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왜 '찢기듯이' 아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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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왜 '찢기듯이' 아플까
  • 출판 2019.09.25 14:00
마음은 물리적인 형태로 존재하지 않지만, '마음이 찢기는 고통' 등과 같이 마음의 고통을 표현할 때 물리적인 손상을 지칭하는 표현도 흔히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심리적 고통과 물리적 고통은 어떻게 다른 걸까요?

몸과 마음의 고통에 대한 표현

'아프다'라는 표현은 몸과 마음에 대해 모두 사용 할 수 있으며, 내부 외부적 자극에 의해서 괴로움을 느끼는 상태를 나타냅니다. 마음은 물리적인 형태로 존재하지 않지만, '마음에 멍이 든 것같이 아프다', '마음이 찢기는 고통' 등과 같이 물리적인 손상을 지칭하는 표현도 마음의 고통을 묘사할 때 흔히 쓰이고 있습니다. 마음이 아플 때, 실제로 어딘가 찢기는 것과 같은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일까요?

다양한 신체적 고통이 존재하는 것과 같이 심리적 고통의 종류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지속해서 경험하는 고통스러운 감정에서부터 소중한 대상의 상실 그리고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불화로 인해 우리는 마음의 고통을 경험합니다. 심리적 고통 중에서 사회적 통증social pain은 사회적 상황에서 거절 또는 소외당하는 경험을 했을 때 드는 불쾌한 감정을 지칭하며, 강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가장 흔하게 경험하는 마음의 고통 중 하나입니다. 연구자들은 사회적 통증을 연구하는 것을 통해, 마음의 통증과 신체적 통증과 무엇이 같고 다른지에 대해 밝히고자 하였습니다.

반 고흐가 죽기 두 달전에 남긴 작품이다. 정신적 고통은 곧 그의 육신을 허물어뜨렸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 '슬퍼하는 노인(영원의 문에서)', 1890, 캔버스에 오일, 80 × 64 cm, 네덜란드 Kröller-Müller Museum 소장.
반 고흐가 죽기 두 달전에 남긴 작품이다. 정신적 고통은 곧 그의 육신을 허물어뜨렸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 '슬퍼하는 노인(영원의 문에서)', 1890, 캔버스에 오일, 80 × 64 cm, 네덜란드 Kröller-Müller Museum 소장.

사회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의 공유된 표상

인위적으로 사회적 통증을 유발하기 위해서 쓰이는 실험 패러다임 중 하나는 사이버볼Cyberball1이라고 불리는 공 던지기 게임입니다Williams et al., 2000. 게임은 간단합니다. 사회적 통증을 경험하게 될 참가자는 다른 두 명의 참가자와 함께 컴퓨터로 공 던지기 게임을 할 것이라는 안내를 받습니다. 그리고 버튼을 눌러서 사이좋게 서로 공을 주고받으면서 게임을 진행합니다. 그러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갑자기 나머지 두 명의 참가자가 둘이서만 공을 주고받고 참가자에게는 공을 주지 않는 '배제' exclusion상황이 발생합니다. 영문을 모른 채 배제를 경험했던 참가자들은 게임이 모두 끝난 뒤, 아까 자신에게 공이 오지 않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에 관한 질문을 받습니다. 별것 아닌 공놀이 같지만, 대다수 참가자들은 '거절당한 것 같았다', '무시당한 것 같다', '상처를 받았다'와 같은 표현으로 짧은 배제 상황을 묘사합니다.

자기공명기능영상을 활용해서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참가자의 뇌 활동을 함께 포착하였는데, 그 결과는 그들의 응답이 진실한 표현이었음을 뒷받침합니다. 공놀이에서 소외되는 경험을 할 때 참가자의 배측전대상피질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과 전측섬엽피질anterior insular cortex에서 더 큰 활동이 관찰되는데, 이 영역들은 신체적 고통을 경험할 때에도 관찰되는 뇌 영역으로 알려진 곳이라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습니다Eisenberger, 2012.

사회적 고통에 관한 뇌영상 연구들은 우리가 물리적 실체가 없는 마음에 대해서 찢기듯이 아프다고 표현하는 것이 신체적 고통과 마음의 고통이 뇌에서는 유사한 방식으로 처리되기 때문이 아닌지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의 고통이 뇌에 표상되는 방식에서 공통점을 가지는 현상은 '사회적 고통의 공유된 표상 이론shared representation theory of social pain으로 설명되며 상당한 지지를 받았습니다MacDonald & Leary, 2005.

뇌 연구에서 밝혀진 비밀

사회적 고통의 공유된 표상 이론을 지지하는 연구들이 축적될 무렵, 뇌 활동을 조금 더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는 방법론(다중복셀분석multi-voxel pattern analysis)을 활용한 연구는 고통을 표상하는 것으로 알려진 영역들 안에서의 발생하는 뇌 활동의 정교한 패턴의 차이로 신체적 고통과 사회적 거절로 인한 고통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Woo et al., 2014. 그렇다면 신체적 고통과 마음의 고통은 뇌에서 다르게 표상되는 것이라는 걸까?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연구에서 동시에 밝히는 부분은 연구자들이 사회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을 구분하는 패턴을 찾았다고 해서 공유된 표상 이론을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여전히 사회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이 뇌에서 함께 표상되는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공통된 영역이 기존에 알려진 통증 처리 영역 이외의 영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밝히며 신체의 고통과 마음의 고통의 기전 연구를 다음 단계로 향하게 하였습니다.

앞서 소개한 연구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단순히 사회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이 서로 구분되는 것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밝히는 것을 넘어 이 둘 간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고통 연구에서 중요합니다. 심리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관계인지보다 명확히 알게 된다면, 마음과 신체의 고통을 줄여주는 치료 방법이 함께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mind

1 Cyberball은 사회적 고통을 유발하기 위해서 참가자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공 던지기 게임에서 배제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입니다. 따라서 나머지 두 명의 참가자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험을 모두 마친 이후에는 연구의 목적과 속임법에 대해서 참가자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고, 실제의 연구목적을 인지한 이후에도 연구를 위해서 실험 데이터를 제공할 의사가 있는 경우에만 데이터를 수집하게 됩니다. Cyberball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포함하여 배제경험에 따른 심리적 부작용 및 연구참가자의 권리침해를 최소화하려는 장치가 되어있는 실험 패러다임입니다.

   <참고문헌>

  • Eisenberger, N. I. (2012). The pain of social disconnection: examining the shared neural underpinnings of physical and social pain. Nature Reviews Neuroscience13(6), 421.
  • MacDonald, G., & Leary, M. R. (2005). Why does social exclusion hurt? The relationship between social and physical pain. Psychological bulletin131(2), 202.
  • Woo, C.-W., Koban, L., Kross, E., Lindquist, M. A., Banich, M. T., Ruzic, L., … Wager, T. D. (2014). Separate neural representations for physical pain and social rejection. Nature Communications, 5(May), 5380. https://doi.org/10.1038/ncomms6380
김혜린 서울대 심리학과 임상심리 박사수료
서울대 심리학과 임상심리학 전공 박사과정 학생이다. 최진영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노년기 사회적 고립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고자 하는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사회적 고립상황에서 관찰되는 뇌 반응과 지각된 외로움 수준의 개인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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