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로 좋은 것을 원하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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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로 좋은 것을 원하는 당신에게
  • 2019.08.28 16:45
우리는 구매할 때 최고의 상품을 원한다. 그러나 만족 극대화자가 꼭 좋은 것일까? 상품의 바다를 헤매는 당신에게 필요한 지혜가 여기에 있다.

잠들어 버린 만족 극대화자

여기 평범한 성인 남성이 있다. 퇴근 후 TV를 켠 그는 좋아하는 스포츠 뉴스에 시선을 고정한 순간에도 끊임없이 편성표를 돌려보며 더 재미있는 프로가 방송 중인지를 찾아본다. TV에 흥미를 잃은 그는 휴대폰을 들고 운동화 쇼핑을 시작한다. 그는 판매 중인 수 많은 운동화를 계속 클릭해보며 어떤 운동화를 사야 최고로 만족스러울지를 고민하다 결국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잠이 들고 말았다.

물건을 살 때나 국가를 운영할 때 적당히 욕망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이 러시아까지 점령할 필요는 없었다. 러시아 침공에 실패하고 퐁텐블로에 유배되어 있던 나폴레옹의 모습이다. 역사적 인물을 즐겨 그렸던 Paul Delaroche의 작품으로 나폴레옹의 복잡한 심리가 잘 표현되어 있다.
물건을 살 때나 국가를 운영할 때 적당히 욕망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이 러시아까지 점령할 필요는 없었다. 러시아 침공에 실패하고 퐁텐블로에 유배되어 있던 나폴레옹의 모습이다. 역사적 인물을 즐겨 그렸던 폴 들라로슈의 작품으로 나폴레옹의 복잡한 심리가 잘 표현되어 있다. 폴 들라로슈Paul Delaroche, 1797~1856. '퐁텐블로에서 퇴위한 나폴레옹', 캔버스에 오일, 180.5 ⅹ 137.5 cm,  라이프찌히 Museum der bildenden Künste 소장. 

이 남성에게서 어쩐지 당신의 모습이 보이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극대화자'maximizer일 확률이 높다. 사회심리학자 Schwartz는 최고의 선택을 하고자 하는 욕구 수준에는 개인차가 있다고 주장하며 선택 상황에서 가장 좋은 선택을 내리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을 ‘극대화자’ 라고 명명하였다Schwartz, 2004.

극대화자의 대표적 특징은 차선second best에 만족하지 못하고 최고best만을 추구한다는 데에 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들은 가능한 많은 대안을 찾아보고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 그들은 이 세상 어딘가에는 분명히 내가 보고 있는 운동화보다 더 나은 것이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그 이상적인 운동화를 찾기 위해서는 기꺼이 노력을 쏟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중 하나를 고르는 작업은 극대화자들에게 매우 불편한 경험이다. 그들은 ‘이제 더 못 찾겠다’ 내지는 ‘그래도 이 운동화가 저 운동화보다는 괜찮은 것 같으니 그냥 사자’와 같은 체념을 동반한 선택을 내린다.

그들은 더 나은 선택을 하는가?

그렇다면 극대화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하는가? 연구에 따르면 그 대답은 ‘그렇다’ 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다’ 이기도 하다. 콜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의 Iyengar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11개의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인 취업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조사를 진행하였다Iyengar et al., 2006.

그들은 먼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구직 정보를 찾아보는지, 얼마나 많은 곳에 지원할 예정인지, 또한 구직 과정에 얼마나 괴로움을 느끼는지를 물었다. 3 달 후 이 연구자들은 실제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에게 직장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 연봉은 얼마나 되는지를 물어보았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극대화 성향이 높은 취업 준비생들은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구직 과정에서 더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하였지만 그 덕분에 극대화 성향이 낮은 취업 준비생들보다 평균 20% 가량 높은 연봉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높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본인의 직장에 덜 만족하고 있었다.

선택에 대한 낮은 만족도

극대화자들은 더 나은 선택을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생각해보면 최고의 선택을 하고자 하는 극대화자의 욕구는 객관적으로는 더 나은 대안을, 주관적으로는 덜 만족스러운 대안을 선택하게 한다는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극대화자가 본인이 내린 선택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제일 만족할 만한 대안을 선택하기 위해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현재 나의 직장이 얼마나 만족스러운가를 판단할 때 우리는 내 직장의 아쉬운 점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는데 30 개의 구직 기회를 탐색한 사람은 3 개의 구직 기회를 탐색한 사람보다 내 직장이 가지지 못한 것(하지만 다른 직장은 가지고 있었던 것)을 더 쉽게 또 더 많이 떠올린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극대화자들은 본인의 선택에 낮은 만족을 보이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만족스런 결정을 내리고 싶다면 극대화자가 되기 보다는 '만족자'satisficer가 되라고 조언한다. 선택 상황에서 만족자는 이 대안이 내 기준에 부합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관심이 있다. 만족자는 ‘10만원 이내의 A 브랜드 운동화’ 라는 본인이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제품이라면 구매를 진지하게 고려한다. 만족자는 단지 낮은 수준의 목표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선택에 있어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복잡한 대안 탐색 과정을 단순화하여 효율적으로 선택을 내리는 사람인 셈이다. 만족자는 극대화자보다 객관적으로 열등한 대안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그 보다 나은 대안을 선택한 극대화자보다 더 높은 만족을 경험한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결코 모든 집을 볼 수 없다

살 것의 바다, 사고 싶은 것의 우주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사실 최고의 상품을 찾기 위한 사냥꾼의 마인드로 살아간다. 특히 새 차를 사거나 새 집을 구할 때 (심리학 용어를 사용하자면 관여도가 높은 제품을 구매할 때),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최고로 좋은 것을 찾아보자!’ 라는 마음을 품지 않는 소비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잊지 마시라. 당신은 결코 모든 집을 살펴 볼 수 없고 당신의 꿈의 집은 존재하지 않을 수 있음을. 당신이 원하는 가까운 지하철역과 조용한 이웃이 확보되었다면 좁은 부엌과 조금 먼 슈퍼는 당신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음을. mind

    <참고문헌>

  • Iyengar, S. S., Wells, R. E., & Schwartz, B. (2006). Doing better but feeling worse: Looking for the “best” job undermines satisfaction. Psychological Science, 17(2), 143-150.
  • Schwartz, B. (2004, January). The paradox of choice: Why more is less. New York: Ecco.
임혜빈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교수 심리학 Ph.D.
현재 광운대학교 산업심리학과에서 소비자∙광고 심리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판단∙의사결정 행동에 대해 연구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나는 왜 이렇게 무엇을 고르고 결정하는 것이 어려운가?’ 하는 개인적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의사결정 연구를 시작하였다. 지금은 ‘왜 인간은 자꾸 잘못 고르는가?’, ‘어떻게 하면 인간은 좀 더 잘 고를 수 있을 것인가?’ 와 같은 보다 거시적인 질문에 조금이나마 답해보고자 배우고 연구하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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