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의 원페 강연과 자기복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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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래의 원페 강연과 자기복합성
  • 2019.10.11 21:00
요즘 박나래가 뜨고 있다. 그녀는 한 강연에서 자신에게는 개그맨 박나래가 있고, 여자 박나래가 있고, 디제잉을 하는 박나래가 있고, 술 취한 박나래가 있다 말한 바 있다. 자기복합성이 높은 사람이다.

개그맨으로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박나래가 2018년 원더우먼 페스티벌에서 강연한 내용이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당시 박나래는 개그맨으로서 무대에서 종종 남들에게 무시당하고 웃음거리가 되는 것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에게는 개그맨 박나래가 있고, 여자 박나래가 있고, 디제잉을 하는 박나래가 있고, 술 취한 박나래가 있기 때문에 개그맨으로서의 박나래가 다소 부당한 취급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다른 박나래들이 있어 괜찮다는 것이다. 이런 발언에 비춰봤을 때 박나래는 자기복합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도 괜찮아. 

자기복합성self-complexity이란 자신이 누구인지가 얼마나 분화되어 있는지, 즉 자기 자신 안에 얼마나 서로 다른 측면이 있고 또 서로 다른 측면에서의 자기가 얼마나 독특한지를 가리킨다. 이 글을 쓰는 나 박선웅은 교수로서의 나, 작가로서의 나, 남편으로서의 나, 아버지로서의 나, 자식으로서의 나, 친구로서의 나 등 여러 측면이 있는데, 이러한 측면이 많을수록 자기복합성은 높아진다. 동시에 각 측면에서의 내가 얼마나 서로 다른지도 중요하다. 교수로서의 나는 외향적이고 장난을 좋아하지만, 작가로서의 나는 내성적이고 진지하여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면 자기복합성은 높아진다.

자기복합성에 대한 초기 심리학 연구들은 자기복합성이 스트레스에 대해 완충 역할을 함을 밝혀냈다1. 비록 개그맨으로서의 박나래가 웃음거리가 되더라도 쿨한 디제이 박나래가 있고 술 취해 즐거운 박나래가 있으니 박나래 전체를 놓고 보면 웃음거리가 된 개그맨 박나래의 부정적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같지만 다른 세명의 찰스2세. Sir Anthony Van Dyck (1599 - 1641)Details of artist on Google Art ProjectAnthony van Dyck: Charles I in Three PositionsTitle	Charles I (1600-49)Object type	paintingGenre	portraitDate	(1635 - Before June 1636)Medium	oil on canvasDimensions	Height: 84.4 cm (33.2 ″); Width: 99.4 cm (39.1 ″)Collection	Royal Collection  Blue pencil.svg wikidata:Q1459037
같지만 다른 세명의 찰스 1세. 그는 누구인가? 영국 찰스1세 시절 궁정화가로 활약했던 앤소니 반 다이크의 작품이다. Anthony van Dyck(1599~1641), 'Charles I in Three Positions',  1635~1636, oil on canvas, 84.4 * 99.4 cm, Royal Collection. 

실연을 했을 때 하늘이 무너진 듯 슬퍼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쉽게 넘어가는 사람도 있다. 이 둘의 차이는 헤어진 연인을 얼마나 사랑했었는지로 설명될 수도 있지만, 자기복합성의 차이로 설명할 수도 있다. 전자는 자기복합성이 낮아 연인으로서의 자신이 전체 자기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후자는 자기복합성이 높아 연인으로서의 자신이 전체 자기에서 비교적 적은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연으로부터 비롯되는 상처는 자기복합성이 낮은 전자에게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

낮은 자기복합성의 강점

그런데 실연의 상처가 아니라 연애로부터 오는 즐거움의 경우라면 어떨까? 자기복합성이 낮아서 실연의 상처가 큰 사람의 경우 반대로 연애로부터 오는 즐거움 역시 더 커질까? 자기복합성에 관한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그 답은 ‘그렇다’이다.2 자기복합성이 낮다면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에서 성취감을 느낄 때 그 긍정적 감정이 더욱 높아진다. 반대로 말하자면, 자기복합성이 높아 개그맨으로서 무시당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박나래는 올해 최고의 디제이로 뽑혀도 그 기쁨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복합성은 낮은 게 좋은 것일까, 높은 게 좋을 것일까? 상황에 따라 다르다. 높은 자기복합성은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약이 되지만 긍정적인 일이 생길 때는 독이 된다.

서로 다른 크기를 가진 내 속의 나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자기복합성을 구성하는 여러 측면들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측면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비교적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측면’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나 박선웅의 여섯 가지 측면을 언급했지만 실제 생활에서 나는 더 많은 측면을 가지고 있다. 삼괴중학교 동문으로서의 나도 있고, 운전하는 나도 있고, 남양주시 별내동 주민으로서의 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측면들은 나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아 내가 나를 생각할 때 포함되지 않는다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해 말하자면, 나의 자기개념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얼마나 복합적인 자기를 갖는지는 각 개인이 얼마나 많은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달려 있다. 자기복합성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으니,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측면은 어떤 측면인지 또 자신이 얼마나 많은 측면을 감당할 수 있을지 성찰해 적절한 수준의 자기복합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mind

    <참고 문헌>

  1. Linville, P. W. (1987). Self-complexity as a cognitive buffer against stress-related illness and depress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2, 663-676.
  2. McConnell, A. R., Strain, L. M., Brown, C. M., & Rydell, R. J. (2009). The simple life: On the benefits of low self-complexity.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5, 823-835.
박선웅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성격및사회심리 Ph.D.
박선웅 교수는 사회 및 성격심리학을 전공하면서 나르시시즘 연구로 노스이스턴대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고려대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에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물질주의와 한국인들에게 부족해 보이는 개인적 정체성, 그리고 이 둘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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