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은 유전자가 아니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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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은 유전자가 아니였으면
  • 2019.09.26 18:19
지능은 유전일까요? 지능이 유전자로 결정되는지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자신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얼마나 값어치 있는 일인지 정확히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공부는 유전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삶에 중요한 것들이 얼마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물학적 본질에 의해 결정되는지를 묻습니다. 다음 주에 태풍이 상륙할 것인지, 오늘 오후에 소나기가 내릴 것인지가 결정되어 있는지보다 우리의 능력이 유전자로 결정되는지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바꾸려는 노력이 얼마나 값어치 있는 일인지 정확히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지적 능력이 유전자로 결정되는지 질문을 던지고,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답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유전이다', '노력이다'에 대한 마음의 결론을 내립니다.

유전자 결정론의 영향

Dar-Nimrod 등2014은 재미있는 연구를 했습니다. 사람들을 앉혀놓고 한 집단에게는 유전자가 어떻게 비만 여부를 결정하는지에 대한 가상의 기사글을 읽도록 했고, 다른 한 집단에는 사회적 관계가 비만과 관련이 있다는 기사글을 읽도록 했습니다. 그 이후에 쿠키의 맛을 평가하도록 하고 원하는 만큼 쿠키를 먹도록 했습니다. 유전자의 강력함에 대한 글을 읽은 이들은 자신의 체중에 대한 통제감이 줄어들었고, 안타깝게도(?) 더 많은 쿠키를 먹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발동시키고 있는 통제감의 원천이 '유전자 결정론' 때문에 허물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들은 유전자가 개인의 많은 속성 결정하는, 수정되는 순간 어떤 본질을 부여받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을 닮아가는 것을 보며, 놀랍게도 닮은 쌍둥이들의 행동을 보며, 우리는 유전자가 우리의 행동을 얼마나 결정하는지 생각합니다.

우리는 대체로 개인의 특성이 얼마나 유전의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를 갖고 있습니다Willoughby et al., 2019. 하지만 정말 지능과 학업 성취가 유전자로 좌우된다고 할 수 있는지, 우리들의 직관이 얼마나 맞는지 한번 따져봅시다.

다소 의아한 윌슨 효과

유전자형이 지능의 개인차를 설명하는 크기는 아동기에서 청소년기, 성인기에 이르며 증가합니다. 윌슨  효과Wilson Effect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소  의아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만약 유전자의 설명력이 환경과 대비되는 결정 인자라고 한다면, 유전자의 영향력은 다양한 삶의 사건과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희석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 결과가 의아한 이유는 우리가 유전자와 환경의 요인을 지나치게 구분해서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능과 같은 심리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유전자냐, 환경이냐'는 이분법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 vs. 환경의 이분법을 넘어서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는 유전성이 낮은 편입니다. 즉, 유전자가 손잡이의 개인차를 설명할 수 있는 양은 다른 행동 특성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약 24%). 하지만 손잡이는 특정 삶의 시점에서 뇌의 발달을 거치고 난 이후에는 결정된 손잡이가 쉽게 바뀌지 않는 자연스럽고 고유한 성향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우리는 이것을 생득적인 것으로 지각하게 되지요.

반면 지능과 학업 성취의 경우에는 70%에 육박하는 높은 유전성을 보이지만, 손잡이만큼 그것이 생득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유전자가 작동하는 강력한 통로가 바로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지적 능력의 잠재력이 있는 이들은 더 많은 잠재력을 추구하는 환경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합니다. 다른 가정에 입양된 일란성 쌍둥이가 다른 환경 속에서 양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들의 유전자는 자신의 환경 요인을 선택해나감으로써 개인의 성향을 빚어갑니다. 생득적으로 결정되었다고 하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작은 차이가 눈덩이로

지능에 대한 유전자의 높은 설명력은 우리가 시작점에서부터 다르다는 증거처럼 제시되곤 하지만, 사실 시작점의 작은 차이가 그들의 차이를 극대화하는 환경과 만나 눈덩이가 되어 굴러갑니다. 눈덩이가 굴러가는 모든 과정은 차곡차곡 개인의 차이가 쌓여가는 과정이지, 무언가가 결정된 과정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유전자가 설명하지 못하는 지능의 개인차가 순수한 의미의 '환경'을 의미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오히려 유전자가 설명하지 못하는 나머지는 우리의 의지가 개입할 여지가 적은 우연과 복잡성의 영역을 의미할 수도 있는 것이죠.

물론 유전자는 강력합니다. 잠잠히 평생에 걸쳐 작동할 수 있고, 우리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환경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강력함은 우리의 삶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사건의 힘을 삭제하지 않습니다. 중학교 2학년에 만난 담임선생님. 고등학교 1학년에 만난 단짝친구. 힘든 시기에 손을 건네어준 동료. 그 어떤 사건이 그 개인 안에서 유전자와 만나 눈덩이가 되어 한 사람의 행동 성향을 만드는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유전자 결정론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우리는 주사위를 던질 때 1과 6 사이의 숫자가 결정되었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만번을 던져도 7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고 아쉬워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네들의 삶에서 던져지는 1에서 6 사이의 주사위들은 예측할 수 없이 충분히 다른 삶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몇 주 동안의 집중적인 지능 훈련 프로그램으로도, 며칠 밤의 굳은 결심으로도 지적 재능이 충분히 향상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이유는 유전자가 우리 삶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기 보다,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주사위를 던져왔으며 그 결과들이 우리 몸 안과 환경에 차곡히 쌓였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의 힘을 받아들일 때 '결정되어 있음'과 '향상의 가능성' 사이의 겸손한 위치를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나와 당신이 서로 다른 이유는 시작점이 아니라 공이 떨어지는 모든 과정입니다. 앞으로의 삶에서 충분한 통제감을 갖고 스스로의 공을 굴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mind

    <참고문헌>

  • Dar-Nimrod, I., Cheung, B. Y., Ruby, M. B., & Heine, S. J. (2014). Can merely learning about obesity genes affect eating behavior?. Appetite, 81, 269-276.
  • Haworth, C. M., Wright, M. J., Luciano, M., Martin, N. G., de Geus, E. J., van Beijsterveldt, C. E., ... & Kovas, Y. (2010). The heritability of general cognitive ability increases linearly from childhood to young adulthood. Molecular psychiatry, 15(11), 1112.
  • Smith, G. D. (2011). Epidemiology, epigenetics and the ‘Gloomy Prospect’: embracing randomness in population health research and practice. 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 40(3), 537-562.
  • Willoughby, E. A., Love, A. C., McGue, M., Iacono, W. G., Quigley, J., & Lee, J. J. (2019). Free will, determinism, and intuitive judgments about the heritability of behavior. Behavior genetics, 49(2), 136-153.
곽세열 서울대 심리학과 임상심리 박사수료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임상심리학 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최진영 교수님이 운영하는 임상신경과학 연구실에서 어떤 노인이 인지기능과 건강한 뇌를 잘 유지할 수 있는지, 어떤 요인으로 치매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뇌과학이 정신병리와 만나는 지점에 대해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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