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장이 빵을 훔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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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장이 빵을 훔친 까닭
  • 2019.11.04 09:30
배고픔과 같은 본능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우리는 당장 그 욕구를 해결하는데 집중하는 상태에 돌입한다. 그때 우리는 부당한 방식으로라도 그 욕구를 충족하려고 할까?

뜨거운 상태 vs. 차가운 상태

우리의 몸이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 우리는 배고픔을 느낀다.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기본 욕구를 탑재한 우리의 신체 시스템 덕분에 우리는 배고플 때 불편함을 경험하고 그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하여 먹는 과정을 반복하며 생명을 유지한다. 심리학에서는 배고픔, 목마름, 졸림과 같이 본능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추동drive을 경험하는 상태를 뜨거운 상태hot state라 하고, 그 반대로 본능적 욕구가 충족되어 있는 상태를 차가운 상태cold state라 부른다.  

연구에 따르면 뜨거운 상태에 놓인 사람들은 생존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기 때문에 배고픔과 같은 결핍 상태를 해결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그 외의 목표 달성에는 관심을 덜 기울이게 된다Lowenstein, 1996. 그렇다면 ‘음식을 먹는다’라는 당장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윤리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장기적이지만 중요한 또 다른 목표 달성을 포기할 것인가? 다시 말해 배고픈 사람에게 남을 속여 음식을 먹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기꺼이 남을 속이고자 할 것인가? 이와 같은 질문에 대답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은 재미있는 실험을 수행하였다Williams et al., 2016.

배고픔과 속임 행동

연구자들은 대학 캠퍼스 내에 위치한 푸드 코트를 돌아다니며 여러 종류의 간식이 들어있는 간식 꾸러미를 보여주고 이 간식 꾸러미를 실제 교내 매점에서 판매한다면 얼마에 판매하는 것이 좋은지를 물어보았다. 그리고 응답자에게 오늘 마지막 식사를 언제 했는지 현재 얼마나 배가 고픈 상태인지를 물어보았다. 응답을 기록한 후 연구자는 주사위 하나가 들어있는 불투명한 컵을 응답자에게 건네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컵을 흔들어서 안에 있는 주사위의 수가 짝수면 방금 보여준 간식 꾸러미를 하나 줄게요.”

이 때 연구자는 응답자에게 결과를 속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하여 응답자가 컵을 흔들어 주사위를 확인하는 동안 설문지를 정리하거나 먼 산을 바라보는 등의 딴 짓을 하고 있었다. 실험 결과, 우연 수준, 즉 주사위를 굴려 짝수가 나올 확률인 50% 이상의 응답자들이 짝수가 나왔다고 보고하였는데, 흥미롭게도 배고픈 상태의 응답자가 그렇지 않은 응답자에 비해서 짝수가 나왔다고 거짓 응답했을 확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후속 실험에서 배고픈 응답자가 단순히 먹을 것을 얻을 수 있을 때에만 비윤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지 결핍을 해소해주지 않는 다른 이득(예. 공짜 펜)을 얻기 위해서는 속임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시 말해 뜨거운 상태에 있는 사람이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라도 이득을 취하고 싶어하는 경우는 취할 수 있는 이득이 결핍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도구성을 띄고 있어야 할 때라는 뜻이다. 마약 중독자들이 타인의 돈을 갈취하는 범죄에 가담할 확률이 높은 이유는 마약을 손에 넣는데 돈이 가장 직접적인 도구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이 레미제라블의 장발잔이라는 이름의 자화상을 남겼다. 그는 왜 스스로를 장발잔으로 묘사했을까? Paul Gauguin (   ), 'Self Portrait in the role of Jean Valjean', 1888, oil on canvas, 45 * 55 cm, the Van Gogh Museum, Netherlands.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이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의 모습을 한 자화상을 남겼다. 그는 왜 스스로를 장발잔으로 묘사했을까? Paul Gauguin (1848~1903), 'Self Portrait in the role of Jean Valjean', 1888, oil on canvas, 45 * 55 cm, the Van Gogh Museum, Netherlands.

장발장의 빵, 기질과 욕망 사이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배고픔에 시달리던 장발장은 빵 하나를 훔친 대가로 19년을 복역했다. 장발장에게 19년의 형을 선고한 판사가 순간적인 추동의 힘을 알았더라면 그래서 장발장이 빵을 훔친 이유를 장발장의 기질이 아니라 순간의 욕망 때문이라고 이해했다면 장발장은 좀 덜 가혹한 처벌을 받았을까? mind

    <참고문헌>

  • Loewenstein, G. (1996). Out of control: Visceral influences on behavior.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65(3), 272-292.
  • Williams, E. F, Pizarro, D., Ariely, D., & Weinberg, J. D. (2016). The Valjean Effect : Visceral States and Cheating. Emotion, 16, 897-902.
임혜빈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교수 심리학 Ph.D.
현재 광운대학교 산업심리학과에서 소비자∙광고 심리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판단∙의사결정 행동에 대해 연구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나는 왜 이렇게 무엇을 고르고 결정하는 것이 어려운가?’ 하는 개인적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의사결정 연구를 시작하였다. 지금은 ‘왜 인간은 자꾸 잘못 고르는가?’, ‘어떻게 하면 인간은 좀 더 잘 고를 수 있을 것인가?’ 와 같은 보다 거시적인 질문에 조금이나마 답해보고자 배우고 연구하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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