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을 키우는 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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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을 키우는 힘, 감사
  • 2019.10.15 08:30
상대방이 정직하길 바랄 때, 도덕적이길 강요하거나 설득하기 말고 다른 좋은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최신 연구를 통해, 정직을 이끄는 효과적인 대안을 알아봅니다.

정직함이란 무럭무럭 길러낼 수 있는 품성인 것일까? 적어도 부모들 중에 본인의 자녀에게 거짓말 하라고 가르치는 부모는 드물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다양한 이유로 정직하라고 권한다. “거짓말은 (너와 나 사이의) 믿음을 깨니까”, “학교에서(혹은 사회에서) 벌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것은 옳지 않으니까”... 정직하지 못함의 결과가 얼마나 부정적인지부터 정직이란 미덕virtue 자체의 당위성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가정과 학교와 사회는 아이에게 정직을 권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도덕적인가? 정직한 구성원들로 구성되어 서로 신뢰를 쌓는 사회인가? 선뜻 그렇다, 대답할 수 없다면 정직을 권하는 다른 방식을 생각해보자. 최근 Psychological Science란 저널에 실린 연구는 도덕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조금 바꿔볼 것을 제안한다. 우리가 가진 미덕 중 어떤 가치value는 다른 가치를 이끌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의 이름은 감사Gratitude다.

st	Henry Ossawa Tanner  (1859–1937) Blue pencil.svg wikidata:Q1374436Title	The Thankful Poor가난한 이들이 왜 더 감사하는가? 19세기말 미국의 흑인화가 오싸와의 작품이다. Object type	paintingDate	1894Medium	oil on canvasDimensions	Height: 90.1 cm (35.5 ″); Width: 112.4 cm (44.2 ″)Collection	Private collection
가난한 이들이 왜 더 감사하는가? 19세기말 미국의 흑인화가 오싸와 태너의 작품이다. Henry Ossawa Tanner (1859–1937),  'The Thankful Poor', 1894, Oil on canvas, 90.1  * 112.4 cm, Private collection.

감사한 마음 갖게 하기 실험

감사가 정직한 행동을 이끌어내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 연구는 재미있는 실험을 기획했다. 이 실험은 타인의 도움을 받은 후 발생하는 실험 참가자의 감사 감정과 도덕적 행위와의 관계를 증명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인지 과제 실험에 참여하는 줄 알고 실험실에 도착한다. 그리고 총 3개의 과제를 진행하는데 첫 번째 과제는 다른 실험 참가자와 함께 퀴즈를 풀며 약 3분 정도 진행됐다. 두 번째 과제는 단어 재인 검사인데, 참가자와 동료 참가자는 두 개의 컴퓨터에 각자 앉아서 개별적으로 과제에 참여했다. 이 과제는 매우 지루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런데 두 번째 과제가 끝나갈 때쯤 갑자기 참가자의 컴퓨터가 고장 났다. 실험자는 컴퓨터가 고장났으며, 기술자를 불러서 수리한 이후 참가자가 지루한 단어 재인 검사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실험자가 기술자를 부르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먼저 과제를 끝낸 동료 참가자가 참가자의 컴퓨터를 살펴본 후 문제를 해결해준다! 동료 참가자의 도움으로 참가자는 무사히 세 번째 과제로 넘어가게 된다. 사실 이 과정은 참가자에게 감사 감정을 유도하기 위해 참가자는 모르게 미리 정해진 과정이며, 동료 참가자 역시 실험을 위해 미리 섭외한 공모자이다. 일련의 사건 후 세 번째 과제를 시작하기 전에 참가자는 현재 얼마나 감사와 행복을 느끼는지 보고했다.

세 번째 과제는 재미있는 게임과 어렵고 지루한 수학 문제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진행된다. 과제 선택은 참가자가 고르는 것이 아니라 가상의 동전 뒤집기 결과로 결정된다. 동전 뒤집기가 과제를 선택하는 확률은 똑같고, 동전 뒤집기로 참가자의 과제가 결정되면, 남은 과제는 다른 실험 참가자에게 할당된다. 이 때 다른 참가자는 첫 번째 과제를 같이 푼 동료는 아니다. 즉, 컴퓨터를 고쳐준 동료가 아닌 다른 사람의 세 번째 과제가 참가자의 동전 뒤집기 결과에 의해 같이 결정된다. 실험자는 가상의 동전 뒤집기를 진행할 컴퓨터는 옆방에 있고, 참가자가 혼자 들어가서 동전 뒤집기를 한 후, 할당된 과제를 진행하면 된다고 알려준다. 하지만 가상의 동전 뒤집기는 늘 지루하고 어려운 과제를 할당하도록 미리 조작되어 있다. 따라서 참가자가 혼자 들어가서 한 과제가 쉬운 과제이면 그것은 부정행위cheating를 의미한다.

연구자들은 감사와 다른 긍정적 감정 상태를 비교하기 위해 두 번째 과제와 관련해 다른 실험 조건을 만들었다. 행복을 유도하는 조건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은 두 번째 과제에서 컴퓨터가 고장 나는 대신, 과제 후 동료 참가자와 매우 재미있는 2분 길이의 비디오를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무 감정도 일으키지 않는 조건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은 별 다른 재미가 없는 2분 길이의 다큐멘터리 비디오를 보고 마찬가지로 동료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이 두 조건의 참가자 역시 세 번째 과제에 들어가기 전에 현재 느끼는 행복과 감사 상태를 보고했다.

고마움과 부정행위

세 감정 상태에 따라 참가자의 거짓말, 즉 부정행위 비율은 달라질 것인가? 먼저 세 집단은 연구자의 의도대로 경험하는 감정 수준이 달랐다. 감사를 유도한 집단이나 행복을 유도한 집단은 아무런 감정도 유도하지 않은 집단과 비교했을 때 행복을 느끼는 수준은 비슷하게 높았다. 그러나 두 집단의 참가자가 경험하는 감사 감정은 확연하게 달랐다. 감사 유도 집단은 행복 유도 집단과 아무런 감정도 경험하지 않은 집단보다 높은 감사 감정 경험을 보고했다. 그리고 두 집단에 비해 부정행위를 한 참여자 비율이 현저하게 낮았다. 또한 감사 감정을 더 많이 경험할수록 부정행위를 하지 않고 어려운 과제를 받아들이는 확률이 더 높아졌다. 반면 행복 유도 집단과 어떤 감정도 경험하지 않은 집단에서 부정행위를 한 참가자 비율은 유사했다.

혹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동이 부담됐던 것은 아닐까? 연구자들은 두 번째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기억력 테스트를 위해 자신의 자전적 기억을 상세하게 기술할 것을 요청했다. 참가자들은 감사했던 기억, 행복했던 기억, 그냥 일상적 기억 중 하나를 보고해야 한다. 그들은 임의로 선택된 유형의 자전적 기억을 기술한 후, 감사와 행복을 지금 얼마나 경험하는지 보고했다. 기억력 검사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가상의 동전 뒤집기를 통해 앞면이 나오면 40센트, 뒷면이 나오면 10센트를 추가 보상으로 더 받는다고 들었다. 가상의 동전 뒤집기는 참가자 혼자 버튼을 누른 후 그 결과를 실험자에게 알려주면 된다. 컴퓨터는 참가자의 동전 뒤집기 결과를 기록하지 않는다. 즉 보상 결과에 대해서 익명성이 보장되어 있다. 사실 동전 뒤집기 결과는 10센트를 받도록 조작되어 있다. 참가자가 동전 뒤집기에서 거짓 보고를 해도 다른 참가자가 손해를 보는 일은 없다.

두 번째 실험에서 거짓말을 하는 참가자 비율은 첫 번째 실험보다 증가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소소한 거짓말을 하는 데 좀 더 주저함이 없었다. 그러나 감사의 효과는 그대로 나타났다. 즉, 감사함을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보다 정직한 행동을 선택했다. 특히 깊이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10센트를 받는 정직한 행위를 할 확률이 커졌다.

내가 베푸는 친절이 그를 정직한 사람으로

첫 번째 실험에서 참가자의 정직한 행동은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쉬운 과제를 할 사람은 참가자와 상관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실험에서 참가자는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그저 과거의 감사 경험을 회상했을 뿐이다. 기존 연구에서 감사함은 나를 도와준 사람에게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기꺼이 도움으로 보답하려는 경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감사함은 내가 받은 호의를 되돌려주는 것을 넘어서 정직한 행위 그 자체를 할 확률을 높여준다. 이는 아마도 감사함이 다른 도덕적 행위에 대한 가치를 높여주고, 내적 갈등 없이 도덕적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연구는 정직한 사회로 가는 작은 힌트를 준다. 양치기 소년의 최후를 가르치는 것보다 우리가 일상에서 더 자주 감사함을 느낄수록, 작은 눈이 뭉쳐 눈덩이가 되듯 다른 미덕 역시 우리 안에서 점점 자라난다. 당신이 누군가를 기꺼이 도와준다면, 그 사람은 호의로 당신에게 보답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감사함은 다른 방향으로 번져 나갈 수 있다. 그 사람은 감사함을 느끼며 보다 정직하게 행동할 것이고, 당신의 도움은 그의 곤란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 그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 mind

<참고문헌> 

  • DeSteno, D., Duong, F., Lim, D., & Kates, S. (2019). The Grateful Don’t Cheat: Gratitude as a Fount of Virtue. Psychological Science, 30(7), 979-988.
  • Bartlett, M. Y., & DeSteno, D. (2006). Gratitude and prosocial behavior : Helping when it costs you. Psychological Science, 17(4), 319-325.
  • Valdesolo, P., & DeSteno, D. (2007). Moral Hypocrisy : Social Groups and the Flexibility of Virtue. Psychological Science, 18(8), 689-690.
전미연 중앙대 심리학과 박사수료
중앙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사회 및 문화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자기와 사회, 개인의 삶의 의미와 더불어 사는 사회의 진보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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