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에게 좋은 장난감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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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에게 좋은 장난감_2
  • 2019.09.18 14:03
놀이감이 아닌 아이가 놀이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에 대한 고민은 역사가 꽤 깊다.

아이가 놀이의 주인이 되기 

실제로 ‘장난감 없는 유치원’ 프로젝트가 시도되기도 하였다국민일보, 2017; 한겨레신문, 2003. 1995년 바이에른 주에서 처음 시도된 ‘장난감 없는 유치원’은 유년기 초기의 교육이 소비습관, 중독 등을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엄밀히 말하면 장난감이 없는 게 아니다. 완성된 형태의 상업적 장난감을 없애고, 갖가지 만들기에 활용할 수 있는 폐품을 비롯해 나무토막, 블록, 풀, 가위 등 다양한 형태의 ‘장난감’ 또는 놀잇감을 제공하여 아이들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하고 서로 상의해 놀잇감을 만들도록 유도하였다.

이미 장난감에 익숙해 있는 아이들은 처음엔 불안해하고, 선생님한테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한 주 두 주 지나면서 아이들은 역할놀이를 하기 시작했고, 점차 숲에서 나뭇가지를 가져와 톱질하고 조각하고 건설공사장을 만드는 등 스스로 적극적으로 놀이거리를 찾아냈다.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풍부한 아이디어, 건축·통계적인 감각, 문제해결력, 언어적 표현 능력, 만들기 능력을 보이며, 스스로 기획하고 만들어낸 놀잇감과 놀이에 대해 큰 만족감을 느끼고 강한 자신감과 자의식을 갖게 된다. 즉 ‘장난감 없는 유치원’에 찾아온 변화는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장난감의 구조화 수준을 변화시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즉 장난감을 전부 치워버리는 것이 해답이 아니라 가지고 노는 놀이감의 구조화 정도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충분히 제공되고 있는 구조화된 놀이감 대신 비구조화된 놀이감을 가지고 놀아볼 수 있는 기회를 자주 제공하는 것이 좋다.

비구조화된 놀이매체로 놀기

솔방울이나 나무 조각과 같이 자연적인 단순한 장난감은 아이가 스스로 기능을 부여하며 자발적 상상력을 발휘해 보다 창의적 놀이를 하도록 유도한다. 아이가 스스로 기능을 부여한 놀이감은 아이의 자주성과 창의성을 높일 수 있고, 더불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비구조화된 놀이매체는 유아의 자발성과 시도가 쉽게 이루어지고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하며, 동시에 감각적이고 움직임의 경험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면 된다. 우리 생활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것, 마음껏 가지고 놀아도 많은 비용이 들지 않고 안전한 다양한 재료들이 해당된다.

물, 모래, 흙, 나뭇잎, 나뭇가지 등과 같은 다양한 자연물, 휴지, 신문지, 종이박스, 휴지심, 종이컵, 포장지 등 다양한 종이류, 헌옷, 스카프, 기저귀, 담요 등 다양한 천류 등 다양한 재활용품, 풍선, 공, 매트... 비구조적 놀이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들은 무궁무진하다.

비구조적 놀이감은 변형과 창조 가능성이 열려 있고, 비구조적 놀이감은 놀이감의 쓰임새나 놀이 방법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서 변형과 창조 가능성이 열려 있다전숙영, 권혜진, 2014. 유아들은 놀이감의 물리적 속성은 인식하지만, 점차 이를 무시하고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놀잇감을 사용하면서 다양한 놀이로 변형시킨다박미경, 엄정애, 2010. 이는 비구조적인 놀이감이 유아의 사회성, 문제해결력, 창의성을 증진시킨다는 선행연구 결과지성애, 2013; Edwards & Cutter-mackenzie, 2013와 일치한다.

메리 카사트 Mary Cassatt, 1844–1926. Children Playing on the Beach, 1884, 캔버스에 오일일, 97.4 x 74.2 cm.  미국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 National Gallery of Art 소장.
메리 카사트 Mary Cassatt, 1844–1926. Children Playing on the Beach, 1884, 캔버스에 오일, 97.4 x 74.2 cm. 미국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 National Gallery of Art 소장.

예를 들면, 신문지는 아이가 조작하기 쉽고 다양하게 변형이 가능하다. 마음껏 찢을 수 있고, 찢은 종이를 날리면서 해방감을 느끼기도 하고 찢겨진 종이를 뭉쳐서 공을 만들 수 있고 이 공으로 공놀이를 할 수도 있다. 신문지를 펼쳐 놓으면 바다가 되기도 하고 뗏목이 될 수 있다. 아이는 놀이매체를 어떻게 갖고 놀아야 하는지 어른들에게 질문하는 대신 스스로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할지 결정하고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의도대로 자유롭게 놀이감을 사용한다.

밀가루, 밀가루 반죽, 국수와 같은 깊은 촉감 경험을 할 수 있는 매체는 아이들에게 통해 정서적 안정감과 해방감을 경험하도록 돕는 좋은 놀이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매체는 촉감을 자극하므로 아이는 처음에는 놀이매체를 주무르고, 밟고, 뭉치고, 떨어뜨려 보며 탐색을 시도한다. 이러한 탐색은 곧 놀이로 이어진다. 아이는 놀이매체의 성질을 촉감으로 체험한 뒤 곧 놀이감을 다양한 놀이대상으로 변화시킨다. 또한 놀이에 또래를 참여시키며, 이러한 상호작용은 즉석에서 이루어지고 해체된다. 이를 통해 유아가 자신이 의도하는 데로 놀고자 하는 자발적 욕구,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놀이감 찾기, 다른 유아와 함께 놀이에 참여하는 능력 등 놀이성이 발현된다.

연구결과, 비구조적 자유놀이 환경에서 아이들은 스스로의 욕구와 흥미에 따라 놀이시간과 놀이공간을 자유롭게 운영하는 놀이주체자의 모습을 보이며, 놀이규칙을 스스로 만들고 다시 깨고 다시 만드는 등 놀이에 몰입, 변형, 재창조하는 독창적 놀이능력을 보여주었다임부연 외, 2008. 비구조적 자유놀이시간에 사용되는 자연물이나 유아가 스스로 만든 놀이감들은 유아에게 진짜 재미있는 놀이를 하게 만들어 주는 매우 주요한 매개물이라고 하겠다.

아이가 마음껏 다룰 수 있는 놀이감과 충분히 놀 시간 주기

아이는 놀이를 통해 주변을 탐색하며 학습하고 전인적 발달을 이루어나간다. 놀이는 유아에게 신체의 조절과 균형감을 가지게 하고 상상과 탐색을 통한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놀이는 유아의 욕구, 불안, 불만, 공격성 등을 해소하도록 돕고, 놀이 과정에서 규칙의 준수, 또래와의 협력 경험을 통해 사회성을 발달시킨다. 이러한 놀이의 가치는 유아가 스스로 선택하여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놀이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경험할 때 발현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구처럼, 아이가 자신의 놀이창조물에 이름을 붙여주는 순간 새로운 의미 있는 사물로 탄생하는 것이다.

자발성과 자유라는 놀이의 본질적 특성에 비추어본다면 유아의 놀이경험이 사전에 설계된 구조화된 놀이에 편중된다면 놀이가 갖는 발달적 가치가 발현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이가 놀이의 주도권을 놀이감에 뺏기지 않고 놀이의 주인으로 전능감을 발휘하며 즐겁게 놀 수 있도록 해주는 위해 중요한 것은 비싼 장난감이 아니라, 아이가 마음껏 다룰 수 있는 놀이감과 함께 충분히 놀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mind

   <참고문헌>

  • 국민일보(2017. 03. 29.). 어린이집에서 장난감을 치워버린 독일.. “ 아이에게 변화가 시작됐다”
  • 박미경, 엄정애(2010). 자유선택활동시간에 유아들이 경험하는 놀잇감의 의미. 유아교육 연구, 30(5), 325-349.
  • 임부연, 오정희, 최남정(2008). 비구조적인 자유놀이 시간에 유아들이 보여주는 ‘진짜 재미있는 놀이’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유아교육연구, 28(1), 185- 209.
  • 전숙영, 권혜진(2014). 비구조적 놀이매체를 활용한 집단놀이치료프로그램 개발과 적용 연구. 한국아동심리치료학회지, 9(2), 99-120.
  • 지성애(2013). 놀이감의 구조성이 유아의 창의성, 사회적 행동, 언어능력, 조망수용능력에 미치는 효과비교. 유아교육학논집, 17(6), 5-30.
  • 한겨레신문(2003. 11. 09.). 장난감 조르는 아이... 혹시 중독?
  • Edwards, S., & Cutter-Mackenzie, A. (2013). Pedagogical play types: What do they suggest for learning about sustainability in early childhood educa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Early Childhood, 45 (3), 327-346. 
권혜진 나사렛대 아동학과 교수 발달심리 Ph.D.
아동학을 전공하였고, 유아의 또래 상호작용과 문제해결력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하였다. 현재. 나사렛대 아동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아동학에 대한 공부를 기초로 하여 영유아발달, 놀이, 교사교육, 부모교육, 보육정책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육아정책 및 보육정책에 적용하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공저로 '아이와 교사가 즐거운 놀이지도(2016)', '보육교사인성론(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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