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마지막 고백: 죽음 앞에 선 사람들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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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마지막 고백: 죽음 앞에 선 사람들의 지혜
  • 2019.09.22 13:00
늙는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은 인간의 삶에서 그리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화와 죽음의 과정이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 힘이 있다고 학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여기 죽음 앞에선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살아가면서 우리가 깨달아야할 진짜 '지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늙는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

늙어간다는 것, 그리고 죽음을 향해 삶이 흘러간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에게 가장 큰 도전일 수 있다. 비단 죽음이 나이든 사람만의 문제는 아닐지라도 흔히 우리는 죽음이 노화의 결과물이라 인식하곤 한다. 우리도 고령사회가 되어가면서 잘 죽는 것well-dying의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이용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2016년에 제정하여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의 취지 역시 잘 죽는 것에 다름 아니다.

'너 자신을 알라!'며 인간의 무지를 깨우치려 했던 소크라테스는 독배 앞에서도 죽음을 피하지 않는 진정한 용기를 보여주었다. 자크-루이 다비드 Jacques-Louis David, '소크라테스의 죽음', 1787, 캔버스에 오일, 129.5 × 196.2 cm, 뉴욕 Metropolitan Museum of Art  소장.
'너 자신을 알라!'며 인간의 무지를 깨우치려 했던 소크라테스는 독배 앞에서도 죽음을 피하지 않는 진정한 용기를 보여주었다. 자크-루이 다비드 Jacques-Louis David, '소크라테스의 죽음', 1787, 캔버스에 오일, 129.5 × 196.2 cm, 뉴욕 Metropolitan Museum of Art 소장.

 

이처럼 죽음, 더 나아가 잘 죽는 것에 대한 문제는 과거에 비해서 좀 더 조명을 받고 있지만 아직 심리학 내에서는 큰 관심을 끄는 주제라고는 할 수 없다. 필자는 인생의 마지막 단원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삶의 종착점에서 발견하는 진정한 지혜

사람들이 삶의 마지막 단원에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자기의식sense of self을 지향하게 되고,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점에 긍정심리학자들은 주목한 바 있다. 그들에 따르면, 이러한 과정들이 역설적으로 삶을 더 건설적으로 만들고 성장하도록 촉진하는데 기여하는 지혜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혜는 인지적, 정서적, 그리고 행동적 요소들로 이루어진 꽤 복잡한 개념이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지혜는 사회적인 의사결정을 잘 하는 것, 친사회적 태도와 행동, 자기에 대한 이해,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처를 현명하게 하는 것, 정서적으로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을 포함하며, 관용과 판단하지 않는 자세,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성, 영성, 그리고 유머 등을 포함한다Banget et al., 2013.

이러한 지혜는 대중적으로든 학문적으로든 만국에서 공통되는 덕목이자 가치임은 확실해 보인다. 이에 라이트 등(2018)은 죽음 앞에선 사람들 15(4, 11)에게 지혜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삶의 마지막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Wright, et al., 2018.

연구 결과, 참여자들은 지혜의 가장 핵심적인 특성으로 '겸손'을 꼽았다. , 지혜는 자신이 많은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지혜가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 타인과 지식을 공유하는 것, 자기를 이해하고 현재의 삶을 수용하는 것으로 보았다.

뿐만 아니라, 참여자들은 질병과 죽음에 직면해서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하지만 죽어가는 과정이 긍정적 성장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 그들은 죽음의 과정이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우선순위를 재정립하고,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며, 목적의식을 갖고, 명상하며, 지혜를 넓히고, 관계를 강화하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죽음 앞에 선 참여자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 그 중 하나가 가족 및 다른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로, 서로를 돕고 밀접하게 연결된 삶을 중요시했다. 또한 자신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 영적이고 종교적인 삶, 그리고 충만한 삶을 사는 것도 이 목록에 들어 있었다. 그러면서 존엄하게 죽음을 맞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구성하는 요소였다.

지혜, 결국 죽음 앞에서 진정한 ‘나’로 남는 것

필자는 이 연구에서 제시한 여러 삶의 의미와 지혜들을 살펴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마지막에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깨닫게 되는 지혜의 본질이 무엇일까 고민해 봤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결국은 라는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하나의 이야기들을 만들어가는 일련의 과정이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죽음이라는 끝자락에서 결국 남는 것은 자신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실제 이 연구의 한 참여자는 우리가 어릴 때는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는지를 생각하고, 그 사람이 원하는 모습의 다른 누군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을지 모르지만,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진짜 나를 위한 일을 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생애 마지막의 고백, 그것은 무엇일까? 많고 많은 고백 중에 자신의 삶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고, 그래서 결국은 진정한 나로 생을 마감할 수 있었노라고 고백할 수 있다면, 이러한 고백이야말로 가장 지혜로운 고백이 아닐까. mind

    <참고문헌>

  • Bangen, K. J., Meeks, T. W.,& Jeste, D. V. (2013). Defining and assessing wisdom: A review of the literature. The American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 21, 1254-1266.
  • Wright, S. T., Breier, J. M., Depner, R. M., Grant, P. C., & Lodi-Smith J. (2018). Wisdom at the end of life: Hospice patients’ reflection on the meaning of life and death. Counselling Psychology Quarterly, 31(2), 162-185.
장민희 중앙대학교 심리서비스 연구소 사회및문화심리 Ph.D.
중앙대 심리학과에서 사회 및 문화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자아존중감의 기존 개념을 비판하면서 자기초월성의 개념적 확장을 제안하는 논문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중앙대 부설 연구소에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심리학 기반의 교육콘텐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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