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은 더 안전하게 운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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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은 더 안전하게 운전할까?
  • 2019.08.30 19:55
감정은 우리의 일상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동력이자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다양하게 채색하는 렌즈와도 같다. 특정한 감정 상태는 우리가 운전하는 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운전이 힘들 때

운전을 하다 보면 답답하고 화가 나는 상황에 자주 놓이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평소에는 유순한 양 같다가도 운전대만 잡으면 야수로 돌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운전할 때 우리는 여러가지 이유로 다양한 감정상태에 놓이게 된다. 도로변에 사고로 엎어져 있는 차를 보고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내 차 앞의 좁디 좁은 공간으로 깜빡이도 켜지 않고 끼어드는 차를 보면 화가 나기도 하며, 경치 좋은 지역에서 뻥 뚫린 고속 도로를 빠르게 질주할 때에는 행복감과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감정상태가 운전 그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운전과는 무관하게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감정도 있다. 예를 들어, 출근 전에 배우자와 크게 싸움을 했다면,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아 씩씩거리고 있거나 이미 마음이 풀어져 미안한 마음으로 운전을 하고 있을 수 있다. 혹은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마음 한 구석이 걱정으로 가득 차 있을 수도 있다. 운전에서 비롯되는 것이든 다른 상황때문이든 우리의 감정 상태는 이렇게 운전이라는 목표 행동에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Mary Stevenson Cassatt, American, 1844 - 1926 (1844 - 1926).  A Woman and a Girl Driving, 1881, 캔버스에 오일, 897.64mm  ×  1,306.07mm, 필라델피아 미술관 소장.
화가 난듯한 여인이 마부를 뒤로 하고 직접 말을 몰고 있다. 그녀가 잘  운전할 수 있을까? Mary Stevenson Cassatt, 1844 - 1926. A 'Woman and a Girl Driving', 1881, 캔버스에 오일, 897 × 1,306 cm, 필라델피아 미술관 소장.

분노가 운전에 미치는 영향

아직 정서와 인지의 상호작용에 대한 단일한 이론은 없지만, 심리학자들은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에 정서 상태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이 없다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특히나 운전과 같이 역동적이고 복잡한 행동에는 정서의 영향이 매우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공학 심리학자들은 안전 운전을 위한, , 운전 수행에 있어 정서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 중 하나가 어떤 감정이 운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밝히는 일이다.

대표적인 예로, 많은 심리학자들이 분노가 운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연구해왔다. 우리 일상에서의 경험과 관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화가 난 운전자들은 더 많이 교통법규를 위반하고 차선을 지키지 않으며, 과속을 하는 등 공격적이고 위험한 운전 행동을 보인다. 불안과 초조함이 운전자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있는데, 불안한 운전자들이 전체 상황을 보지 못하고 부분에 몰두하거나, 초조한 운전자들이 더 안좋은 운전 수행을 보인다는 연구들이다.

특정 정서와 운전

문제는 이러한 연구 대부분이 자기 설문이나 기억에 의존하여 사고와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는 데 있다. 따라서,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운전자들이 특정한 정서 상태에 있을 때 실제로 어떻게 운전하는지를 관찰하기 위해 가상현실로 제작된 운전 프로그램driving simulator을 이용하여 여러 번의 실험을 진행하였다.

운전 경력이 최소 2년 이상인 젊은 운전자들을 모집하여 먼저 특정한 감정을 유발했던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 내용을 글로 쓰도록 하였다. (다양한 정서 유발 기법 중에 자기 기억을 글로 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정서 유도 과정 후에 참가자들은 운전 모의 실험 장치를 이용해 운전을 하였고, 연구자는 운전 수행을 관찰하고 분석하였다. 예상대로 화가 났던 기억을 떠올렸던 운전자들의 수행이 가장 안 좋았다Jeon et al., 2014. 이들은 잦은 차선 위반과 속도 위반을 하였고, 멈춤 표시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예상과 달리, 두려움을 가지고 운전한 운전자들은 중립적인 운전자, , 특정 정서를 유도하지 않은 집단과 유사한 정도의 괜찮은 운전 수행을 보였다. 이 결과는 초보 운전자들이 3-4년 경력을 가진 운전자와 비교했을 때, 사고를 더 적게 낸다는 상식과 부합한다. 초보 운전자들은 어느 정도의 두려움이 있어서 방어 운전을 하기 때문이다.

행복감이 넘칠 경우

흥미로운 것은 행복감을 유도한 참가자 집단의 결과이다. 이전의 문헌에는 실제 경험적인 연구의 뒷받침없이 상식에 근거해서 행복한 운전자가 더 안전하게 운전할 것이라는 가설만이 있었다. 실제 실험 결과, 행복한 운전자의 운전 수행은 분노 집단과 유사할 만큼 나쁜 결과를 보였다. 물론 모든 행복감의 상태가 항상 더 안 좋은 운전 수행을 낳는 것은 아니겠지만, 과한 행복감은 운전자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운전 수행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결과는 정서 유도 직후 참가자들에게 물었을 때, 분노 집단은 두려움 집단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은 안전감을 보고한 반면, 행복 집단은 상대적으로 높은 자신감과 안전감을 보고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들의 운전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안 좋은 수행을 보인 행복한 운전자들이 자신들의 위험성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화가 난 운전자들보다 실제로는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행복과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감정이지만, 각성 상태가 낮은 느긋한운전자는 더 안전할까? 실제로 실험을 해보아야 정확히 말할 수 있겠지만, 아마도 반응 시간이 느려져 그다지 최적화된 상태는 아닐 것이다. 운전자의 정서를 추정하고 적응하는 지능형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만들 때 부정적인 감정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감정도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슬플수록 더 현명할

그렇다면, 슬픔을 유도한 운전자들의 운전 수행 결과는 어떨까? 심리학에는 슬플수록 더 현명하다는 표현이 있다. 슬픔의 부정적인 감정이 사람으로 하여금 집중력을 높이고 분석적인 사고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전이라는 복잡한 과제에서 슬픈 기억을 떠올린 집단은 더 나은 수행을 보이지 않았다Jeon, 2016. 슬픔을 유도한 운전자들의 운전 수행은 분노를 유도한 운전자들만큼이나 안 좋았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슬픔이나 분노를 유도한 운전자들이 정서적으로 중립적인 운전자들에 비해 같은 거리의 목적지에 더 오래 걸려 도착했다는 사실이다. 두 집단 모두 잦은 과속을 한 것을 생각해보면 얼핏 이 결과는 직관적이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이 또한 잦은 차선 위반을 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납득이 간다. , 이들은 안정적이지 않게 운전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화가 날 땐 운전대를 내려놓자

그러면 특정한 정서 상태의 운전자를 돕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기술을 설계할 수 있을까? 어떻게 운전자들이 정서를 조절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 혹은 정서 조절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운전 수행 결과를 개선하는 데에 초점을 둔 기술 개발을 하는 것이 더 나을까? 행복한 감정도 안전 운전을 위한 최상의 감정 상태가 아니라면, 운전자가 어떤 감정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할까? 실험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서로 다른 감정들을 정확하게 추정해 내는 기술이 우선 필요해 보인다.

화가 나거나 눈물이 날 때, 잠시 운전대를 놓고 마음을 다스리시라당신과 당신의 가족을 위해서, 또한 다른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mind

* mind note: 혹 분노와 슬픔, 행복감과 관련해 심리적 고통을 겪고있다면 이곳에 상담신청글을 남겨주세요. 심리전문가가 이야기를 채택, 재구성하여 기사글로 답변을 드립니다.

    <참고문헌>

  • Jeon, M., Walker, B. N., & Yim, J-B. (2014). Effects of specific emotions on risk perception, driving performance, and perceived workload. Transportation Research Part F: Traffic Psychology and Behaviour, 24, 197-209.
  • Jeon, M. (2016). Don't cry while you're driving: Sad driving is as bad as angry driving. International Journal of Human-Computer Interaction, 32(10), 777-790.
전명훈 버지니아공대 산업공학과/컴퓨터과학과 교수 공학심리 Ph.D.
가수의 꿈을 접고 전자회사에서 사운드 디자인을 하다가 영화 음악을 공부했다. 영화 음악가의 꿈을 접고 청각 디스플레이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버지니아공대 산업공학과와 컴퓨터과학과에서 Mind Music Machine Lab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기계(컴퓨터, 자동차, 로봇) 사이의 더 나은 상호작용을 디자인하기 위해 소리와 정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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