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은 왜 이렇게 빨리 확산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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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은 왜 이렇게 빨리 확산이 되는 걸까?
  • 2019.08.29 13:00
'코칭’이라는 표현은 이제 우리 삶의 곳곳에서 발견된다. 진로코칭, 학습코칭, 부동산코칭… ‘컨설팅’이라는 표현이 슬금슬금 ‘코칭’으로 대치되고 있는 듯하다. 왜 이런 현상이 계속되는 것일까?

자소서 코칭?

수능을 앞두고 대학입학원서를 접수할 무렵이면 일부 수험생들은 원서와 함께 첨부해야 하는 자기소개서의 첨삭지도(일명 자소서 코칭’)를 받기위해 입시 학원으로 간다. 몇몇 고등학교에서는 아예 자소서 코칭의 날을 정해 원하는 수험생들에게 일괄적으로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자신의 특징, 장점, 진학을 위한 노력 등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텐데 이것에 대한 지도를 받는다는 것이 좀 이상하기는 하다. 하지만 자소서 코치와 대화를 나눠본 수험생들은 혼자서 컴퓨터 자판과 씨름하며 작성했던 자소서를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확신이 생겼다는 반응이다.

자소서 코칭을 받은 몇몇 수험생들에게 질문하여 복원해 본 자소서 코치들의 주요 질문은 다음과 같다.

  • 자소서를 내는 목적은 00이거든, 어때? 목적과 잘 맞는 것 같아?
  • 아무개가 자소서를 검토하는 사람이라면 뭘 중요하게 볼 것 같아?
  • 본인의 자소서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강조하고 싶어?
  • 고등학교때 가장 열심히 했던 활동이 뭐야? 그걸 전공과 어떻게 연관시키면 좋을까?
  • 어떤 부분은 선생님이 보기에 좋은 강점인 것 같은데 별로 강조를 하지 않았네. 이유가 뭐야?

위 질문들은 코칭심리학계의 거장 GrantPalmer가 정의한 코칭의 정의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코칭은 임상적인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코치와의 협동적, 해결 중심적, 결과 지향적 과정을 통해 자기 주도적 학습, 개인적 성장, 그리고 목표달성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Grant & Palmer, 2002.

수험생들은 코치와 함께 과제(자소서)의 목표를 확인하고, 코치의 질문에 답하면서 과제 완수를 위한 다양한 시각을 취해보고, 때로는 관점의 전환도 경험한다. 결국 수험생은 ‘'!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혹은 ‘'내가 왜 진작 이생각을 못했지!'’라는 느낌과 함께 기존의 자소서를 자신의 의지에 따라 수정한다

이제 우리는 정보가 너무 많아 오히려 결정에 방해가 되고, 원하는 정보는 얼마든지 얻을 수 있지만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협동적, 해결중심적 대화가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한 것이다. 그래서 자소서 컨설팅이 아닌 자소서 코칭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고민했던 아리스텔레스나 공자 같은 철학자들이 인류 최초의 카운셀러였는지 모른다. 사진은 고뇌에 찬 눈길로 호메로스의 두상을 쓰다듬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모습이다. 렘브란트Rembrandt (1606–1669. '호메로스의 뒤상을 쓰다듬는 아리스토텔레스', 1653, 캔버스에 오일, 143.5 * 136.5 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고민했던 아리스텔레스나 공자 같은 철학자들이 인류 최초의 인생 코치였는지 모른다. 사진은 고뇌에 찬 눈길로 호메로스의 두상을 쓰다듬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모습이다. 렘브란트Rembrandt, 1606~1669. '호메로스의 뒤상을 쓰다듬는 아리스토텔레스', 1653, 캔버스에 오일, 143.5 ⅹ 136.5 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인간의 기본심리욕구와 코칭

코칭은 기본적으로 코칭을 받는 사람(피코치)에게 목표 달성을 위한 힘(잠재력)이 있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코치의 역할은 피코치에게 부족한 지식과 기술을 들이 붓는pouring in 것이 아닌, 피코치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끌어 내는pulling out 것이다. 피코치는 코치의 (적절한)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의 내면에 있었던 조각들을 새로이 맞추어보고 통합하여 자신만의 해답을 완성시킨다. 이러한 코칭 과정은 DeciRyan이 자기결정성 이론을 통해 주장한 인간의 기본심리욕구Basic Psychological Needs를 정확히 충족시킨다Deci & Ryan, 2002. 기본심리욕구란 인간이 효율적으로 기능하고 성장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충족되어야 하는 선천적인 욕구들로 자율성Autonomy, 유능성Competence, 관계성Relatedness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5 + 5 = ? 

정답이 하나인 질문이다. 과정을 정하면 결과가 대충 예측되던 시절에는 모두가 하나의 정답을 향해 한 방향으로 뛰었다. 그러나 현대는 정답이 없는 시대. 하나의 정답이 있기보다는 다양한 해답들이 있으며, 특정 계층이 정답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것을 다른 계층에 전수해주기 보다는 매일매일 새로운 방식의 해답들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시대인 것이다. 이제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 + ? = 10 

이 질문에는 (소수점까지 활용한다면) 셀 수 없이 많은 해답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방식으로 10을 만들고자 선택할 것이다. 이를 실행에 옮기면서 유능감을 경험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방법, 혹은 재미 있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어쨌건 모두 자율성 욕구가 충족된다. 자율성이란 개인이 외부의 압박 없이 자신에게 중요한 것과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결정하고자 하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주체라고 느끼기를 원하는 욕구이다.

관계성 욕구는 코치와의 상호작용에서 충족될 수 있다. 코치의 역할은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10을 만들고 싶습니까?’를 묻기도 하지만 혹시 피코치가 57을 더해서 10을 만들겠다고 대답한다면, 덧셈의 법칙을 알려주거나 최소한 같이 연구해 볼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10은 만들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피코치가 있다면, 그에게 필요한 것이 지식인지, 동기인지, 혹은 행동 실행인지를 판단하고 적절한 접근법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코치는 질문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피코치의 사고를 촉진하고 안내하는 사고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피코치는 자신의 목표달성을 위해 함께 전념하는 코치와 안정적인 신뢰관계 형성을 경험하게 되고 이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본심리욕구의 충족 정도는 개인의 동기 및 안녕 수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Deci & Ryan, 2000.  , 개인이 어떤 행동을 하면서 자율성과 유능성이 보장되고 타인과의 정서적 결속을 느낄 수 있다면, 개인은 그 활동을 더 하거나 유지할 수 있는 동기가 유발되며 심리적 안녕감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역으로 추론해 보면 인간은 기본심리욕구를 향한 굴성Tropism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이러한 특성을 유인하는 강력한 자극 중의 하나가 코칭일 것이다.

사족 하나: 세자이언트 세쿼이아 나무

미국 캘리포니아의 세쿼이아 앤 킹스 캐년 국립공원Sequoia & Kings Canyon national Park은 만년설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 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세쿼이아 나무가 있는데, 높이만도 82m 정도 된다. 나무 한 그루로 방 다섯 개를 가진 목조주택 40채를 능히 지을 수 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나무들은 뿌리가 깊이 박힌 것도 아닌데, 온갖 모진 강풍을 여유롭게 견뎌내고 있다. 뿌리끼리 얽혀 거대한 나무를 서로 지탱해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세쿼이아 나무들의 존재방식처럼 거대해진 인간들도 21세기의 환경에 적응하고 번영하기 위해서 서로서로 연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 중의 하나가 혹시 코칭이 아닐까? mind

    <참고문헌>

  • Deci, E. L., & Ryan, R. M. (2000). The "what" and "why" of goal pursuits: Human needs and the self-determination of behavior. Psychological Inquiry, 11(4), 227-268.
  • Deci, E., & Ryan, R. (Eds.), (2002). Handbook of self-determination research. Rochester, NY: University of Rochester Press.
  • Grant, A.M. & Palmer, S. (2002). Coaching Psychology. In Workshop and meeting held at the Annual Conference of the Division of Counselling Psychology, British Psychological Society, Torquay, 18 May.
이희경 피비솔 대표 사회심리 Ph.D.
'건강한 사람의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코칭에 심리학 이론을 접목시키는 노력을 20년째 하고 있다. 국내 코칭심리학의 탄생에 일조했고 현재 한국코칭심리학회장을 맡고 있는데 소망이 있다면 더 많은 심리학자들이 코칭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코칭에서 만나는 다양한 개인들을 관찰하며 인간의 마인드 즉, 인지, 정서, 동기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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