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면 불행해질까: 비교의 두 방향과 정서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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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면 불행해질까: 비교의 두 방향과 정서경험
  • 2019.09.11 13:00
비교는 불행의 지름길이라는 행복심리학의 상식을 되짚어 봅니다. 사회비교에는 위, 아래 두 방향이 있는데, 부정적 정서를 불러일으킨다는 상향비교 역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비교하면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이런 견해는 류버머스키와 로스의 연구 『사회적 비교의 결과: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의 비교』에서 비롯되었으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연구에서 지지되고 있다Lyubomirsky & Ross, 1997. 요약하면 사회비교 경향이 높을수록 우울과 스트레스 등이 높고 자존감, 주관적 안녕감 등은 낮다는 것이다.

남과 비교할수록 불행해지는 이유는 나보다 나은 사람과 나를 비교하게 되기 때문이다. 초라한 나보다 화려한 남, 못 가진 나보다 더 가진 남, 불행한 나보다 행복한 남을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초라하고 못 가졌으며 불행한 내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상향비교와 하향비교

그런데 비교에는 또 다른 방향이 있다. 나보다 못한 이들과 하는 비교다. 이럴 때 우리는 기분이 좋아진다. 때때로 사람들은 타인에게 일어난 불행한 사건을 보며 그 사건이 내게 일어나지 않았음에 안도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나보다 더 초라하고 못 가졌으며 불행한 이들을 보며 잠시의 안식을 얻은 경험이 있으리라.

이와 같은 비교의 두 방향을 상향비교와 하향비교라고 한다. 그리고 비교의 방향에 따라 사람들은 정반대의 정서를 경험한다. 이에 대한 유명한 연구가 있다. 메드벡과 동료연구자들은 1992년 올림픽 중계 자료를 조사하여 메달이 확정되는 게임 종료 순간의 표정을 분석하였다Medvec et al, 1995. 그 결과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은메달을 받은 선수들보다 행복한 표정을 훨씬 많이 짓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비교의 방향에 있다. 은메달을 딴 선수들은 목표했던 금메달을 따지 못했기 때문에(상향비교) 아쉬움과 실망감 등의 부정적 정서를 경험했고, 동메달을 받은 선수들은 자칫했으면 메달을 따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하향비교) 오히려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남과 비교하는 것이 불행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 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분명 비교(하향)를 통해 긍정적인 정서를 느낀다. 내가 이런 질문을 하면 대개 ‘하향비교로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향비교란 암에 걸린 사람 앞에서 내가 건강하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끼거나 취업에 실패한 사람을 보면서 '너도 나처럼 실패자구나'라고 안심하는 식이니, 이런 종류의 긍정적 정서를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일견 맞는 말이다. 사람이 낮은 곳만 보면 되겠는가. 높은 곳을 봐야 발전이 있지. 옳다. 이 말이 바로 상향비교다. 나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하려는 것은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동기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나보다 나은 사람과의 비교에서 비롯되는 부정적인 감정을 불행으로 단정짓는 것은 옳은가?

상향비교는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도

은메달을 딴 선수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순간의 실수로 눈앞에 다가왔던 금메달을 놓친 선수가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 만족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건 당장의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갈무리한 다음의 일이다. 스포츠 선수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다른 선수와의 비교는 선수의 승부욕을 자극해 훗날의 더 큰 행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좋은 비교대상(라이벌)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기록도 더 좋고 선수생활도 더 길다. 더 잘 하고 싶은 동기가 자극되기 때문이다. 비교가 행복을 저해한다는 말은 상향비교의 이러한 측면을 많이, 아주 많이 간과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비교를 많이 한다. 비교가 행복에 나쁘다는 상식과 함께, 한국인이 행복하지 못함을 설명하는 중요한 근거로 이용되는 사실이다. 과연 한국인들은 비교를 많이 해서 불행할까?

전 김홍도 傳 金弘道, 1745-1816 이후. 모당평생도 8폭 병풍 중 삼일유가 三日遊街. 53.95x 35.2cm, 견,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번호덕수 1681.
김홍도金弘道, 1745~1816 이후의 직품으로 알려진  8폭 병풍 『모당평생도』에는 과거에 급제한 유생이 3일동안 축하행진을 하는 '삼일유가'三日遊街의 그림도 들어 있다. 이런 모습을 보고 누가 부러워하지 않겠는가. 금'의환향'錦衣還鄕이라는 사자성어도 이런 모습을 일컸는 말이다. 53.95x 35.2cm, 비단에 색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일단 한국은 자타공인 집단주의 문화에 속한다. 집단주의 문화권에서 사회비교는 자기 인식 및 대인관계의 기본적 전제다. 남과 비교를 하지 않고서는 타인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은 물론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 규정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에서 비교가 반드시 부정적인 정서를 수반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비교를 하면 행복하지 않다고 결론내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앞서 메달리스트 연구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비교가 유발하는 부정적 정서를 불행으로 해석하는 것 또한 한계가 있다. 이를테면 자신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이 강하면 비교를 해도 긍정적 영향을 받으며, 비교의 대상으로부터 교훈이나 유익한 정보를 얻으려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예로부터 늘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남들과 비교하여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왔다최상진 & 김기범, 1999. 그래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도 하지만 자신을 반성하고 더 높은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는 노력에는 고통과 인내가 따르기 마련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그런 감정들은 불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교가 나쁠 때는 그 비교가 현재의 나를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어주지 못할 때다.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목표나 대상을 바라보면서 현재의 나를 부정하고 현재의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을 저주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비교는 행복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면 비교는 얼마든지 해도 좋다.

오히려, 눈앞에 빤히 보이는 나보다 잘나고 잘사는 이들을 애써 못본 척하면서 '나는 남과 비교하지 않아, 나는 내 삶에 만족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자기기만이다. 진정한 행복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비교를 하더라도 그 결과에 나쁜 영향을 받지 않는 것에서 온다. 이 둘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mind

<참고문헌>

  • 최상진, 김기범 (1999). 한국인의 self의 특성: 서구의 self 개념과 대비를 중심으로.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13(2), 275-292.
  • Lyubomirsky, S., & Ross, L. (1997). Hedonic consequences of social comparison: A contrast of happy and unhappy peopl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3, 1141-1157.
  • Medvec, V. H., Madey, S. F., & Gilovich, T. (1995). When less is more: Counterfactual thinking and satisfaction among Olympic medalist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9, 603-610.
한민 우송대 교양교육원 교수 사회및문화심리 Ph.D.
토종 문화심리학자(멸종위기종), 문화와 마음에 관한 모든 주제를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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