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많이 벌수록 더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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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많이 벌수록 더 행복할까?
  • 2019.08.26 12:50
행복은 소득순인가?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행복은 소득이 늘어날수록 증가하다가, 소득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멈추거나 오히려 떨어진다고 한다.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까?

돈과 행복 간의 관계는 심리학에서 오랫동안 연구해온 주제 중 하나다. 지금까지 연구자들 사이에서 합의된 결론은 소득과 행복이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수록 더 행복한 편이다. 다만 연구자들이 아직까지 확실하게 결론내리지 못한 지점은 이러한 소득과 행복의 관계가 무한정 비례하는가 하는 점이다. 소득이 늘어날수록 행복도가 끝없이 높아질까, 아니면 소득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행복도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을까? 만약 소득과 행복의 관계가 후자에 가깝다면, 소득이 얼마일 때 행복이 더 이상 소득에 비례하지 않을까?

빅터 듀 브레 일 Victor Dubreuil 1842~약 1946(American/French). ‘돈의 균형’ BARRELS OF MONEY, 1897, 캔버스에 오일, 63.5 x 76.2 cm, 개인소장.
빅터 듀 브레 일 Victor Dubreuil 1842~약 1946(American/French). ‘돈의 균형’ BARRELS OF MONEY, 1897, 캔버스에 오일, 63.5 x 76.2 cm, 개인소장.

이 질문에 대한 조금 더 확실한 답을 얻기 위해 Jebb과 동료들은 164개국에서 170만 명 이상을 표집한 갤럽 세계 설문조사를 분석하여 Nature Human Behavior에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행복의 지표로 세 가지 측정치(자신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긍정적 정서, 부정적 정서)를 사용하였다. 소득의 지표는 각국의 통화로 보고된 월 가구 소득을 달러화된 연간 가구 소득으로 변환한 후, 가구 구성원의 수를 고려하여 연간 개인 소득으로 산출하였다.

일정한 한계가 있다

분석 결과, 연구자들은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더 이상 행복이 증가하지 않는 '만족점'satiation point이 세 가지 행복 지표 모두에서 발견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돈을 많이 벌수록 행복해지기는 하지만, 거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소득이 얼마일 때 만족점이 나타날까? 전 세계적으로 평균을 내보았을 때 삶에 대한 평가는 1인 기준 연 소득이 약 95,000 달러(한화 약1억1천 만원)일 때 만족점이 나타났다. 긍정적 정서는 1인 연 소득이 60,000 달러(약7천 만원)일 때, 부정적 정서는 75,000 달러(약9천 만원)일 때 만족점이 나타났다.

예를 들면, 소득이 95,000 달러 이하일 때에는 그 소득이 삶에 대한 평가를 높이는 데 기여하지만, 소득이 95,000 달러를 초과하게 되면 더 이상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추가적으로 기여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흥미로운 점은 삶에 대한 평가에 대한 만족점인 95,000 달러를 넘어서게 되면, 삶에 대한 평가 점수가 오히려 떨어지는 '전환점'turning point효과가 발견되었다. 이러한 전환점 효과는 긍정적 정서나 부정적 정서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지역별, 성별 차이

연구자들은 더 나아가 164개국을 9개의 지역으로 분류하여 각 지역마다 소득에 대한 만족점이 다른지를 알아보았다. 그 결과, 대체적으로 부유한 국가들이 많은 지역일수록 만족점이 늦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삶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았을 때 서유럽/북유럽($100,000), 북미($105,000), 호주/뉴질랜드($125,000), 동아시아($110,000), 중동/북아프리카($115,000) 국가들에서는 10만 달러 이상에서 만족점이 나타나는 반면, 동유럽/발칸반도($45,000), 동남아시아($70,000), 남미/캐리비안($35,000),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40,000) 국가들에서는 7만 달러 이하에서 만족점이 나타났다. 지역별 전환점 효과는 역시 삶에 대한 평가에서만 나타났는데, 9개 지역 중 동아시아, 서유럽/북유럽, 북미 국가 등 5개 지역에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지역 외에도 만족점에 관한 남녀 간에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았으나,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하지 못했다. 삶에 대한 평가를 예로 들면, 여자는 10만 달러에서, 남자는 9만 달러에서 만족점이 나타났다. 교육 수준에 따른 만족점 차이를 알아보았을 때,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세 가지 행복 지표 모두에서 만족점이 나중에 나타나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는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기대하는 소득이 늘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흔히 사람의 돈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만족점 이상으로 돈을 벌 때 오히려 삶에 대한 평가가 하락했다는 연구 결과를 곱씹어보면 그 욕심을 어느 정도는 내려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만족점'까지 돈 욕심을 부리는 것이 최적의 소득으로 최대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mind

    <참고문헌>

  • Jebb, A. T., Tay, L., Diener, E., & Oishi, S. (2018). Happiness, income satiation and turning points around the world. Nature Human Behaviour, 2, 33-38.
최혜원 University of Virginia 사회심리학 Ph.D.
연세대 심리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 및 사회생태학적 변인과 행복의 관계, 대인 판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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