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대중화의 꿈
상태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리학 대중화의 꿈
  • 2019.09.28 07:00
'한국에도 Psychology Today 같은 대중적인 심리학 잡지를 만들어보자'. 30년 전 미국 유학 시절부터 생각해 오던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꾼 사람이 있다. '내 삶의 심리학 mind' 편집인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다.

최근 엄청 바빠진 탓에 50대 중반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그를 9월의 흑석동에서 만났다. 인터뷰어로 참여한 HOP(Humans of Psyche)와 나눈 이야기를 들어보자.

처음 만나면 드리는 공식 질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요즘은 어떤 일을 하면서 지내고 계신가요?

기본적으로 수업하고, 학생들이랑 연구하고 있어요. 중앙대학교에 온 지 16년 정도 됐네요. 처음에는 바쁘지 않았는데 4~5년 전부터 엄청나게 바빠졌어요. 50대 중반의 사람들이 왜 힘들어하는지 지금 경험하고 있고. 한편으론 힘들지만 그래도 재밌고 의미 있어요.

또 대외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이 있어요. 한국사회 사람들과 관련된 연구(종단연구)를 하고 싶은데, 세계적으로 종단연구를 하는 곳이 10개국 정도밖에 없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태어나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르는데 사람을 얘기한다는 건 황당하다고 봐요. 외국 자료는 우리나라 사람들에 맞지 않는 게 많아요.

이걸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료가 없기 때문이에요. 이런 문제의 근본이 종단연구죠. 이 사람들이 태어나서 생각하고 자라고 살다 죽는지에 대한 스토리가 없는데 어떻게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 얘기해요. 그래서 그런 작업을 해야겠다 싶었죠.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고 돈이 많이 들어요. 외국은 보통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을 해 줘요. 이런 걸 하려고 외부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요.

심리학 대중화가 필요한 곳이 생각보다 많아요. 특히 군대, 공무원 조직에 심리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군대는 잘 바뀌는데 공무원 조직은 잘 바뀌지 않아요. 아쉬운 점은 그들이 심리학을 모르다 보니까 바꾸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요. 내가 좀 심리학적으로 도울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어서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일이 많아졌어요. 의미 있는 일을 해볼까 하니까 좀 바쁘네요.

심리학 대중화를 위해 최근 시작하신 일 중 하나가 ‘내 삶의 심리학 mind’라고 알고 있습니다. mind를 만들게 된 이유나 목표가 있으신가요?

94년도에 유학을 갔는데 그때 친구들과 미국 심리학 잡지를 보면서 한국의 심리학 잡지를 만들어보자고 얘기를 나누곤 했어요. 그동안 그럴 여력이 안 됐는데 2년 전에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최근 내 삶의 심리학 mind라는 온라인 저널을 만들게 됐어요. 일차적 목적은 심리학 지식을 대중들과 나누고 싶은 거예요. 대중화하는 거죠.

그 친구 중 한명이 발행인을 맡고 있는 최영진 교수(중앙대 정치국제학과)예요. 다행히 모두 중앙대에 같이 근무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젊은 시절의 꿈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었죠. 최 교수는 교수신문 편집국장과 주간을 지냈기 때문에 매체 제작에 밝고 아는 사람도 많아 발행 관련 업무를 맡기로 하고, 나는 주변 심리학자을 중심으로 필진 구성하고 원고를 청탁하는 편집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사회는 심리학에 대해서 알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커요. 하지만 심리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몰라요. 비전공자가 답하기에는 한계가 있고요. 그래서 많은 궁금증에 심리학자들이 답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들이 있어서 잘못된 정보가 많아요. 이게 두 번째 목적이에요. 그런 것들을 바르게 잡아주는 거요. 대중화하는 일에 제대로 된 지식을 전하고 싶어요. mind가 이런 마당이 됐으면 좋겠네요.

어떤 분들이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나요?

현재 필진으로 약 80분 정도가 참여하고 있어요.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교수님들이 글을 쓰고 계시죠. 자유기고는 박사분들이 작성하시고, 석사분도 전문적으로 글을 쓸 수 있으면 초청하고 있어요. 대학원생들은 최신 연구를 리뷰해서 올릴 수 있기도 해요. 9월부터는 심리학 고전 읽기를 하려고요. 논문, 책을 선정하고 요약본을 제공해 학부생들도 와서 읽을 수 있도록요. 지금도 필진을 상시모집하고 있어요. 심리학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으신 분들의 많은 지원이 있으면 좋을 것 같네요.

(* 필진이 되는 법: 간단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기존의 집필 원고 4~5편을 보내주시면 내부 심의를 거쳐 연락드립니다. editor.mindjournal@gmail.com로 보내주세요. - 편집자 주)

군대에 관한 연구를 하시고 책도 쓰신 것으로 압니다. 어떤 계기로 군대 관련 연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아직도 군대 꿈을 꿔요. (웃음) 군대 관련 연구를 시작한 지 6~7년 정도 된 거 같아요. 우연히 군대와 닿을 기회가 있었는데, 심리학 관련 질문을 많이 받아서 조언도 하고 자문도 많이 한 게 시작이 됐죠. 그러다 국방일보에서 심리학 기사를 1년 반 정도 썼어요. 그 중 일부를 발췌한 게 『심리학 군대 가다』란 책이에요. 아마 거의 모든 부대에 한 권씩은 있을 거예요. 지금은 다른 부대랑 군교육 관련 작업을 하고 있어요. 심리학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 그걸 군대 내의 관리, 리더십에 접목할 기회를 만드는 작업이죠. 굉장히 의미가 있어요.

군대에 관심 있는 심리학자가 많지 않아요. 아쉬운 부분이에요. 앞으로 심리학자가 군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군대뿐만 아니라 밖에 나가보면 심리학이 필요한 곳이 참 많아요. 컨텐츠는 심리학자들이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인간이 왜 그럴까를 생각하잖아요. 이거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게 심리학인 거 같아요.

나한테도 가장 필요한 학문이고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학문이 심리학이라고 생각해요. 심리학은 사람을 이해하는 출발점이에요. 목표는 아니지만 심리학으로 사회, 인간을 이해할 수 있어요. 제가 심리학을 공부한 건 정말 운이 좋았죠.

어떤 계기로 심리학을, 그 중에서도 사회심리학을 전공하게 되셨나요?

심리학을 선택한 사람들은 다 자기 문제 때문인 경우가 많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 궁금함,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 싶은 거예요. 저 같은 경우는 원래 공대에 진학했다가 다시 공부해서 심리학과에 오게 됐어요. 내 삶의 가치, 인간에 대한 궁금함의 답을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 재수를 하면서 고민하다가 결국 심리학을 선택했죠.

군대를 다녀오면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 결심하고, 처음에는 발달심리를 석사과정으로 전공하다가 사회심리학 수업을 들으면서 박사로는 사회심리를 하고 싶어졌어요.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사회심리학이 사회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제가 80년대에 대학생활을 보내다 보니 이런 관심이 생겼나 봐요. 중앙대에 교수로 오기 전에 중앙대 故 최상진 교수님께 가르침을 많이 받았어요. 특히 한국문화에 대해서요. 학문적 폭을 넓힐 수 있게 됐죠. 사실 그전까지는 저도 햇병아리였어요.

대학 생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신가요?

군대까지 합하면 대학을 10년 정도 다녔어요. 아주 오랫동안 대학에 있었죠. 그 때는 핸드폰도 없으니까 놀거리가 술밖에 없었어요. 사회도 워낙 어려웠고요. 그래서 특별히 재밌는 일화는 잘 모르겠어요. 맨날 최루탄 냄새 맡고 다녔어요. 술 마시면서 신세한탄하기도 하고... 그래서 보이지 않는 그런 것들을 어울리면서 많이 푼 거 같아요.

대학은 부모님의 품을 떠나 독립을 시작하는 새로운 삶의 장이기도 합니다. 대학 입학을 위해 공부만 해 오던 학생들이 인생의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고요. 이 시기를 겪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나이가 들면 정서적으로 독립을 하려고 하지만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건 어렵잖아요. 어느 정도 되면 결단이 필요해요. 경제적 독립을 해 봐야 산다는 게 어렵다는 걸 알아요. 안락함이 계속 주어지면 절실함을 모르니까요. 그러면 어려움을 견딜 수 없어요. 그런 걸 언젠간 해야 해요.

절실함이 그 안에서 뭘 원하는지 알게 해 줘요. 하나하나 포기하다 보면 내 삶의 목표가 돼요.

저는 군대 다녀와서 3학년에 복학하고 독립을 했어요. 그 때는 과외를 많이 못 하던 시절이어서 독립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었어요. 독립을 하고 한 해동안 다섯 번을 이사했어요. 그만큼 독립이 어려운 거죠. 그 속에서 경제적인 힘을 키워야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요. 어려움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해내는 거죠.

사람들이 달성하기 어려운 게 목표예요. 쉬운 걸 삼지 않아요. 이걸 이길 수 있는 힘이 있어야해요. 다들 조금만 하고 좌절하잖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예요. 내적인 힘(참고 기다릴 수 있는 힘)이 어떤 인생을 살 건가 선택하게 해줘요. 궁극적으로 인생을 살면서 후회하지 않으면 돼요. 잘 살아왔다 하면 되는 거죠. 대단한 걸 하라는 게 아니라 만족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게 중요해요.

마지막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자녀들에게 세 가지를 이야기해요. 먼저 어떻게 해야 자기가 원하는 가치를 추구하면서 의미 있게, 현실적으로 살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보라고요. 의미를 부여하는 게 삶의 수준을 다르게 하거든요. 두 번째는 서두르지 말라고 해요. 저는 대학도 30살에 졸업하고 느리게 살았지만 지금 보니까 속도가 삶을 결정하지 않더라고요. 마지막으론 가능한 많은 공부를 하고 전문가가 되어라, 전문가가 되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죽을 때까지 할 수 있어요.

한마디로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서두르지 않으면서 길을 잘 찾으란 거죠.

아, 또 꾸준히 하면 좋겠네요. 어설프면 얻는 게 별로 없어요. 깊이 가야 많은 걸 배우죠. 제가 살아보니까 그래요. 어렵지만 초조해하지 말아요. 그걸 견디는 게 ‘젊음’이죠. mind

[인터뷰 진행: HOP(Humans of Psyche)

심리학의 기본인 인간에 대한 관심, 인간사랑을 가치로 심리학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단체입니다. 이야기를 통해 심리학과 관련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instagram @humansofpsyche
#facebook https://www.facebook.com/HumansOfPsyche
#email humansofpsyche@gmail.com]

Humans Of Psyche(HOP)
심리학의 기본인 인간에 대한 관심, 인간사랑을 가치로 심리학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단체입니다. 이야기를 통해 심리학과 관련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 http://bitly.kr/R5b5UJu 페이스북 : http://bitly.kr/eQ8TSKw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