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이 아니어도 걸으면 즐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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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이 아니어도 걸으면 즐거워집니다.
두 발을 앞뒤로 움직이는 것. 걷는 것은 긍정정서를 불러일으킨다. 굳이 꽃길이 아니어도 ‘걷기’라는 행위만으로도 마음이 즐거워진다.

꽃길만 걸어라 

어느 순간 유명 관광지의 사진 명소나 SNS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꽃길만 걷자” “꽃길만 걸어라이런 말에서는 꽃길에 방점이 있는 것 같다. 앞날이 술술 풀리고, 즐거운 일이 가득하라는 바램을 담은 것 같다. 꽃길이 아닌 걷기에 방점을 둔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꽃길이든 빌딩 안이든 걷는 것이 인간의 정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는 "쿠르베 씨 안녕하세요!"란 재미난 제목의 작품 속에서 지팡이를 들고 시골길을 걷고 있는 일상의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Gustave Courbet  (1819–1877) Blue pencil.svg wikidata:Q34618 q:en:Gustave CourbetGustave Courbet: La rencontreTitle	The Meeting or "Bonjour, Monsieur Courbet"Object type	paintingGenre	genre artDepicted people	Alfred BruyasGustave CourbetDate	1854Medium	oil on canvasDimensions	Height: 132 cm (51.9 ″); Width: 150.5 cm (59.2 ″)Collection	Fabre museum  Blue pencil.svg wikidata:Q1519002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는 "쿠르베 씨 안녕하세요!"란 재미난 제목의 작품 속에서 지팡이를 들고 시골길을 걷고 있는 일상의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Gustave Courbet (1819–1877). 'The Meeting or "Bonjour, Monsieur Courbet', 1854, oil on canvas, 132 ⅹ 150.5 cm, Fabre museum, France. 

즐거움의 실체

MillerKrizan (2015)의 논문은 "인간의 대부분의 즐거움은 능동적 움직임active movements과 관련이 있다"는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인간의 정서는 크게 부정정서와 긍정정서로 나뉘는데 긍정정서는 동기나 행동의 측면에서 접근approach과 부정정서는 회피avoidance와 관련이 있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즐거움이란 긍정정서가 느껴지기 때문에 자꾸 접근해서 만나고 싶고, 어떤 사람은 분노라는 부정정서가 느껴져서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두 연구자는 접근을 불러일으키는 시스템은 인간의 움직임, 그리고 긍정정서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즐거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은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우울증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느리게 걷고 움직임이 느리다. 걷는 것, 즉 보행은 일반적으로 보상을 향한 전진 및 자원의 획득과 관련이 되며, 몸 속에 내장된 걷기와 관련된 접근 시스템이 긍정정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한다. 연구들은 걷기는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일상적인 움직임으로써 체화된embodied 긍정정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앉아 있을 때와 걸을 때

그들은 세 개의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 캠퍼스를 걷게 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을 한 조건에서는 앉아 있도록 하고, 한 조건에서는 걷도록 했다. 앉아 있는 동안 보는 것을 동일하게 하기 위해 캠퍼스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 줬다. 첫 번째 실험을 보고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캠퍼스의 활기찬 풍경, 그것 자체가 즐거운 거 아닌가요?”

그래서 두 번째 실험에서는 캠퍼스 내의 칙칙한 건물 안을 걷도록 했다. 앉아있는 조건의 사람들은 해당 건물 안의 영상을 찍어서 그것을 시청하게 했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연구실에서 러닝머신 위를 걷게 했다(이 실험을 보고 저 러닝머신을 연구실로 어떻게 옮겼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건물 안을 돌아다니면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과 같은 변수를 통제하기 위해서다. 동일한 영상을 보면서 한 조건의 사람들은 러닝머신 위를 걷고, 다른 조건의 참가자들은 앉아서 영상을 봤다.

세 개의 실험 결과, 앉아 있는 사람들보다 걷는 사람들이 즐거움과 같은 긍정정서를 더 많이 느꼈다. 캠퍼스 안이든, 칙칙한 건물 안이든, 러닝머신 위에서든 걷는 사람들은 같은 시간 비슷한 장면을 보면서 앉아 있는 사람들보다 더 즐거움을 느꼈다. 걷는 것이 재미없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도 걷고 나면 앉아있었던 사람들보다 긍정정서를 더 많이 느꼈다

가만히 있기보다 전기충격을

사실, 인간은 가만히 앉아서 생각만 하는 것을 크게 즐기지 않는다. 인간은 무엇인가를 할 때 움직일 때 즐거움을 느낀다. 2014Wilson과 동료들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인간은 6~15분 정도 가만히 생각만 하라고 했을 때 (핸드폰도 없이) 생각만 하는 것보다는 무엇인가 하는 것을 선호한다.

심지어 전기 충격을 받는 부정적인 일이라고 할 지라도 가만히 생각하기 보다 전기충격 받는 것을 택한다. 해변에서 누워있는 것 같은 멋진 상상을 하라고 해도 상상하거나 생각하기 그 자체는 즐거움을 향상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Wilson과 동료들의 연구, MillerKrizan의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사람은 무엇인가를 하고 움직이고 걸을 때 가만히 있을 때보다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로 워킹의 시대

 앞으로의 시대는 덜 걷는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제로 에포트"zero effort의 시대로 육체적 노동없이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물인터넷의 발달로 음성으로 조명을 켜고 텔레비전을 틀고, 자율주행자동차의 확대로 더 많은 사람들이 걷지 않고 무엇인가를 타고 이동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런 사회는 제로 워킹zero walking의 시대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러 걸으려고 하지 않으면 굳이 걸을 필요가 없는 시대. 인간의 즐거움은 자연스럽게 감소하지 않을까? 인간은 일부러 걷게 만드는 재미있는 기계, 공간, 놀이를 더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걷기, 재미 없을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가을은 참 걷기 좋은 계절이다. 걸으면서 즐거움을 느껴보면 어떨까? 꽃길이 아닌 건물 안에서 걷는 것도 즐거움을 준다고 연구가 말하지 않는가. "재미없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논문 제목도 "반대라고 예측할 때조차도even when expecting the opposite 걷는 것은 긍정정서를 촉진한다"고 붙였다. 걸으면서 즐거운 가을을 느끼시면 좋겠다. mind

   <참고문헌> 

  • Miller, J. C., & Krizan, Z. (2016). Walking facilitates positive affect (even when expecting the opposite). Emotion, 16(5), 775-785
  • Wilson, T. D., Reinhard, D. A., Westgate, E. C., Gilbert, D. T., Ellerbeck, N., Hahn, C., ... & Shaked, A. (2014). Just think: The challenges of the disengaged mind. Science, 345(6192), 75-77.
박지영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연구교수 산업및조직심리 Ph.D.
사람들이 왜 일을 하고, 일에서 어떻게 의미를 갖는지 등 개인의 일에 대한 주관적인 경험에 관심이 있다. 일의 의미, 지루함(권태) 그리고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세대에서 산업 및 조직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인공지능과 관련된 중앙대 연구소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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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은 2019-10-11 09:43:42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