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역설: 때론 불확실할 때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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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역설: 때론 불확실할 때 더 행복하다!
  • 2019.10.14 08:00
불확실한 미래에 오늘도 우리는 많이 불안해 하고 힘들어 합니다. 확실한 것들로 가득한 날들만 계속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어떤 불확실한 것들은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이 불확실성의 역설을 알려드립니다.

숙제를 해 오지 않은 학생들이 가장 불안한 때

학창시절에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평소에 숙제를 잘 하지만) 어쩌다가 숙제를 안 하고 학교에 간 날, 오늘 선생님이 숙제 검사를 할지 안 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오늘은 확실히 숙제 검사를 안 하는 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마음이 가장 편하겠죠. 그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확실히 숙제 검사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체념하고 혼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으니까요.

최악의 상황은 숙제 검사를 할지 안 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숙제 검사를 안 했으면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지만 안심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체념하고 혼날 각오를 하기엔 아직 희망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숙제 검사를 할 지 안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안감은 극대화 됩니다.

이처럼 불확실한 미래는 확실한 미래보다 두렵고 불안하며, 심지어는 불쾌하기까지 할 수 있습니다. 불확실할 때 우리의 마음은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또는 상대가 어떤 상대인지 파악하기 위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부정적인 생각, 감정이 우리 머릿속에 더 오래 남고, 부정적인 것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면 점점 더 부정적인 기분이 들겠죠.

불확실성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효과들

그리고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경험적으로 이미 이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되도록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매달 꽤 많은 돈을 온 보험에 넣습니다. 저축도 합니다. 때론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를 읽어 보며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미래를 조금이라도 안다는 느낌을 갖고 싶어 하죠.

불확실성의 두려움은 공포영화를 볼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불확실한 대상은 확실한 대상보다 두렵죠. 공포 영화에서 공포의 대상은 확실한 상대이기보다는 불확실한 상대일 경우가 절대다수입니다. 정체도 알지 못하는 존재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우거나 도망쳐야 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공포스러운 상황일 테니 말이입니다.

연애 관계에서의 희망고문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이와 같은 불확실성의 부정적 효과는 감정적 측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헤어진 연인의 상황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전 남친에 대한 미련과 애정이 아직 남아 있는 여성에게 전 남친이 이따금씩 카톡으로, 전화로 연락을 하며 여지를 남겨 놓는다면 어떨까요? 이 여성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뭐지?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건가? 얘도 아직 미련이 남아 있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룻밤에도 수 백 번씩 되풀이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괴로운 시간을 보내게 될 거예요. 이런 ‘희망 고문’도 불확실성에서 오는 고통입니다.

차라리 깔끔하게 관계를 정리해 주면 그 때부턴 힘들더라도 마음의 정리를 시작할 수 있을 테고, 몇 달이 지나면 힘든 마음도 많이 나아져 있겠죠. 그러나 헤어진 연인 간에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으면 마음의 정리도 하지 못하고 고통은 더 길게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형이상학파라는 독특한 화풍을 이끌었던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키리코의 '시인의 불확실성'이란 제목의 작품이다. 전체적으로는 견고한 고전주의적 토르소가 지배적이지만 화면 멀리 지나가는 기차나 싱싱한(그래서 금방 상할 것 같은) 바나나는  찰라적인 현실세계를 상징한다.  시인 폴 엘루아르드 "이러한 광경을 얼핏 보면  존재하는 것 같지만, 그러나 결코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우리는 이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엄청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ARTIST	Giorgio de Chirico 1888–1978ORIGINAL TITLE	L'Incertitude du poèteMEDIUM	Oil paint on canvasDIMENSIONS	Support: 1060 x 940 mmframe: 1232 x 1125 x 73 mmCOLLECTION	Tate
형이상학파라는 독특한 화풍을 이끌었던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키리코의 '시인의 불확실성'이란 제목의 작품이다. 전체적으로는 견고한 고전주의적 토르소가 지배적이지만 화면 멀리 지나가는 기차나 싱싱한(그래서 금방 상할 것 같은) 바나나는 찰라적인 현실세계를 상징한다. 시인 폴 엘루아르드 "이러한 광경을 얼핏 보면 존재하는 것 같지만, 그러나 결코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우리는 이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엄청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Giorgio de Chirico (1888~1978), 'The Uncertainty of the Poet', Oil on canvas, 106 x 94 cm, Tate, London. 

불확실성의 역설, 그래서 더 행복하다

그렇다면 불확실성은 언제나 우리를 불행으로 몰고 가는, 무조건 나쁜, 최대한 없애고 피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때론 불확실성이 우릴 더 행복하게 해 주기도 합니다. 바로 불확실성의 역설입니다. 지금까지 예로 든 상황들은 모두 불확실한 '부정적' 사건들과 감정들이었다는 점 혹시 눈치 채셨나요? 그렇습니다. 마냥 불확실해서 싫은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것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더 부정적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긍정적이면서 불확실한 사건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할까요?  네 맞습니다. 긍정적인 사건은 오히려 불확실할수록 이로 인한 행복은 더 오래 가고, 결국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한답니다.

다음의 상황을 상상해 볼까요? 매일 공강 시간에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한 여학생이 잠시 밖에서 머리를 식히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공부하려고 펼쳐 둔 책 위에 누군가가 몰래 두고 간 초콜릿이 놓여 있다면? 아마 이 여학생은 '누구지? 누가 초콜릿을 두고 갔을까? 누가 나를 좋아하는 건가? 지금도 혹시 내가 초콜릿 받았는지 보고 있을까?' 하는 다양한 생각들을 하며 설렘과 함께 좋은 기분이 솟아오를 것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는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설렘과 기분 좋은 마음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구요.

신비주의 전략과 열린 결말

사람들의 이런 마음을 적극 활용한 마케팅 전략도 있습니다. 바로 신비주의 전략입니다. 신비로움을 유지함으로써, 즉 불확실성을 남겨 둠으로써 대중의 관심과 호감을 증폭시키는 전략이죠. 대표적인 예로 '투 헤븐'To Heaven으로 데뷔한 가수 조성모를 들어 볼게요. 뮤직비디오에도, 다른 어떤 방송에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하며 궁금증을 자아내며 폭발적 인기를 끌었었죠. 물론 나중에 얼굴을 알리며 더더욱 폭발적 인기를 끌긴 했지만, 이런 인기에 이르기까지 신비주의가 큰 몫을 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어릴 때부터 즐겨 듣던 신데렐라, 백설공주 등의 동화fairy tale들의 결말엔 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아름다운 공주와 왕자의 사랑 이야기는 항상 이렇게 끝이 납니다. “그 후로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대요.” 일말의 불확실성의 여지도 남겨 두지 않은 너무나도 확실하고 확고부동한 '행복한' 결말입니다. 이렇게 확실한 결말을 듣고 나면 이야기가 끝난 이후에 인어공주는 어떻게 되었을까? 왕자님과 결혼한 신데렐라는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질문들은 우리 맘 속에 남아있지 않겠죠. 이야기가 끝남과 동시에 이야기에 대한 생각도, 이야기로 인한 흥분도 함께 끝이 나 버리는 것입니다. 모든 불확실성이 해소된 채 말입니다.

긍정적 불확실성으로 행복한 하루를

우린 이제 불확실성의 역설적인 이익을 알았으니 앞으로 긍정적인 일에 대해서는 일부러 불확실성을 좀 남겨 둬 보면 어떨까요?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을 때, 누구인지 알리지 않고 몰래 작은 선물을 배달시켜 보면 어떨까요? 그 사람의 하루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앞으로 부정적인 일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없애주고, 긍정적인 일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을 오래 남겨 둡시다. 일상 속의 소소한 긍정적이고 불확실한 일들이 의외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mind

임낭연 경성대 심리학과 교수 성격및사회심리 Ph.D.
연세대에서 사회 및 성격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행복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하였다. 현재 경성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2015년에 한국심리학회에서 수여하는 김재일 소장학자 논문상을 수상하였다. 행복 및 긍정적 정서 연구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는 범죄피해 진술조력(2018), 범죄피해 조사론(2018), 심리학개론(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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