는 것 같다. 깨어진 가족관계, 용서하지 못한 타인, 단절되고 고립되어 느끼는 외로움에 대한 후회가 많다. 이러한 후회는 자신의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해석하고 마무리할 것인지 즉 죽음에 대한 불안과 큰 연관이 있다장민희, 정태연, 2018.

흥미롭게도 이러한 후회는 젊은이들의 경우와도 매우 흡사하다. 토머와 엘리아슨은 백여 명의 대학생들에게 과거 후회할만한 일을 제시하고 어느 정도 후회하는지 평가하도록 했다Tomer & Eliason, 2005. 그 결과,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후회하는 것은 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충분히 관계를 맺지 못한 것, 친구나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것 등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소수의 공통된 후회에는 돈의 축적과 같은 것이나 건강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 등이었다.
 
죽음이 주는 삶의 의미

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주고 많은 것을 남겨준다. 죽음은 존재와 삶에 대한 반추를 하게하는 강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추의 힘이 과거의 삶을 후회하게 만들어 우리를 힘들게 할 수 있지만, 그것을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은 자신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저자는 한 동안 ‘호스피스’와 ‘죽음’에 대한 연구를 한 경험이 있다. 어린 나이에 무턱대고 시작한 연구 주제였는데, 아직도 생생한 기억의 조각판으로 남아있을 만큼 큰 의미이다. 그리고 때로 내 인생의 무게와 불안감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 그때의 기억을 다시금 꺼내보기도 한다.

혹시 인생을 살아가면서 삶이 너무 버겁게 느껴진 적이 있는가? 그러면 언젠가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될 자신의 죽음을 생각해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죽음 앞에서 당신은 무엇을 후회하고 있을까.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 현재의 삶을 불평하는 일, 나의 여러 삶의 조건에 불만족하는 일. 그 모든 것이 언젠가는 되돌릴 수 없는 후회로 다가올지 모른다. 특히나 내 옆에 소중한 사람에 대한 가치를 알지 못하는 것은 머지않아 큰 후회가 될지 모른다.

오늘 하루를 후회 없이 살아가는 일, 내 옆 자리를 지키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 이것은 우리가 유한한 존재인 탓에 반드시 깨달아야할 삶의 가치들이다. 이러한 점에서 죽음은 인생에게 오늘을 가치 있게 살아야할 이유와 희망을 제시하는 삶의 역설이지 않을까.mind


<참고문헌>

  • Erikson, E. H. (1963). Childhood and society (2nd ed.). New York: W. W. Norton.
  • Tomer, A. & Eliason, G. T. (1996). Toward a comprehensive model of death anxiety. Death Studies, 20, 343-365.
  • Tomer, A. & Eliason, G. T. (2005). Life regrets and death attitudes in college students. Omega, 51, 173-195.
  • Tomer, A. & Eliason, G. T. (2008). Regret and death attitudes. In A. tomer, G. T. Elisson, & P. T. P. Wong (Eds.), Existential and spiritual issues in death attitudes, (pp. 159-172). New York: Lawrence Erlbaum Associates.
  • 장민희, 정태연 (2018). 호스피스 봉사 경험이 삶과 죽음 태도 변화에 미치는 영향. 스트레스연구, 26(2), 95-102.
장민희 중앙대학교 심리서비스 연구소 사회및문화심리 Ph.D.
중앙대 심리학과에서 사회 및 문화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자아존중감의 기존 개념을 비판하면서 자기초월성의 개념적 확장을 제안하는 논문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중앙대 부설 연구소에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심리학 기반의 교육콘텐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