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식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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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식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가
영아살해죄는 일반 살인죄에 비해 관대한 처벌을 받아왔다. 사회인식를 조사해 보면 그리 단순하지 않다.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주변에 알려지면 치욕스러울 것 같아 이를 숨기기 위하여 살인을 저질렀다면,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을 것이 예상되어 살인을 저질렀다면, 기타 감안할 만한 사정이 있어서 살인을 저질렀다면, 판사 또는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인 당신은 이 사람의 형을 감면하여 주겠습니까?"

2019년 6월경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30대 산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병원 이송 도중 아이가 숨진 상태로 태어났다고 주장했지만 출산 이후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견을 근거로 산모를 추궁하자 “아이가 태어나서 제대로 살기 힘들 것 같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조선일보 2019년 6월 12일자 기사. 축복 받아야 할 신생아를 태어나자마자 부모가 살해하거나 유기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언론 보도들은 반인륜적이고 잔인함으로 인해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영아살해 범죄는 매년 10건 내외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나 다른 살인범죄에 비해 빈번하게 일어나는 범죄가 아닌 탓에, 연구나 실무에서 모두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폴란드 화가 안드레이 로블로스키의 작품  '죽은 아이와 엄마를 Andrzej Wróblewski(1927–1957)Mother with a Killed Child (1949)Oil on canvas120 × 90 cmGrażyna Kulczyk Collection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폴란드 화가 안드레이 로블로스키의 작품이다. Andrzej Wróblewski(1927~1957), 'Mother with a Killed Child', 1949, Oil on Canvas, 120 × 90 cm, Poland Grażyna Kulczyk Collection. 

가벼운 형벌에 그치는 영아살해

영아살해죄는 부모가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하여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형법 제251조)로, 보통의 일반적인 살인죄에 비하여 법정형이 낮고 실제 관대하게 처벌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출산으로 인하여 심신의 균형이 상실된 비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이루어진 범죄이므로 책임을 가볍게 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고, 실무상 영아살해 범죄의 대다수는 제1심에서 징역 1년 이하의 실형 또는 집행유예가 선고 될 뿐이다. 그러나 부모가 아이의 출생이 치욕스럽다는 이유로 (예, 불륜으로 인한 출산, 미성년자의 출산 등), 경제적으로 키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혹은 기타 참작할만한 이유로, 출산 직후 신생아를 살해하여도 약 1년 정도의 실형을 받는 것에 그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특히나 영아를 보호해야 할 부모가 개인 사정에 의해 살해행위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살인죄에 비해 더 가벼운 형벌을 받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 있다.

영아살해죄 처벌법의 배경

영아살해죄는 6·25 전쟁 중 강간으로 인해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이 급증하였고 가난하여 아이를 키울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던 시절에 만들어진 법규정이다. 그러므로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달라진 현 상황에서 이 법이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영아살해죄의 경우 ‘기타 참작할 만한 동기로 영아를 살해한 경우 보통살인죄보다 가벼운 영아살해죄를 적용하도록 하는 출산으로 인한 산모의 비정상적인 정신상태’의 행위자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도 있는데, 이러한 점은 감경규정으로서의 타당성을 뒷받침해 주는 내용이다.

영아살해죄에 대한 사회 인식

이에 필자는 대학원생과 함께 영아살해죄의 성립요소인 주관적 동기별 사회적 인식과 관련한 실증적인 연구를 진행하여 영아살해죄에 대해 일반인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특히 주관적 동기와 관련하여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하는지를 경험적으로 살펴보아, 영아살해죄 규정이 사회적 인식이나 여건과 부합하는지를 파악해 보았다.

성인 48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기타 참작할 만한 동기에 해당하는 ‘출산으로 인한 산모의 비정상적 정신상태’를 영아살해죄의 동기에 가장 부합한다고 인식하였고, 그 결과 출산으로 인한 산모의 비정상적인 정신상태에 해당하는 피고인에게 가장 낮은 형량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반해 치욕은폐나 경제적 사정으로 인한 양육 할 수 없음에 대하여는 감경할 만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생각한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한 응답자의 55.6%(278명)는 법개정이 필요하고, 13.1%(63명)는 법이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형 기준 재정립의 필요성

이러한 연구 결과는, '영아살해죄에 규정된 치욕은폐'나, '경제적 사정으로 인한 양육 할 수 없음'이라는 이유는 현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반면, '산모의 출산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정신상태'의 경우는 영아살해죄 본연의 취지에 비추어 그 정당성이 여전히 인정될 수 있으며, 나아가 영아살해죄에 대한 형사정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회 일반의 요청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아살해죄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더라도 적절한 양형 판단에 있어 영아살해죄(평균 4년 2개월)는 보통살인죄의 양형(평균 4년 10개월)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영아를 살해한 행위에 대해 생명 침해의 심각한 범죄행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영아살해죄에 대해 약 1년의 실형을 선고하는 현행 실무의 태도는 일반인이 인식하고 있는 영아살해죄의 심각성과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형법 제정 당시와 달라진 사회·경제적 상황과 여성의 지위, 영아의 생명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등에 비추어 영아살해죄를 개정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논의가 앞으로 보다 활발해질 필요가 있고, 영아살해죄의 양형 기준 또한 새로운 관점에서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아살해죄의 적용이 필요한 산모의 상태에 관하여도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mind

  <참고문헌>

  • 김용애, 김민지 (2019). 영아살해죄의 주관적 동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형사정책, 31(2), 139-165.
  • 남관모 (2018).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살해범죄에 관한 실무상 문제와 해결방안사법발전재단, 45, 319-361.
김민지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 법심리학 Ph.D.
뉴욕시립대에서 법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 후 현재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에 재직 중이다. 연구관심분야는 형사사법절차 내에서의 의사결정, 오판, 재판에서의 전문가 증언의 영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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