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연대하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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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연대하지 못하는 이유
  • 2019.09.03 14:00
한 집단 내에 차별이 있을 때, 같은 입장에 처해있으면서도 차별을 문제 삼는 사람을 지지해주지 않거나 오히려 폄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동기는 무엇인지, 심리적 기전에 대해 알아봅니다.

“다른 여성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억압을 느끼는 사회에서, 우리 여성들이 내보일 수 있는 한 가지 미덕은 다른 여성을 기꺼이 일으키는 것이다.” -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회가 불평등하다는 것과 우리가 모두 동등한 사회적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됩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동참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현실 속 우리는 ‘내 코가 석자’ 라는 핑게로 남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기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의당 함께 해야할 구성원의 부당한 경험을 나와 관련이 없는 남의 일로 치부해버립니다. 때론 현실 속 차별 경험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사회적 통합을 방해하는 문제아로 폄하하기도 합니다.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우리는 누구보다 사회적 차별에 관해 이야기하고 서로 연대해야 하는데 왜 우리는 이런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걸까요? 인간은 원래 모순적인 존재이기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우리의 모순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걸까요?

연대는 가난한 자의 유일한 무기인지 모른다. 사회비판적인 소재를 즐겨 다루었던 독일 표현주의 화가 콜비츠의 작품이다. 케테 콜비츠Käthe Kollwitz, 1867~1945. '연대', 1932, 드로잉, 쾰른 Käthe Kollwitz Museum 소장. 

지위 정당화 신념과 집단 정체성

이런 모순적인 현상에 대해 Wellman과 동료들은 '상충하는 동기'Conflicting Motivations로 설명합니다Wellman et al, 2019.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낮은 지위의 사람들이 차별에 대해 불평하는 내집단 구성원에 대해 지지할 것인지 무시할 것인지를 결정짓는 주요 동기는 ‘지위 정당화 신념’과 ‘집단 정체성’입니다.

먼저, ‘지위 정당화 신념 동기'Status-Legitimizing Beliefs:SLB는 사회적 위계질서 체제를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특권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사회적 위계질서에서 혜택을 받기 때문에 이런 신념을 옹호하는 것이 한편으로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사회적 지위가 낮은 집단의 사람들이 이런 신념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지위 정당화 신념'이 개인에게 미래에 대한 통제감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낮은 지위의 집단 구성원들은 미래에 자신들도 근면 성실하다면 특권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반해, ‘집단 정체성동기’Group Identification: GID 는 개인의 자기개념 중 집단 구성원으로서의 자기가 얼마나 중요하고 중심적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래 [표2]에서 알 수 있듯이, 집단과 동일시를 더 많이 할수록 개인은 집단을 위해 헌신하고 집단 수준의 목표 성취를 위해 노력합니다. 따라서 집단 정체성으로 스스로를 동일시하려는 동기가 높을수록 차별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을 지지하고 돕는 것이 집단에 이익이 되기 때문에 이들을 지지하고 도움 행동을 할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동기가 상충할 때 

사회적 지위가 낮은 집단 구성원 중 지위 정당화 동기가 높은 사람들은 집단 내 차별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차별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들의 존재 자체가 그들의 사회가 평등하다는 신념을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낮은 집단 구성원 중 집단 정체성이 높은 사람들은 차별에 대해 불평하는 자를 지지하는 것이 집단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런데 만약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 중 집단 정체성과 지위 정당화 신념도 높은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연구에서는 두 가지 동기가 상충하는 상황에서는 지위 정당화 신념 동기가 집단 정체성 동기보다 우세하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특히 자신의 신념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집단보다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을 하도록 동기화됩니다. 높은 집단정체성은 자신의 신념을 위협하지 않을 때, 즉, 지위 정당성 신념이 낮을 경우에만 차별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을 지지합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차별에 대해 불평하는 자에 대한 지지 여부를 결정짓는 동기가 환경적 맥락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 집단이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사회적 단서가 있을 때(e.g., 올해의 다문화 존중 기업상, 기업 내 여성 쿼터제 제도 등), 그 단서들이 집단에 대한 안전성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집단을 보호하고자 하는 개인의 집단 정체성 욕구가 감소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집단 정체성 동기는 집단 내 이익을 보호하는 정책이 있는 상황에서는 차별에 대해 걱정하지 않게 되고 주변 차별 경험자를 덜 지지하게 됩니다.

실효성 없는 법적 제도의 문제

동기는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에 상충하는 동기의 영향력을 살펴봄으로써, 내집단 구성원의 차별 문제에 대해 연대하지 않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밝히고 동기에게 영향을 주는 환경적 변인을 탐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연구결과는 직장 내 차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집단 구성원들 간의 연대(지지)를 할 수 있는 개인의 내적 동기 향상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집단 정체성' 증가, '지위 정당화 신념' 감소) 환경 맥락과 법적 제도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 합니다.

회사 내 다양성 존중 정책 혹은 보상과 같은 환경적 단서가 오히려 주변에서 발생하는 차별에 눈과 귀를 닫게 만드는 경우가 있음을 시사 하면서, 허울뿐인 차별 방지 정책이 오히려 주변에서 일어나는 차별에 대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은 아닌지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mind

    <참고문헌>

  • Wellman, Wilkins, Newell, & Stewart (2019). Conflicting motivations: Understanding how low-status group members respond to ingroup discrimination claimants. Personality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5(8) 1170–1183. 
서예지 한국인성교육협회 전문교수 사회및문화심리 박사 수료
'건강한 사회에 건강한 개인이 존재하며, 행복한 개인이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라는 신념으로 사회변화를 위한 개인의 태도 및 인식변화와 실천에 관해 관심이 있다. 중앙대에서 사회 및 문화심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한국인성교육협회 심리학 전문 교수로 건강한 사회와 행복한 삶을 위한 인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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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형 2019-09-22 23:36:36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