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게리맨더링을 아십니까? 유튜브와 SNS에서 정치적 성향이 극단화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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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게리맨더링을 아십니까? 유튜브와 SNS에서 정치적 성향이 극단화되는 이유
  • 2019.10.18 15:59
최근 서초동과 광화문의 집회 참가자 수가 논란거리였다. 어느 쪽 집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추정치의 정확도를 따지기도 했다. 유튜브와 여러 SNS, 인터넷 카페에는 정치 관련 글들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는 듯 보이고, 논쟁은 더 격화되고 있다. 게리멘더링 때문이다.

최근 서초동과 광화문의 집회 참가자 수가 논란거리였다. 기술적으로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만큼, 수만에서 수백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추정치가 오고 갔다. 민주주의 체제가 가정하는 개인의 합리적 판단은 사회적 쟁점에 대한 옳고 그름이나 개인의 이해관계에 근거한다. 따라서 합리적으로 따져볼 때 집회 참가자 수는 그렇게까지 중요한 정보가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어느 쪽 집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추정치의 정확도를 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숫자가 그렇게 중요할까?

다수의 의견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

최근 Nature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중요한 것도 같다. Stewart와 동료 연구자들은 “정보 게리맨더링과 비민주적 의사결정Information gerrymandering and undemocratic decisions”이라는 제목의 매우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Stewart et al., 2019. 정보 게리맨더링Information gerrymandering이란 사회 관계망 내에서 정보가 전달되는 양상을 조작해서 실제로는 다수가 아닌 의견을 다수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으로, 한 쪽으로 치우친 투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연구자들은 간단한 투표 게임voting game을 고안해서 집단 의사결정이 정보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예측하는 계산 모형computational model을 만들고 실제 투표 양상을 관찰했다. 투표 게임은 다음 세 가지를 가정한다.

  • 첫째, 양당 체제에서 모든 유권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있다.
  • 둘째,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이기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
  • 셋째, 투표 결과가 비겨서 교착 상태에 머무는 것보다는 차라리 반대 정당이 이기는 것을 선호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투표를 할 때 자신의 선호와 함께 다른 사람의 선호를 고려하여 교착 상태를 피하는 결정을 하게 되는데, 모든 유권자들의 선호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한적 사회 관계망 안에서 관찰되는 타인의 선호를 바탕으로 지지 정당에 투표할지 반대 정당에 투표할지 결정하게 된다.

여기에서 타인의 선호를 관찰하고 영향 받을 수 있는 사회 관계망이 “영향력 네트워크influence network”이다. 이 때, 양당의 지지자 숫자가 같고 각 유권자가 가지는 영향력(자신의 선호를 관찰하여 영향 받을 수 있는 다른 유권자의 수)이 동일한 경우라도, 바로 이 영향력 네트워크에 따라서 선거구 조작과 같은 “정보의 게리맨더링”을 만들어 특정 정당에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온라인 상의 게리멘더링 효과

이 게리멘더링 효과를 실험적으로 탐색하기 위해 Stewart 등은 영향력 네트워크에서 같은 정당 지지자끼리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분류해 내 공유하는 정도(영향력 분류, influence assortment)와 특정 정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보 분류가 치우친 정도(영향력 차이, influence gap)를 이용해서 투표 결과를 예측하는 계산 모형을 제안했다. 그 결과, 실제로 온라인 상에서 2,520명의 사람들이 12개 집단으로 나누어 투표 게임을 하는 동안의 의사결정 양상은 모형의 예측과 부합하였다.

예를 들어, 그림 1에서처럼 파란색 정당 지지자와 노란색 정당 지지자의 숫자가 동일하더라도 노란색 정당 지지지가 더 많아 보이도록 영향력 네트워크를 불균등하게 나누면 (게리맨더링) 노란색 정당에 유리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졌다(B).

또한 한 정당에 치우친 영향력 네트워크의 수가 양 정당에 동일한 숫자로 존재하더라도 열혈 지지자 행세를 하는 봇(bot)을 파란색 정당에 치우치게 배치하면 파란색 정당에 유리한 방향의 투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C). 열혈 지지자가 양측에 균등하게 존재하면 투표 결과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교착 상태에 빠졌다.

실제 법안 발의 네트워크에서 작동하는 게리멘더링

이러한 발견을 실제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적용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서 양당 체제로 이루어진 미국과 유럽 의회들의 법안 발의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도 유사하였다. 즉, 대부분의 의회에서 투표 결과를 한 방향으로 치우치게 만들기에 충분한 크기의 영향력 분류와 영향력 차이가 관찰되었다. 실제 정치적 의사결정에서도 정보 게리맨더링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저자들은 정보 게리맨더링이 실제 유권자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비민주적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민주적 의사결정을 유도하기 위해서 정보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실험 결과와 모형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사실 영향력 차이가 없는 공평한 정보 네트워크를 제공했을 때 (그림 1 A) 유권자들의 선호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그리고 정보 분류 정도가 낮을 때, 다시 말해서 입맛에 맞지 않는 정보에도 고르게 노출될 때, 양당에 고르게 유리한 방향으로 합의에 도달하게 된다.

특정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SNS와 유튜브에 빠지는 사람들

이 연구는 다양한 맥락에서의 집단 의사결정을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는 모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고 중요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정치적 집단 극화와 교착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해 서로 의견이 유사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정보가 공유되는 '영향력 분류'가 증가했기 때문일 수 있다.

소셜 미디어는 일견 다양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줄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정보의 고른 확산을 제약한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들을 통해 알려져 왔다Barbera et al., 2015; Brady et al., 2017. 사회 관계망 속에서 서로 의견이 비슷한 사람들이 생산하고 전달하는 정보에만 선택적으로 노출되고 반대 입장에는 노출되지 않는 메아리의 방echo chamber; Barbera et al., 2015이나 필터 버블filter bubbles; Pariser, 2011 현상 때문에 각자의 입장이 더욱 강화되는 정치적 집단 극화political polarization가 일어난다. 이렇게 영향력 네트워크의 분리가 일어난 상태에서 영향력 차이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편집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열혈 지지자 봇의 역할을 하는 인위적 정보가 추가된다면 정보 게리맨더링이 쉽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발전으로 우리는 드넓은 정보의 바다에서 언제든지 원하는 정보에 접근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 속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가 매우 제한적인 정보를 접하고 있고, 그 정보가 실제를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 관계망을 통한 정보의 공유와 소셜 미디어의 맞춤형 정보 제공은 더 많은 ‘좋아요’와 ‘공감’을 유도해서 우리를 즐겁게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더 합리적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 것 같다. mind

   <참고문헌>

  • Barberá, P., Jost, J. T., Nagler, J., Tucker, J. A., & Bonneau, R. (2015). Tweeting from left to right: Is online political communication more than an echo chamber?. Psychological science, 26(10), 1531-1542.
  • Brady, W. J., Wills, J. A., Jost, J. T., Tucker, J. A., & Van Bavel, J. J. (2017). Emotion shapes the diffusion of moralized content in social network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4(28), 7313-7318.
  • Pariser, E. (2011). The filter bubble: What the Internet is hiding from you. Penguin UK.
  • Stewart, A. J., Mosleh, M., Diakonova, M., Arechar, A. A., Rand, D. G., & Plotkin, J. B. (2019). Information gerrymandering and undemocratic decisions. Nature, 573(7772), 117-121.
설선혜 부산대 심리학과 교수 사회심리 Ph.D.
인간을 인간답게 행동하게 만드는 마음의 원리를 알고 싶어서 사회심리학과 뇌과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의사결정과 행복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박사후 연구기간동안 신경경제학과 사회신경과학을 공부했다. 사회적 행동의 사회문화적 요인과 생물학적 기반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접근법을 사용하여 도덕성, 이타성, 공감, 협동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행동의 심리-신경학적 기전을 연구해왔다. 현재 부산대 심리학과에서 사회신경과학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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