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들고 가출한 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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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들고 가출한 철호
  • 2019.10.08 17:00
학업을 포기하고 학교를 그만 두려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교사에 대한 반항심에 충동적 폭력의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다.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전문가의 상담경험을 들어보자.

위기의 청소년들

최근에 모학교에서 학업중단의 위기에 처한 고교 청소년들과 집단상담을 한 적이 있다집단상담을 시작하면서 학교중도 탈락 위기의 이유를 물었더니 잦은 지각, 흡연, 무단이탈, 결석 등 학교 교칙을 어긴 벌점이 높아서 이대로 계속하면 퇴학을 당할 수도 있다고 말하였다

흡연의 문제는 별도로 하고 지각과 결석의 이유를 물으니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고 공부에 흥미도 없는데 고등학교 졸업장은 있어야 하니까 하는 수 없이 학교에 오는 거라며 "정말 싫어요" 라고 말했다애당초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갈데가 없어서 이 학교에 진학을 하고보니 적성도 맞지 않은데 공부도 어렵다고 한다

사실 특성화된 몇몇 전문계 고등학교는 취업과 바로 연결이 되는 학교여서 취업에 필요한 기술을 배워야 한다. 흥미가 없는 학생들에게는 학교 다니는 것이 고난의 길이 되는 것이다그렇다고 학교를 그만두면 갈데도 없고 가정에서 부모님들과 겪을 갈등을 이겨낼 자신도 없고 뚜렷이 잘하는 것도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학교를 다니는 셈이다

진학위주 입시공부

이런 현상은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에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진학을 위한 입시공부 위주의 수업과정으로 성적순위 경쟁을 하다보니 성적이 떨어지고 공부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은 대부분 엎드려 자거나 아예 교실밖을 나가서 무단 이탈을 하기 일쑤라고 한다. 우리나라 청소년들 중에 자신이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는 청소년들은 아마 드물 것이다

과거 10년 동안 내가 근무한 대구지역 청소년상담의 통계를 보면 전체 상담실적의 1,2위가 학업과 진로 고민일 만큼 학업은 청소년들의 발달과제이기도 하고 엄청난 고통이기도 하다어려운 공부로 힘들어 하는 청소년들 중에는 본인이 잘하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않아 괴로운데 환경이 더욱 부채질 하는 경우도 있다. 10년 전 내가 만났던 철호(가명)가 그런 학생이었다.

Beverly McIver. 'Depression', 2010, Oil on canvas, Betty Cuningham Gallery, New York City.
검은 피부의 철호. Beverly McIver. 'Depression', 2010, Oil on canvas, Betty Cuningham Gallery, New York City.

내가 만난 철호

철호는 키도크고 듬직한 외모에 공부도 잘하는 학생이었고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처음 철호를 만났을 때 칼을 소지한 채 가출을 하였다고 해서 다소 긴장을 했으나, 다행히 아무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았다고 했다첫면접에서  철호는 학업성적으로 인해 매우 불안하고 위축되어 있었다철호가 칼을 들고 가출을 한 사건으로 놀란 어머니는 상담자에게 모두가 자기잘못이라며 아이가 가출을 하지않고 학교만 다닐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하였다

철호와 어머니를 설득하여 정신과 진단을 받아 본 결과 심한 우울증 진단이 나왔고 의사의 지시대로 약을 복용하면서 상담을 병행하기로 하였다.  철호는 상담을 통해 공부하라는 어머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찾고싶다고 했으며 사람들이 무섭고 불안하다고 했다철호가 칼을 들고 가출을 하게 된 동기는 학교분위기로 인한 충동적 선택이었다고 한다

 더 좋은 성적을 요구하는 어머니의 압박에 지칠대로 지친 철호는 학교에 가서 심화반 담당 선생님에게 시달리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아이들이 불쌍하고 자신이 욕을 먹는 것도 아닌데 꼭 자기 자신같다고 생각했다고 한다평소 어머니 등살에 공부를 안하면 살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다가 학교에 가면 학교선생에게 당하는 것을 상상만해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했다.

어떤 아이들은 공부를 해도 성적이 안나오는데 선생님들은 그런 아이들을 때리고 심지어 들러리라고 욕을 하며 구박을 했다고 한다철호가 속해 있던 심화반 아이들은 공부를 많이 하고 착한아이들인데 선생님들에게 당하는 것을 보면서 철호는 교사에 대한 반항심이 생겼다

교사에 대한 반항심

"고작 대학가서 조금 더 배웠다고 선생이라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줄 아는가 본데  웃기지 마라 " 하고 잔인하게 죽이는 상상을 하곤했고한번은 선생들을 죽이고 싶어 학교에 흉기를 들고 간적도 있었는데 그날은 선생님이 아이들을 때리지 않아서 그냥 넘겼다고 했다

철호의 가출이나 칼을 들고 학교에 간 충동적인 행동과 교사에 대한 반항심 등을 생각하면 반사회적인 성향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럴수 밖에 없었던 철호에게 현실은 매우 고통스러운 상황의 연속으로 보인다. 상담을 통해 보여지는 것은 우수한 대학에 진학하길 원하는 어머니의 과도한 집착과 학교의 과열된 진학경쟁 사이를 오가며 숨막히는 철호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행동으로 옮기려 했으나 기본 심성이 착하고 내성적인 탓에 미수에 그친것으로 보였다.  

부모의 과도한 집착

철호의 문제는 무조건 성공에 집착하는 부모와 입시교육의 병폐, 한술 더 뜨는 교사들의 잘못된 지도 등이 만들어낸 결과로 보여진다.  상담을 통해 철호는 본인이 하고싶었던 음악을 선택하였으며 잠정적으로 외가에서 생활하기로 하였다. 어머니의 잔소리는 한때 주춤하는 듯했지만 철호가 회복되어가자 다시 시작되었고 그런 어머니를 채념하듯 철호는 목표는 생겼고 원하는 것을 하지만 삶이 좋아진 것이 없다고 말하였다.  

학교를 때려치고 싶다는 청소년들의 한숨섞인 푸념들도 진즉에 학교를 그만두고 다른 진로를 찾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방황도 일시적인 그들의 문제로만 볼수 없는 일이다청소년들의 학업중단은 개인의 성장을 저해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인적자원의 손실과 청소년범죄의 증가 등 여러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입시경쟁의 해악

여성가족청소년부와 교육부가 손잡고 학업중단 숙려제를 실시한 후로 교문안에 청소년들을 붙잡아 두고는 있으나 입시경쟁 교육이 지속되는 한 학교부적응으로 인한 문제들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교육의 이러한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변화를 위한 노력이 없이 언제까지 아이들에게 하기싫은 선택을 강요하고 그나마 열심히 해보려는 아이들에게 조차 강압적이고 인격을 모욕하는 수단을 동원하며 입시경쟁에 내모는 이런 교육을 계속 해야하는지 염려스럽기 그지없다.  또다른 제2,3의 철호가 오늘도 거리를 방황하고 있지는 않는지왜 공부는 각자가 재미있는 것을 하면 안되는지 우문을 가져본다. mind

    <참고문헌>

  •  윤철경, 성윤숙, 최홍일, 유성렬, 김강호(2017). 학교 밖 청소년 이행경로에 따른 맞춤형 대책 연구 II.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한국교육개발원(2018). 교육통계분석자료집: 중등교육통계편.         

               

진혜전 다온심리상담센터와 대구드라마치료연구소 대표 상담심리 전공
1990년 3월 부터 26년간 대구광역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청소년상담을 하였고 2017년부터는 대구에서 다온심리상담센터와 대구드라마치료연구소를 운영한다. 계명대 교육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하였으며, 대구가톨릭대에서 사회복지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사이코드라마소시오드라마학회 수련감독전문가로 청소년상담, 부모교육, 인간관계 갈등해결과 정신장애 재활을 위해 사이코드라마와 소시오드라마, 통합예술치료 적용을 위해 관심을 갖고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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