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습 그대로 사랑하기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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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습 그대로 사랑하기_2
  • 2019.08.31 17:30
외모 지상주의 시대,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컬럼비아대 바너드칼리지 심리학과 이윤아 교수가 세 차례에 걸쳐 근거있는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제 2편: 증가이론적 틀에서 외모지향성과  방향성

증가이론incremental theory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심리학 연구결과들에 비교해 볼 때, 이에 대한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론적 배경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여학생들과 그들의 부모들 또한 이러한 외모지향적 시대조류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 올바른 가치관을 설립하고 자녀들을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론적 제안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오늘은 심리학 이론의 틀에 빗대어 한 가지 길을 제안해 보고자 합니다.

한국 사회의 지나친 외모지향성을 심리학적 용어로 '증가이론'incremental theory에 빗대어 설명하고 싶습니다. 증가이론은 제가 제직해 온 Barnard college of Columbia University의 졸업생이시고, 현재는 Stanford University에서 심리학과 교수로 계신 Carol Dweck이 제안한 '지적 능력의 암묵적 이론'에서 나온 개념으로, 교육분야에서 큰 관심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그 중 성장형 마인드셋growth mindset은 지적 능력과 지적 성취가 노력과 학습에 의해 만들어지고, 언제든지 노력에 의해 변하거나 증가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가짐입니다. 심리연구들은 우리의 뇌가 노력으로 인해 변화될 수 있고, 도전을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성장형 마인드셋의 긍정적인 연구결과를 밝혀왔습니다.

Dweck 교수가 제안한 '암묵적 이론'의 주요 논지는, 사람들은 지적 능력이 어디서 오는지에 대한 두가지 암묵적 관점의 신념을 가지고 있는데, 그 신념이 한 사람의 심리적 삶, 사고, 정서와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지적 능력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이란, '존재론적 관점'entity theory과 '증가론적 관점' incremental theory입니다Dweck, 2007; Dweck & Legget, 1988.

증가이론과 존재이론의 차이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존재이론가들'은 지능이 고정된fixed 것으로 인식하기에, 노력이 아닌 자신의 고정된 지능과 능력이 성공을 가져온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고정형 사고방식fixed mindset은 노력을 피하게 하고, 향상을 위한 다양한 길을 모색하지 않게 합니다. 

반면, “증가이론가들”은 성공이란 우리의 정해진 능력이 아니라 노력과 학습, 훈련에 의해 결정되며, 그렇기에 자신이 노력할 때 자신의 지적 능력은 충분히 변할 수 있고malleable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기에 학생들의 학업성취에 대한 동기가 만약 성장형 사고방식growth mindset을 기반으로 한다면 실수를 크게 두려워하거나 상관하지 않고 오히려 실수를 통해 배울수 있다고 믿으며, 노력하면 자신의 능력이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믿게 됩니다.

이러한 신념은 성취와 성공을 이루어가는데 도움이 되는데, 왜냐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하면서 목적을 향해 인내심으로 가지고 나아갈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Dweck교수의 성장형 마인드셋은 교육분야에서 수행목표performance goals 보다 학습목표learning goals를 통한 배움의 과정을 학생들에게 강조하며, 긍정적인 교육적 시사점을 제공해오고 있습니다(전 편의 연재에서 언급한 '재능지향성'의 원동력을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Growth Mindset: 나는 더 예뻐질 수 있어?!

하지만, 이러한 증가론적 관점의 사고의 틀이 지적 능력이 아닌 삶의 다른 영역에 적용될 때, 한결같이 긍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지적 능력에 대한 성장형 사고방식의 긍정적 시사점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때로 오히려 존재론적 관점을 기반으로 한 고정형 사고방식이 우리에게 유익한 사고의 틀을 제공해 주는 경우들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과도하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외모지향성이 이러한 증가론적 사고방식의 틀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Dweck 교수 이론의 요점은 한마디로, 학생들이 '지적 능력'을 고정된 것으로 인식하느냐 혹은 변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지적 성취와 성공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요점의 틀을 '외모'에 확대 적용해본다면, 어떨까요. 사회에서 부과하고 있는 미를 성취하기 위해서 자신의 외모를 끊임없이 변하고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이 증가론적 사고방식을 떠오르게 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외모를 고정된 것으로 인식하느냐 혹은 변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느냐의 사고방식이, 외면적 성공과는 비할 수 없을 만큼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내면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Fixed Mindset: 지금 이 모습이 바로 나야

언젠가 <안녕하세요>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성형중독에 빠진 딸을 걱정하는 어머님의 사연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 어머니와 딸이 패널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며 한 이야기들이 인상깊었습니다.

“막 TV보면 이쁜 사람들 많이 나오잖아요. 나도 손 좀 대면 저리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도 있었고”

라고 말하는 것에서, 자신의 외모를 얼마든지 변시킬 수 있는 것으로 여기면서 손을 대고 노력하면 연예인들처럼 될 수 있다는 증가론적 사고방식의 틀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녀뿐만 아니라, 저를 비롯하여 한국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외모에 대해 이 과열된 증가론적 관점을 가져온 것 같습니다. 우리의 외모를 고정된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계속해서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면서, 끊임없이 획일화된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는 아름다움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외모를 고치고 변화시키려는 마음입니다.

만약 그 성형중독에 빠진 딸이 자신의 외모를 이미 자신에게 주어진 것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패널들이 존재론적 접근으로 상담을 도왔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어머니가 딸에게 “지금의 이 모습이, 바로 너라고” 말해주었으면 어땠을까요.

“네 눈에는 너의 모습이 아름답지 않고, 불만이 많겠지만, 네가 가진 예쁘다는 것에 대한 그 기준은 이 사회가 너에게 심어준 비현실적인 왜곡된 아름다움이야. 네가 거울을 볼 때, 너의 눈에 보이는 그 많은 흠들은 네가 없애고 바꾸어야 할 대상들objects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너만이 가진 놀랍도록 독특한 조합이고, 사실 그게 너를 너로 만들어주는 아름다움이라고. 너는 더이상 자연스러운 너의 얼굴을, 이 사회가 예쁘다고 여기는 모습으로 바꾸기 위해, 힘을 들일 필요가 없어. 왜냐하면 지금 이대로 너의 모습 그대로 충분히 아름답기 때문이야.”

라고 말해주었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성형에 중독된 딸이 자신의 외모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꿈 같은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눈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이 꿈 같은 상상은 두 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존재론자로서 현재 자신의 모습을 증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고정된 것으로 인식하는 것, 그리고 둘째는, 현재 자신의 신체적 외모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것입니다. 희망적인 것은, 우리가 외모에 대해 존재론자가 될 수 있다면, 이 두번째 사항 역시 가능하다고 연구들이 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신체 이미지에 대해 연구들은, 현재의 있는 모습 그대로의 외모를 인식하는 우리의 마음이 변화한다면 자신의 외적인 모습을 바라보는 눈을 충분히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설득합니다.

긍정적 신체 이미지 연구는 최근 십년간 더욱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입니다. 기존의 부정적 신체 이미지 연구들이, 외적으로 보여지는 신체적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 불만족, 섭식장애와 치료의 관점에서 주로 연구되어져왔다면, 긍정적 신체 이미지 연구는 우리가 우리의 신체 안에서 살아가는living in the body 복잡한 경험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시작되었습니다.

긍정적 신체 이미지 연구들을 활발하게 출간하고 있는 『Body Image』 저널의 현 편집장으로 있는 Tylka 교수와 그녀의 동료인 Piran 교수는 자신들의 저서에서Tylka, & Piran, 2019 이러한 출발을 설명하면서, '긍정적인 삶과 안녕감'과 관련된 신체 이미지 연구의 업적과 방향을 소개했습니다. "우리가 우리 몸에 거하는inhabit 긍정적인 방향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긍정적 신체 이미지 연구들은 자신의 신체에 느끼는 편안함, 자신과 신체의 연결, 신체에 대한 감사, 주체성, 신체에 대한 반응성, 조율, 기능성, 열정, 그리고 자기돌봄과 안전의 개념을 지향합니다.

이러한 개념들을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최근 Tylka 교수와 그녀의 동료가 리뷰한 긍정적 신체 이미지 연구들을 통해Tylka & Wood-Barcalow, 2015 어떻게 우리가 자신의 외적인 모습 안에서 어떻게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다양하고 포용적인 미

우선 효과성이 검증된 신체 이미지 프로그램들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자기 긍휼self-compassion적인 태도를 갖는 것, 다양하고 포용적인 미를 수용하는 것, 자기 신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 자기 몸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을 모델링하는 것, 신체와 몸무게에 초점을 두지 않는 지지적인 친구들과 교류하는 것, 그리고 자기 신체에 대한 감사를 통해 왜곡된 사회적 미의 기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과 같은 것들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부정적인 자기 신체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 긍휼이란, 자신의 자신감을 위협받는 도전적인 상황에서 (미디어 이상형에 부합하는 모델들을 TV나 SNS에서 접했을 때, 연인이나 친구에게 자신의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들었을 때) 이를 알아차리고, 어르어 주고, 어린 아이를 키우듯 양육해주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자신의 신체에 감사하는 마음과 깊이 연관되어 있었습니다Tylka, & Piran, 2019.

이 외에도, 자신의 외적인 모습보다 어떻게 내 몸이 느끼고 작용하는지에 초점을 두는 기능적인 신체지향성과, 자신의 몸이 경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만족감을 의미하는 기능적인 신체만족도는 긍정적 자기 신체 이미지를 이루는 요소들이 됩니다.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외모지향성을 높일 수 있는 외부 메세지와 자신의 신체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방해할 수 있는 외부 압력을 걸러내고, 긍정적 신체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정보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내면이 행복할 때 외면이 빛난다

자신의 외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 내면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내면 긍정성inner positivity은 ‘내면이 행복할 때 그것이 외적으로 아름답게 드러난다’와 같은 인식을 가지게 합니다. 이는 서두에서 언급한 “내면으로부터 외부로 향하는 접근inside-out approach"과도 일맥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면 긍정성은 긍정적인 신체 이미지와 긍정적인 감정, 그리고 적응적인 행동 (자신을 돌보고 타인을 돕는 것) 사이에 연결을 통해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만약 내면 긍정성이 강한 사람이 신체적 활동을 할 때, 그 신체적 활동의 의미는 자신의 체형을 사회적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가 아닌, 그 활동이 즐거움과 도전을 준다는 이유에서 비롯됩니다. 내면 긍정성은 직접적으로 자신을 돌보는 행동self-care behaviors으로 발현됩니다.

여기서 자기돌봄 행동이란, 예를 들어, '(주로 꾸준한 장기간 운동으로 이어지는) 즐기면서 운동을 하는 것, 요가와 같은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예방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케어하는 것, 영양가 있는 식단과, 기분보다 배고픔과 배부름의 내적 신호들에 근거한 식생활intuitive eating, 그 밖에 자기 몸을 소중하게 여기는 행동'과 같은 것들입니다.

외모지향성에서 외모돌봄행동으로

자기 신체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은, 위와 같이 왜곡된 사회적 미의 기준을 따라가기 위해 외모를 유지하고 향상시키려고 열심을 내기보다, 적응적 의미에서 자신의 외모에 투자하는 돌봄 행동을 보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신체 이미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신체를 방임하지 않습니다.

긍정적 신체 이미지는 이와 같이 여러 가지 측면으로 구현되는데,

그 중 한 측면으로 연구자들이 말하는 '적응적 외모투자adaptive appearance investment'는 자기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해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적응적 외모투자는 자신의 스타일과 성품과 자신감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자신의 외모를 잘 손질하고 가꾸고 다듬는 것과 같이, 외모와 관련된 '자기 돌봄행동'appearance-related self-care의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방식의 외모 관련된 행동들이 자신에게 이득이 됨을 인정하면서,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왜곡된 미를 거부하고, 건강한 행동을 통해 자신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몸을 돌보는 것입니다. 이처럼 적응적 외모투자는 여성으로서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의 외모를 잘 손질하고 가꾸고 다듬는 행동을 포함합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외모투자가 “부적응적” 외모투자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연구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매력적으로 느끼기 위한 동기를 가지고 외모에 관심을 갖는 행동 자체를 부적응적으로만 볼 수 없지만, 자기가치의 평가수단으로 외모를 인식하고 자신의 가치와 타인의 가치를 외모로 비교하는 것은 부적응적으로 평가된다는 것입니다Cash, Melnyk, & Hrabosky, 2004. Body Image 저널의 설립자 Cash 교수는 심리측정방식에 근거하여 외모투자appearance investment를 다음의 두가지 요인으로 제안했습니다.

우선, 매력적으로 느끼기 위한 동기를 가지고 해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외모에 관심을 두는 행동을 “동기적인 외모투자”로 정의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나가기 전에,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내가 좋게 보이는지를 확인한다’). 반면, “자기평가적인 외모투자”는 외모를 자신의 가치와 연결시키는 개념으로, 외모가 자신의 성격, 사회적 가치와 정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신념을 근거로 합니다 (신념의 예: ‘보여지는 내 모습은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중요한 부분이 된다; 나의 신체적 외모는 내 삶의 큰 영향이다’).

이러한 자기가치를 외모에 두는 성향은 부적응 적인 변인들과 연관이 높았습니다. 예를 들어, ‘미디어의 이상적 미를 자신의 미에 대한 신념으로 내면화 하는 것, 자신의 외모와 이상적 외모에 대한 불일치로 인한 신체불만족, 자신이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에 대한 완벽주의적 성향, 신체에 대한 불쾌감 (예를 들어, 배부를 때 부정적 기분), 자신의 신체 이미지가 매일의 기분이나 성생활 등 삶의 질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낮은 자존감, 섭식 문제와 관련 있었습니다. 반대로, 동기적인 외모투자는 부적응적인 변인들과 더 적게 연관되거나 아예 연관이 없었습니다.

연구들을 통해서도, 자기가치의 평가수단으로 외모에 공을 들이는 것과 매력동기/자기돌봄의 측면에서 외모에 공을 들이는 것의 차이를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긍정적 신체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은 부정적/평범한 신체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과 같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외모에 관심을 쏟는 정도가 비슷했지만, 자신의 가치를 외모에 기반해서 평가하려는 성향은 더 적었습니다see Tylka & Wood-Barcalow, 2015, for a review.

적응적 외모돌봄행동의 의미

이러한 결과들을 통합해 보면,

긍정적 신체 이미지를 가진 여성들도 스스로의 외모를 매력적으로 가꾸기 위해 다른 여성들처럼 노력하고 투자하지만, 중요한 한 가지 차이는 그것이 “나의 가치를 결정짓는 정체적 수단으로서의 투자라기보다, 나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꾸미고 싶은 동기적 측면의 수단으로서,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보살피는 행동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바로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행동이, 자신의 가치와 정체를 결정하지 않는 선(!)에서, 라는 의미입니다.

즉, 나의 외모가 나를 결정한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나의 가치와 성격과 스타일이 나의 외모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의식의 전환이 요구됩니다. 그것이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외모를 돌보되 외모에 사로잡히지 않는, 부적응적 외모지향성에서 적응적 외모투자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적응적 외모투자Tylka & Wood-Barcalow, 2015는 바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할 때 그것이 외모에 기반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특징지어 집니다. 그 외에도, ‘외부적인 미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서’ 자신의 외모를 바꾸려는 방법을 쓰지 않는다는 점과 (그 미의 기준를 쫓기위해 부적응적 성형수술이나 과도한 다이어트 등을 통해) 자신의 결점을 숨기거나 교정하기 위해 외모를 고치는 일에 ‘사로잡히지 않는다’는 점은 적응적 외모투자의 또다른 특징들입니다.

적응적으로 외모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러한 행동을, 세상에 적응하는 것으로 여깁니다Tylka & Wood-Barcalow, 2015. 왜냐하면 자신 스스로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행동이 되는 동시에, 또한 자신의 가치를 외모에 두지 않음으로서 외모로 어려움을 겪는 다른 여성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외모로 평가하지 않는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신체적 외모를 가꾸는 이유가, 사회적으로 이상적인 미를 쫓아가는 외모지향성으로부터 적응적인 외모투자 돌봄행동으로 방향성을 옮겨가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실체와 거울에 비추진 모습을 같을 수 없을 것이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거울 앞의 소녀', 1932, 캔버스에 오일, 162.3 × 130.2 cm, 뉴욕 Museum of Modern Art. 
나의 실체와 거울에 비추진 모습이 같을 수 없을 것이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거울 앞의 소녀', 1932, 캔버스에 오일, 162.3 × 130.2 cm,뉴욕 Museum of Modern Art. 

자신의 외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

앞서 Tylka 교수의 리뷰와 연구들을 통해 어떻게 우리가 긍정적인 신체 이미지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지 살펴보았습니다. 그 외에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Holmqvist & Frisén, 2012, 자신의 외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학생들은, 현대 사회가 미디어를 통해 강조하는 이상적 외모 (예를 들어, 서구문화에서는 “키가 크고, 마른 체형에 큰 가슴, 아름다운 광대, 긴 머리, 그리고 좋은 피부결, 작은 코, 긴 속눈썹과 부풀어 있는 입술로 대표되는 예쁜 얼굴”)를 비현실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고, 그러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만을 보여주는 미디어를 비판적 시점으로 평가합니다. 반면,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훨씬 더 포괄적이고 유연하고 주관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각 사람의 개성을 중시하고, 사람의 됨됨이와 성품을 외모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결국 우리사회가 학생들에게 비현실적이고 왜곡되지 않은, 건강하고 긍정적인 신체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 획일성을 벗어나 다양한 얼굴과 체형의 모델들을 통해 아름다움을 전달할 수 있는 미디어 매체를 촉구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동시에, 사람의 정체와 가치를 외모로 판단하기 보다, 각 사람의 개성과 됨됨이, 성품을 중시하는 사회문화가 자리잡아야 함을 가르쳐줍니다.

한국의 미적 기준에 대한 나의 경험

얼마전 학과 모임에서 제 동료교수가 한번은 저에게 물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정말 성형이 일반인들에게 당연하게 권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냐고, 그리고 회사에 입사할 때 사진을 붙여서 제출하는 것이 사실이냐고, 물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외모로 차별당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 되어 있기에, 즉 입사할 때 자기소개서에 사진을 내지 않도록 법적으로 인권이 보장되어 있기에, 제 동료에게는 한국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 생소하고 놀랍게 여겨진 것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교수로 자리잡기 위해 원서를 지원했을 때에, 그 어떤 곳도 제 사진을 요구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사람의 가치를 외적인 모습으로 평가하는 것을 저지하고, 결과적으로 “외적인 모습으로 차별당하는 일”을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집 앞 공원을 걷다가, 우연히 잠시 설문조사를 하기 위해 한국의 한 대학교에서 미국을 방문했다는 세 명의 여학생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함께 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미국와서 가장 다르게 느껴진게 무엇이냐는 저의 질문에, 한 학생이 ‘이곳에서는 모두 자기 있는 모습 그대로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남 신경안쓰고 다니는 것 같아 신기하다’는 이야기를 하며, 예를 들어, 뚱뚱해서 살이 삐져나와도 아무렇지 않게 노출하고 다니는 사람에 대해서 ‘만약에 자신이라면 입지 못할 옷을 입고 다닌다’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미국에 온지 며칠 되지 않은 친구들이 미국에 대한 인상으로, 한국과 첫 번째로 다른 점을 그렇게 꼽았다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다양한 얼굴과 몸매의 도시에서

뉴욕시의 거리에는 정말 다양한 얼굴과 다양한 몸매의 사람들이 모두 다른 패션에 다른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고, 그것은 우리에게 다르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저도 보스턴으로 유학을 처음 나왔을 때, 그 학생들과 똑같이 느꼈으니까요). 저희 아버지가 제 졸업식에 오셔서, 미국에는 “제 멋에 즐거운 사람들”이 많다고 하셨는데, 그 말은 곧, 한국에서는 제각각의 다른 멋에 빠져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으로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있는 모습 그대로 자기 개성이 존중되지 않는 사회 안에서 획일화 된 미와 그 시선에 우리가 이미 동조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어보자면, 미국에 13년 전에 보스톤으로 유학을 왔을 때, 다이어트를 하고 외모에 이런 저런 신경을 쓰는 저를 제 미국친구들은 의아하게 여겼습니다.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과 지인 중에는 외모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살을 빼기 위해 일상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없었고, 제가 한국에서 학생 시절 얼굴과 화장과 패션에 투자하며 살아온 것만큼 자기 외모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제 주위 미국 친구들과 동료들은 모두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편안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미국에서 살게 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서, 저는 저를 포함하여 많은 한국인들이, 우리 사회의 일종의 피해자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만약 다른 문화와 환경에서 자랐다면, 지금 우리가 느끼는, '미'에 대해 부과되고 있는 사회적 압력의 크기는 달라졌을거라 생각합니다. 여성의 미에 대한 획일화된 관점, 예쁜 것과 날씬한 것에 대한 칭찬을 넘어 동경과 숭배, 그리고 획일화된 미에서 벗어난 것은 못난 것이라는 인식과 그 미적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비하는, 이미 사회 곳곳에 만연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획일화된 미의 관점에서 벗어난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예의와 배려와 조심성sensitivity은 충격적으로 느껴질 만큼이나 결여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기 있다는 한국 예능 TV 프로그램에서, 놀라울 만큼이나 무신경하게, 획일화된 미적 사고를 표출하며 미적 기준에 충족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비하발언을 하거나 비웃는 것을 볼 때면 얼굴이 찌푸려지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몸집이 있는 여성에 대해, 개그라고 하면서 비하발언을 하거나 인격적 모독을 준다면, 실제로 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을지 모르는 비슷한 체형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지, 그리고 그 사람들의 사회생활에 그런 개그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혀 개의치 않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의 전형을 볼 때, 마음이 안타깝게 느껴지곤 합니다. 동시에 이는 우리나라 프로그램 메이커들과 연예인들이, 얼마나 아무런 공동체적 사회의식 없이 자신의 직업에 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방증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신체불만족도: 이상과 현실의 괴리

이러한 사회문화 안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획일화된 외모 이상형에 대한 미디어 영향과 그것을 여과없이 받아들이는 시대적 흐름이, “증가론적 사고방식”과 맞물려서 자신의 외모를 이미 정해진 자신의 것으로 취하지 않고 “흠”이 없는 더 완벽한 방향으로 끊임없이 변화시키려는 노력과 열망 그리고 결국은 부적응적 외모지향성으로, 우리 사회에 발현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실제로 국제 성형사회에서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한국자료가 있는 가장 최근 통계인 2015년 통계),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수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브라질에 이어, 측정된 전체 성형수술수가 전세계에서 3위를 기록했습니다ISAPS Global Statistics, 2016.

또한 한국 청소년은 미국청소년보다 더 높은 신체불만족, 즉 이상적 미와 자신의 실제 신체에 대한 괴리감, 몸무게에 대한 불만족,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족, 자신의 외모에 대한 타인의 부정적 평가가 더 심했고, 섭식 행동의 측면에서 살찌는 것에 대한 걱정과 실제로 식사를 제한하는 등 더 높은 섭식장애를 보였습니다Jung, Forbes, & Lee, 2009. 한국과 미국을 비교한 최근 연구들이 많지는 않지만, 한 연구에 의하면 한국 여자 대학생들은 미국 여자 대학생들보다 더 높은 신체불만족 보이고 더 긍정적으로 성형수술을 수용했습니다Jung & Hwang, 2016. 또한 이상적 외모과 자신의 현실적 외모의 불일치로 스스로의 신체에 만족하고 감사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 여학생들이 성형수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한국 여성이 미국 여성보다 미디어로 전달되는 외모 이상형과 비교하여 자신의 신체에 더 큰 괴리감과 불만족을 느끼고 있다는 것과, 성형수술을 더 이득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사회관계의 향상을 위해 성형수술을 고려한다는 결과는, 다양성이 결여된 우리사회 미디어의 획일화된 미에 대한 강조와 주입을 볼 때 그리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외모에 대한 증가론적 사고방식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게 합니다. mind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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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 J., Forbes, G. B., & Lee, Y-J. (2009). Body dissatisfaction and disordered eating among early adolescents from Sou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Sex Roles, 61, 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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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lka, T. L., & Piran, N. (Eds.). (2019). Handbook of positive body image and embodiment: Constructs, protective factors, and interventions.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Tylka, T. L., & Wood-Barcalow, N. L. (2015). What is and what is not positive body image? Conceptual foundations and construct definition. Body Image, 14, 118–129.

이윤아 전 Barnard College, Columbia University 심리학과 교수 발달심리 PhD
연세대와 Boston University에서 석사를 마친 후, Brandeis University에서 발달심리학으로 박사를 받고 포닥 과정을 밟으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 후 Barnard College of Columbia University 심리학과에서 조교수(텀)로 재직하다가 사임하고, 내쉬빌로 이주해 결혼하여, 현재는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친사회성 개발서"라는 책을 집필하면서, 포닥과정 때 참여했던 Harvard Medical School/Children's Hospital Boston의 학교폭력예방 연구팀이 개발한 불링 프로그램의 한국어버젼 제작을 기획하고 있다. NICHD (National Institute of Child Health and Human Development) 종단연구 프로젝트의 협동연구자로, 문화간 아동 및 청소년 학교폭력과 공격성, 그리고 가정내 신체적 처벌과 아동학대를 주로 연구해 왔고, 미디어 영향과 발달의 관계에도 관심을 가져왔다. 한국에서는 연세대 심리상담센터와 한국가족상담센터에서 수련을 받은 상담심리사(2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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