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마음과 빚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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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한 마음과 빚진 마음
  • 2019.09.10 13:05
'감사의 대상' 하면 당신은 '누가' 떠오르나요, 아니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누군가를 떠올린 당신은 혹시 그에게 빚진 마음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분이 감사한가요

감사한 대상을 떠올려 봅시다. 부모님, 배우자, 형제나 자매, 은사님 등등 감사한 분들을 떠올리셨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평범한 한국 사람입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감사한 대상을 떠올려 보라고 했을 때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모든 나라에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미국인들에게 감사한 대상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자신의 건강이나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 등 자신이 소유한 것들을 떠올립니다.

감사 대상의 차이

미국 콜롬비아 대학 심리학과의 오이시 교수와 동료들은 한국인과 미국인들이 감사의 대상을 떠올리도록 했을 때 서로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Oishi, Koo, Lim, & Suh, 2019. 한국인들은 미국인들보다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을 더 많이 떠올리는

반면 미국인들은 한국인들보다 자신이 소유한 것에 대해 더 많이 감사하는 것이죠. 이러한 차이 때문에 한국인들은 감사한 마음이 빚진 마음과 단단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부모님의 은혜와 사랑, 날 위한 부모님의 봉사와 희생을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과 함께 빚진 마음도 함께 몽글몽글 솟아오릅니다. ‘이 은혜에 꼭 보답해야지’ 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장프랑수아 밀레 , Jean-François Millet, 1814–1875. L'Angélus, 캔버스에 오일, 550 mm×660 mm, 오르세 미술관  소장.
장프랑수아 밀레 , Jean-François Millet, 1814–1875. L'Angélus, 캔버스에 오일, 550 mm×660 mm, 오르세 미술관 소장.

미국과 한국이 다른 이유

이런 차이가 있는 이유는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고 저자들은 이야기합니다. 즉, 한국은 주어진 대인관계망에 속해서 서로가 서로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바탕으로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상호의존적 사회입니다.

반면 미국은 독립적 사회이므로 개개인은 자발적으로, 책임감이 아닌 선호를 바탕으로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따라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무와 책임을 다하며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감사한 대상을 떠올리도록 했을 때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에 중요한 ‘사람’을 떠올릴 가능성이 미국인들보다 높다는 것이죠.

감사는 긍정적인 정서이지만 빚진 마음은 부정적인 정서에 속합니다. 감사한 대상을 찾아 감사한 점을 적어 보는 '감사 일기 쓰기'는 미국 사람들에게는 행복을 증진시켜주는 활동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빚진 마음도 함께

그런데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감사와 빚진 마음이 단단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감사 일기 쓰기'를 해도 미국 사람들에게서만큼 행복 증진 효과가 크지 않다고 합니다. 긍정적 정서인 감사와 함께 부정적 정서인 빚진 마음도 솟아나기 때문이죠. 행복 증진을 위한 개입에 있어서도 문화차가 고려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mind

<참고문헌>
  • Oishi, S., Koo, M., Lim, N., & Suh, E. M. (2019). When gratitude evokes indebtedness. Applied Psychology: Health and Well-Being, 11(2), 286-303.
임낭연 경성대 심리학과 교수 성격및사회심리 Ph.D.
연세대에서 사회 및 성격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행복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하였다. 현재 경성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2015년에 한국심리학회에서 수여하는 김재일 소장학자 논문상을 수상하였다. 행복 및 긍정적 정서 연구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는 범죄피해 진술조력(2018), 범죄피해 조사론(2018), 심리학개론(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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