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꼭 기다렸다가 두 개를 받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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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꼭 기다렸다가 두 개를 받아야 하나요?
  • 2019.10.16 08:00
마시멜로 연구로 잘 알려진 만족지연 연구는 유아기에 더 참고 인내할 수 있는 능력이 청소년기에 더 높은 수준의 학업성취도를 예측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로부터 약 28년이 지나 재현된 실험에서는 새로운 내용이 밝혀집니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답니다

만족지연delayed gratification 연구를 들어 보셨나요? '마시멜로 연구'로 널리 알려진 이 연구는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유치원생 나이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것입니다. 마시멜로와 같이 당장에 먹고 싶은 간식을 눈앞에 놓아준 뒤, "만약 7분 후에 어른이 돌아왔을 때까지 먹지 않고 기다린다면 하나를 더 줄게!" 하고 아이를 방에 혼자 남겨두어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는 실험입니다. 이때부터 (너무나 귀여운) 실험참가자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5년 남짓한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기다리면 더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지금 당장은 너무 먹고 싶은 것이죠. 지금 인내의 고통을 맛보는 대가로 미래의 행복을 살 것인가? 이것은 성인에게도 어려운 과제임이 분명합니다. '지금 놀지 않고 일하면, 주말에 더 긴 휴식을 가질 수 있을 거야, 조금만 참고 열심히 해볼까?' 하는 작은 설득은 힘을 쓰지 못하고, 현실은 밖으로 뛰쳐나가 내일의 마시멜로까지도 꿔다 먹는 삶이랄까요.

마시멜로 연구는 이 꼬마들이 15살이 되던 해에 발표된 결과로 인해 세상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됩니다Mischel & Shoda, 1989. Mischel 과 Shoda는 여러 논문을 통해서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더 오래 기다렸던 친구들이 수학, 그리고 언어영역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더 집중력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이를 바탕으로 만족지연gratification delay능력이 중요하며, 이 능력이 어릴 때부터 발달한 사람들은 일생에 거쳐 학업, 직업, 인간관계, 그리고 심지어 뇌 발달에 있어서까지 더 많은 이점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됩니다.

정말로 그런가요?

조금 더 참지 않고 마시멜로 하나 좀 먹었다고 이렇게까지 다른 결과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궁금해하는 연구자들도 늘어났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어린 시절의 만족지연 능력이 보다 넓은 개념인 자기통제능력self-control에서 기인한 것이며, 자기통제능력이 훌륭했던 아이들이 청소년기에도 더 좋은 능력을 보인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더 강력한 의구심을 가진 연구자들은 애초에 마시멜로 실험 참가자들이 편향된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은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마시멜로 연구는 스탠퍼드대학교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참가자를 모집했으며, 10년 후 SAT 점수를 평가하는 종단추적 과정에서 653명 중 185명만 추적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후속 연구자들은 기존 마시멜로 연구에서 밝혀진 '만족지연 능력'과 '청소년기 학업 성취도'의 관계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제 3의 요인들이 적절히 통제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제기합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의 학력, 지능 수준과 같은 가족력, 가정환경, 어린 시절의 지능 등과 같은 요인들은 유아기의 만족지연 능력과 청소년기의 학업 성취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다는 점과 같이요.

재현된 실험에서 발견된 새로운 효과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연구자들은 마시멜로 실험을 재현하게 됩니다. 다시 참가자를 모집하고, 아이들에게 마시멜로 주어서 얼마나 오래 기다릴 수 있는지 확인하고, 그리고 이들을 다시 추적해서 15살이 되었을 때의 학업능력을 평가하게 됩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기존 연구보다 약 10배 정도 많은 참가자를 모집하였고, 또 참가자 어머니의 학력 수준이 고르게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참가자를 모집하였습니다. 또한 마시멜로 실험에 참여할 당시 참가자의 지능, 기질 등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소 측정했습니다. 더불어 아이의 지능, 정서, 행동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정환경에 대한 정보도 수집하였습니다.

후속 연구에서도 유아기에 만족지연을 오래 했던 아이가 15세에 더 좋은 성적을 얻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 효과는 가정환경과 유아기의 지능의 효과를 제거하고 나면 거의 남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새로운 연구에서는 만족지연 능력이 아니라 유아기의 가정환경과 유아의 지능 수준이 아이가 마시멜로를 먹을지 말지를 결정하게 했고, 동시에 청소년기 학업 성취수준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스탠퍼드 마시멜로 연구 결과 역시 교육 수준, 사회경제적 능력이 편향된 참가자들로 인해 나온 결과는 아닌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더 짙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하나뿐일까요?

'만족지연'이 성공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이라는 주장이 어떤 맥락에서 생겨났는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 있습니다. 기다릴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순간에 우리는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활용합니다. 내가 기다렸을 때 더 많은 마시멜로를 얻게 될 확률을 계산하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결과물을 극대화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안전한 상황이라면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7분을 기다려서 칭찬도 받고, 마시멜로도 하나 더 받고 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형제가 많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가정, 마시멜로를 발견하는 즉시 먹지 않으면 영원히 순서가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때 결과물을 극대화하는 선택은 발견 즉시 바로 먹어버리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누구도 이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주어진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 최적화된 개인의 의사결정 방식은 잠시 예외적으로 안전한 상황에 놓인다고 해도 쉽게 변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장 합리적인 선택 혹은 이성적인 선택이라는 것에 대한 기준을 정할 때, 너무 당연하게 타인도 나와 같은 상황일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었던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연구 결과입니다. mind

   <참고문헌>

  • Mischel, W., Shoda, Y., & Rodriguez, M. I. (1989). Delay of gratification in children. Science244(4907), 933-938.
  • Watts, T. W., Duncan, G. J., & Quan, H. (2018). Revisiting the Marshmallow Test: A Conceptual Replication Investigating Links Between Early Delay of Gratification and Later Outcomes. Psychological Science29(7), 1159–1177.
김혜린 서울대 심리학과 임상심리 박사수료
서울대 심리학과 임상심리학 전공 박사과정 학생이다. 최진영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노년기 사회적 고립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고자 하는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사회적 고립상황에서 관찰되는 뇌 반응과 지각된 외로움 수준의 개인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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