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멀쩡한' 사람이 마약을 하는 것일까?
상태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왜 '멀쩡한' 사람이 마약을 하는 것일까?
  • 2019.10.16 08:00
번듯한 유력인사나 유명인이 별안간 마약사범으로 체포되었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마약이 대체 뭐길래 멀쩡한 사람을 수렁으로 빠뜨리는 것일까? 뇌의 보상회로에 그 답이 있다.

'멀쩡한' 사람들이 마약에 손대면

이상하다. ‘마약 빵’ ‘마약 김밥’ 등 아주 맛있는 음식에만 형용사로 붙이는 줄 알았던 단어가 줄곧 TV뉴스에 나오더니 연예인부터 기업 후계자들이 연일 붙잡혀가는 소식들이 조용할 만하면 또 다시 들린다. 과연 그게 뭐길래 ‘멀쩡한’ 사람들이 ‘저런’ 것을 하는 것일까?

먼저 마약의 종류들을 살펴보면 원래는 의약용도로 개발된 것들이 남용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항상 TV에 많이 나오는 ‘필로폰(히로뽕)’이라는 마약의 원래 이름은 메스암페타민methamphetamine으로 비만치료제나 ADHD 약의 원료로 쓰이는 암페타민의 길거리 버전street drug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암페타민에서 화학구조를 조금 바꾸어 강도가 세고 중독성이 높은 물질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마약을 TV에 비치는 돈 많고 유명한 사람들이 유흥의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황당하게 마약을 접하고 사용하게 되는 경우들이 더 많다. 예를 들어, 한 화장품 판매원이 이것을 먹으면 살이 빠진다며 권해 마셨는데 마약인 경우, 일용직 노동자들이 주위에서 같이 일하는 인부에게서 얻어먹은 요구르트에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은 호기심으로 구매하거나 유학 당시 외국인 친구와 함께 마약에 노출된 경우, 외국 여행 중 우연히 마약을 접하게 된 경우 등이다.

병석에 누운 한 여인이 마약의 일종인 몰핀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스페인 화가 산티아고 루시뇰의 작품이다. Santiago Rusiñol  (1861–1931) Blue pencil.svg wikidata:Q366930 s:it:Autore:Santiago Rusiñol q:ca:Santiago Rusiñol i PratsSantiago Rusiñol: Q24049001Object type	paintingDescription	Before the MorphineDate	1890s (?)Medium	paintingDimensions	Height: 79 cm (31.1 ″); Width: 98 cm (38.5 ″)Collection	Cau Ferrat Museum  Blue pencil.svg wikidata:Q4894835
병석에 누운 한 여인이 마약의 일종인 몰핀을 바라보고 있다. 뭘 고민하는 것일까? 스페인 화가 산티아고 루시뇰의 작품이다. Santiago Rusiñol(1861–1931), 'Before the Morphine', 1890s, Oil on Canvas, 79 * 98 cm,  Cau Ferrat Museum, Spain.  

마약에 물들어 멀쩡함을 잃다

어떻게 보면 마약은 ‘멀쩡하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멀쩡한’ 사람에게 주어져서 생각 외로 ‘멀쩡하지 못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게 신체적인 중독성이 될 수도 있고, 마약 사용으로 인한 법적 문제일 수도, 그로 인한 가족들의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최근 American Psychologist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뇌의 보상회로에도 좋아함Liking의 경로와 원함Wanting의 경로가 따로 있다Berridge & Robinson, 2016. 마약 같은 경우 시간이 갈수록 좋아함의 강도가 낮아지더라도 역설적으로 원함의 강도는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결국 다시는 마약을 하고 싶지 않는 상황에서도 몸이 원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호기심으로 시작한다 하더라도 마약에 대한 반응이 결국 자신의 통제권 밖에 있게 되는 것이다.

마약을 사용하게 되면 시냅스에서 순간적으로 엄청난 양의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이로서 신체는 항상성을 맞추기 위해 자연스럽게 체내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의 양을 일부러 줄이게 된다. 세로토닌과 함께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도파민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마약을 하지 않을때의 기분은 점차적으로 더 가라앉을 수 밖에 없게 된다Koob & Le Moal, 2001. 즉, 마약을 사용할수록 감정의 기저선(마약을 사용하지 않을 때의 기분)이 지속적으로 내려가게 되고 처음보다 가라앉은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약을 더욱 강박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멀쩡하다’의 정의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마약 사용의 끝은 확실히 ‘멀쩡’은 아니다. 호기심으로 사용할 물건은 더더욱 아니다. mind

   <참고문헌>

  • Berridge & Robinson (2016). Liking, wanting, and the incentive-sensitization theory of addiction. American Psychologist, 71, 670-679.
  • Koob, G. F. & Le Moal, M. (2001). Drug addiction, dysregulation of reward, and allostasis. Neuropsychopharmacology, 24, 97-129. 
김주은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임상심리학 Ph.D.
미국 뉴욕주 Columbia University에서 임상심리학 석사를 마치고, Syracuse University에서 임상 심리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현재 충남대 심리학과에 교수로 재직중이며 마약류 중독재활센터 센터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