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고 적음을 잘 구별하면 수학을 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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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고 적음을 잘 구별하면 수학을 잘 합니다
  • 2019.09.02 10:00
생존능력이 뛰어난 동물들은 수 감각이 발달했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수량의 많고 적음을 잘 구별하는 사람이 숫자를 이용한 수학도 잘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수 민감도 강화훈련을 시킨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수학성적이 좋아질까요?

수 감각과 생존능력

사물의 수량을 파악하고, 수량의 많고 적음을 변별할 수 있는 능력은 생존과 직결됩니다Dehaene, 1997. 예를 들어, 물고기들은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되도록 더 많은 수의 물고기와 떼 지어 헤엄치는 것을 선호합니다. 배고픈 원숭이는 잘 익은 열매가 더 많이 달려 있는 나무를 골라서 타고 올라가며, 사자들은 영역을 침범하는 무리의 개체 수에 따라 싸울지 말지를 결정합니다. 이처럼 수량을 파악하고 비교하는 능력은 동물들의 생과 사를 결정합니다.

물론, 동물들은 사물의 수를 하나하나 세는 것이 아니라 빠른 시간 안에 대략적인 수를 파악하고 비교합니다. 이러한 능력을 대략적 수 감각 (이하, '수 감각')이라고 합니다. 태어난 지 몇 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신생아들도 (수량이 3배 이상 차이 날 경우에) 많고 적음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Izard et al., 2009. 신생아와 동물이 수 감각을 지닌다는 것은 이 능력이 학습을 필요로 하지 않는, 타고나는 능력임을 의미합니다.

연구자들은 수 감각이 생존에 필수적인 능력이기 때문에 진화되어왔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Pica와 동료들(2004)의 연구에 의하면, 5보다 큰 수를 의미하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Munduruku 부족민들도 수량 변별 민감도 (이하 '수 민감도')가 일반 프랑스인들과 유사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수 감각이 학습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진화된 능력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합니다.

로랑 드 라 하이드 Laurent de La Hyre, 1606–1656. Allegory of Arithmetic,1650, 캔버스에 오일.103.6 × 112 cm. Walters Art Museum 소장.
수학은 인류 문명의 출발부터 가장 중요한 학문이었다. 그림 인물이 들고 있는 책 위에는 수학의 아버지 피다고라스Pythagoras의 이름발견할 수 있다. 로랑 드 라 하이드 Laurent de La Hyre, 1606–1656. '수학의 알레고리', 1650, 캔버스에 오일.103.6 × 112 cm. Walters Art Museum 소장.

수학을 잘 하는 사람

수 민감도가 타고난 능력은 맞지만, 수 민감도에는 상당한 개인차가 있습니다. 놀랍게도, 수 민감도가 좋은 사람이 수학을 잘 한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De Smedt et al. 2009; Halberda et al. 2008; Libertus et al. 2011; Mazzocco et al. 2011; Starr et al., 2013; Lindskog et al., 2014. 어린 시절의 수 민감도가 이후 수학 성취도와 상관관계가 있고, 역으로 청소년기의 수 민감도가 유년기의 수학 성취도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또한 수학 학습 장애가 있는 아동들의 경우, 수 민감도가 정상 아동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Pinheiro-Chagas et al., 2014; Mazzocco et al., 2011; Piazza et al., 2010; Price et al., 2007.  역으로, 수학 교육을 받으면 수 민감도가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결론을 뒷받침하지 않는 연구 결과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수의 연구를 토대로 한 최근의 메타 분석 연구들에서 수 민감도와 수학 성취도가 유의한 관계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Chen & Li, 2014; Fazio, Bailey, Thompson, & Siegler, 2014; Schneider et al., 2017. 따라서 수량의 많고 적음을 변별하는 매우 기초적인 능력이 고등한 수학 성취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 주된 이론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언어 분야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영아기의 음소 변별 능력이 이후 단어 습득 능력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합니다Kuhl et al., 2008.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자극을 변별하는 매우 기초적인 지각 능력도 고등한 인지 능력의 밑거름이 된다는 예측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수 민감도 강화 훈련의 효과 

연구자들은 이러한 결과들에 기반을 두어, 수 민감도를 향상시키는 훈련이 궁극적으로 수학 성취도를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수학 학습 장애 아동들의 수 민감도가 저조하다는 증거들은 수 민감도 훈련을 통해 수학 학습 장애를 완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루어진 연구들에 의하면, 수량 변별 훈련을 통해 수 민감도를 향상시킬 수는 있으나, 그것이 숫자를 이용한 연산 능력 등 수학 성취도의 향상으로 전이된다는 증거는 미약합니다Szucs & Myers, 2017; Kim, Chang & Cho, 2018. (Park과 동료들의 연구에서는 점집합을 이용한 대략적인 연산 훈련을 통해 숫자를 이용한 연산 능력이 향상된다는 증거가 보고되었습니다만Park et al., 2014, 이는 대략적 연산 훈련의 효과로서 숫자를 이용한 연산 능력이 향상된 결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일반적으로 지능이나 기억을 향상시킨다고 광고하는 상업적 훈련 프로그램 역시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Owen et al., 2010. 인지 훈련 효과에 대한 리뷰에서 Bavelier와 동료들은 ‘훈련의 효과가 나타나는 영역은 직접적으로 훈련받은 능력과 유사성이 매우 높은 능력에만 국한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Bavelier et al., 2009.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수 민감도와 고등한 수학 성취가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것은 맞지만 수 민감도 훈련을 통해 수학 성취도를 향상시킬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정상 아동이 아닌 수학 발달 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한 훈련은 그 효과가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행이 저조하면 향상될 수 있는 폭이 큰 법이니까요.) 아무튼, 당신의 아이가 수량 변별을 잘 한다면, 앞으로 수학을 잘 할 가능성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mind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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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현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인지 신경과학 Ph.D.
UCLA 심리학과에서 추론과 문제 해결 등 고등 인지의 뇌기전을 연구하였으며, 인지 신경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Stanford University 의과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3년간 아동의 수학적 문제 해결 능력과 관련한 뇌의 발달적 변화를 연구하였다. 현재 중앙대 심리학과에 재직 중이며 수학적 인지, 고등 인지, 의사 결정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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