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을 통한 노인들의 추억 여행

가상현실이 주는 새로운 세계

가족 문화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시설에 상주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몸이 불편해 집 밖을 나서기가 어려운 노인들에게 유럽의 성당 투어나 미국의 국립공원 하이킹, 바닷속 신기한 생명체를 만나 보는 일은 TV나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가상 현실_{VR: Virtual Reality} 기술은 직접 그 장소에 가지 않고도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러한 가상 현실 기술이 노인들에게 어떤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 있을까?

노인들이 가상현실을 사용하면 생기는 일들

미국 MIT대학 연구진은 시설에 상주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가상 현실 체험이 노인의 삶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실험하였다. 총 63명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VR 헤드 마운트 기기를 쓰고 360도 비디오, 구글 거리뷰, 가이드 투어 등을 보여주고, 다른 한 그룹은 텔레비전을 통해 같은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도록 하였다. 영상은 긴장을 풀어주는 이미지, 세계 여행, 문화 행사, 참가자들이 가봤던 곳이나 자란 곳 등 이었다. 참가자들은 8~16명이 모여 VR 기기 또는 텔레비전을 통해 동시에 같은 영상을 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2주 동안, 하루에 20분가량 이러한 활동을 한 후에 행복도, 고립감, 시스템 만족도 등의 변화를 관찰하였다.

결과적으로 가상 현실을 체험한 노인들은 새로운 기술에 거부감을 갖기보다는 생생한 체험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VR 시스템을 이용한 노인들은 이용하기 전 보다 본인의 건강 상태를 더 좋게 평가했고,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도 높게 평가했다. 텔레비전을 시청한 통제 그룹과 비교한 결과, 가상 현실 체험 그룹이 본인의 건강 상태를 더 높이 평가했으며, 시스템 만족도와 향후 이용 의사도 높았다.

그들은 생생한 과거를 추억하기를 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노인들은 어떤 가상 현실 콘텐츠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을까? 호주 멜버른 대학교 연구진은 70세에서 81세로 구성된 22명의 참가자와 함께 노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가상 현실 콘텐츠_{Social VR}를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를 3개월간 진행하였다. 참가자들이 낸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어떤 콘텐츠를 선호하는지 알아보았다.

참가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것은 가상 현실을 이용해 과거에 경험했던 것을 생생하게 다시 체험해 보는 것이었다. 연구진이 제시한 시나리오는 ‘인생의 고속도로_{Highway of Life’}라는 제목으로, 친구들이 모여 고속도로를 달리게 되는데, 각 표지판은 과거의 연도를 가리키고 그곳에 가면 그들이 살아온 시대를 회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시나리오에서는 1969년도로 돌아가 당시의 모습과 함께 달착륙과 관련한 개인적인 추억들을 회상하게 된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유명한 역사적 사건보다는 그들이 과거에 경험했던 학교, 옷, 음악, 가족 등 일상을 다시 체험해 보고, 다른 사람들과 추억을 공유하기를 원했다.

한 남성은 젊은 시절 산악자전거를 타던 기억을 떠올리며, 가상 현실을 통해 다시 그런 스포츠를 즐기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하키 선수였던 여성도 지금은 하키를 한다면 온몸에 멍이 들 거고 절대 하지 않겠지만, 가상 현실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하였다. 참가자들은 가상 현실로 스포츠를 즐길 때는 올바른 운동 자세를 알려주는 전문가가 함께했으면 했고, 여행을 할 때는 역사와 문화 관련 지식이 풍부한 가이드가 설명을 해줬으면 했다. 또한, 자신을 직접 노출하는 것보다는 아바타 등이 대신해서 다른 사용자들에게 보이는 것을 추천했다.

새로운 징검다리, VR

이처럼 가상 현실과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실험 단계에 있지만, 앞으로 이 기술이 노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불확실하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노인들이 외롭지 않도록, 사회와 지속해서 연결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VR기술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mind

<참고 문헌>

Lin, C. X., Lee, C., Lally, D., & Coughlin, J. F. (2018, July). Impact of virtual reality (VR) experience on older adults’ well-being. In International Conference on Human Aspects of IT for the Aged Population (pp. 89-100). Springer, Cham.
Baker, S., Waycott, J., Carrasco, R., Hoang, T., & Vetere, F. (2019, June). Exploring the Design of Social VR Experiences with Older Adults. In Proceedings of the 2019 on Designing Interactive Systems Conference (pp. 303-315). ACM.

이세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 중노년 웰빙및게임 연구

어떻게 하면 IT기술이 시니어를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지, 어떻게 서로 다른 세대를 연결시켜 줄 수 있을 지 관심이 많다. 현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Games and Life Lab에서 심리학과 커뮤니케이션학을 기반으로 노년층과 게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