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장애와는 상이한 정신장애
정신장애 진단과 치료에 대한 연구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이루어졌으며 아직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과거 10-20년전과 비교해 볼 때 놀라운 변화는 아쉽게도 실감되지 않는다. 암의 조기 진단율과 생존율 변화와 비교해 보면 차이를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물론 정신장애의 치사율은 암과 같은 다른 중증 신체 질환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일반인에 대해 상대적으로 일찍 삶을 마감하기는 하지만 정신장애로 인한 사망이기보다는 관련된 간접 요소들(자살, 기타 건강 문제와 환경 요인 등)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
조현병과 자폐스펙트럼 장애과 같은 중증 정신장애는 일단 발병하게 되면 완전 회복의 가능성이 적고 대부분 평생동안 질병을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 1995년에 저자 정신분열증(그 당시 명칭이며 현재는 조현병) 환자 가족의 부양 스트레스를 연구한 바 있었다. 이 연구에서 조현병 환자의 가족 스트레스를 척추손상 환자의 가족 스트레스와 비교하였다. 두 집단 환자의 유병기간을 통제한 상태에서 두 집단 가족의 부양스트레스와 우울감은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가족기능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조현병 환자 집단의 가족 역기능 지수가 척추손상 환자집단의 가족 역기능 지수에 비해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중증 정신장애의 사회적 비용
여러가지 면에서 부족한 연구였으나 동일한 수준의 부양 스트레스를 경험하지만 중증 정신장애 가족 내부에서 경험하는 기제가 중증 신체 장애와 다르다는 점은 정신장애의 독특한 특성을 반영해 주는 결과였다. 중증 정신장애는 일단 발병하게 되면 남아 있는 환자 본인의 삶뿐 아니라 부양하는 가족 기능 자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경제적 사회적으로 많은 댓가를 요구한다.
2019년 5월 15일 보건복지부는 중증정신질환자 보호 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방안을 발표하였다. 이 내용을 보면 중증 정신장애인을 조기에 발굴해 내고 이들에 대한 지역사회 기반 사례관리를 강화하는 것을 주로 하는 정책이라고 하겠다. 중증 정신장애인을 조기에 발굴해 내고 필요한 개입을 하는 정책도 매우 중요하며 이와 관련된 전문 인력의 보급도 매우 필요하다.
정신장애의 예측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장애가 발병하기 전 아주 이른 시기에 위험신호를 탐지해 내고 이에 대한 초점화된 개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든 정신장애는 장애로 진단내려지기 이전에 몇가지 위험지표들을 가지게 된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로 엘렌마이어-킴링Erlenmeyer-Kimling을 중심으로 1970년대부터 1994년까지 시행된 New York High Risk Project를 들 수 있다. 이 연구는 정신장애를 가진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백인 부모의 7~12세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였다(조현병 자녀 63명, 정서장애 자녀 43명, 정상통제군 100명). 자녀의 지능은 70 이상이며 초기 면담 당시 두드러진 정신과적 문제가 없는 집단으로 제한하였다.
23년을 추적한 결과에서 주요 발견은 부모가 조현병과 단극성 장애나 양극성 장애를 가지고 있을 때 자녀 세대에서 발병하는 장애 유형이 서로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또한 이들 연구자들이 2000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조현병 관련 정신질환의 예측하는데 주의력 문제, 기억기능과 대근육 문제가 유의한 변인이라고 지적했다.
발병 이전에 잠재된 위험지표들
이후 여러 연구들을 통해서 정신장애의 위험지표로서 신경인지기능 관련 변인들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조기 예측인자들의 발견이 더욱 의미가 있게 된 것은 2000년대부터 이루어진 다양한 신경과학적 연구들을 통해 주의력, 기억력과 실행기능 등을 중심으로 뇌의 가소성plasticity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정신장애의 위험지표인 신경인지 변인들은 훈련 등을 통해 기능 변화를 촉진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뇌 기능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이러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은 정신장애도 발병이전에 잠재된 위험지표가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 정신장애를 예측하는 지표 탐지와 이에 대한 조기 개입 책략을 주제로 주요 연구들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견해와 제언들을 기술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정신장애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mind
<참고문헌>
- 송현주 (1995). 정신분열증 환자 부모 스트레스와 가족기능에 대한 연구. 연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청구논문.
- Erlenmeyer-Kimling, L., Squires-Wheeler, E., Adamo, U. H., Bassett, A. S., Cornblatt, B. A., Kestenbaum, C. J., … Gottesman, I. I. (1995). The New York High-Risk Project. Psychoses and cluster A personality disorders in offspring of schizophrenic parents at 23 years of follow-up. 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 52(10), 857–865. doi:10.1001/archpsyc.1995.03950220067013
- Erlenmeyer-Kimling, L., Rock. D., Roberts. S.A., Janal, M., Kestenbaum, C., Cornblatt, B., Adamo, U.H., Gottesman, I.I.,(2000). Attention, memory, and motor skills as childhood predictors of schizophrenia-related psychoses: the New York High-Risk Project.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57(9), 1416-22. PubMed PMID: 10964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