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 김택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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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세 김택수씨
  • 2019.10.18 16:02
얼마 전 방영된 TV프로그램에 출연한 97세 김택수씨는 집안 일은 물론, 테니스와 국궁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삶을 살고 계셨다. 65세를 기준으로 20-30여년 간 노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의 '노인의 삶'을 살아야 하는가.

우리가 무언가를 기대할 때는 보통 설렘, 놀라움과 같은 감정을 담아 기쁜 소식을 기다리는 때인 경우가 많다.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다가오는 노년기의 삶에 대해 가지는 기대감에는 어떠한 생각과 감정이 담겨 있을까.

97세, 김택수씨

며칠 전 방영된 TV프로그램 “인간극장”에서는 97세, 김택수씨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97세 김택수씨는 돋보기도 쓰지 않고, 보청기도 필요 없이, 집안 일, 벌초 일 등을 뚝딱 해내고, 테니스, 국궁 같은 취미생활도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었다. 70년을 함께 했던 부인과 사별했지만, 여전히 독립적이고 활력이 있는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이었다. 새하얀 머리카락, 주름진 피부결은 97세 김택수씨가 노인임을 짐작하게 하고, 김택수씨 스스로도 예전보다는 피로감이 더 빨리 찾아오는 것에 대해 호소하기도 하지만, 운전면허증을 갱신하고, 동년배들과 관계를 유지하며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사는 모습은 우리가 평소 97세 노인에 대해 기대했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노인”이란

백과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노인”은 평균 수명에 이르렀거나, 그 이상을 사는 사람으로 인생의 마지막 과정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인생의 마지막 단계인 노년기의 시작은 65세이다. 최근 미국과 영국의 공동연구팀이 인구 예측 모델을 종합하여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2030년에는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여성은 91세, 남성은 84세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의료 및 과학기술의 발달, 복지 및 사회 제도 등이 변화하고 발달함에 따라 기대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대인들은 대략 20~30년동안의 노년기를 보내야 한다. 

이렇게나 길어진 노년기에 현실적으로 직면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변화와 함께, 관계의 변화, 사회`경제적 참여도와 지위에서의 변화 등은 노년기를 맞이하는 기대감이 설레임과 놀라움 같은 감정을 담아 기쁜 소식을 기다리는 때 가지는 기대감과는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지게 한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이보다 더 경쾌할 수 있을까. 영국 화가 데스 브로피가 노인의 일상적인 삶을 유쾌하게 캔버스에 담았다. Des Brophy. ‘Another home win’, 50.8×61cm, Oil on canvas.
어디로 가는지 이보다 더 경쾌할 수 있을까. 또다른 집은 아마도 술집이리라. 현재 활동중인 영국 화가 데스 브로피가 노인의 일상적인 삶을 유쾌하게 캔버스에 담았다. Des Brophy. ‘Another home win’, 50.8×61 cm, Oil on Canvas.

노년기를 기대할 수 있으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직면해야 하는 것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제한들에 지배되는 사람들과 지배되지 않는 97세 김택수씨 같은 사람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년기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 노년기 변화에 대처하는 방식 등의 미세한 차이가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여가면 하루의 차이가 결국 노년기 전반의 질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를 만들게 된다. 별다르지 않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청년기를 기대하듯 노년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인생의 마지막 단계인 노년기는 젊은 세대에게, 곧 이 시기에 도달할 다른 이들에게, 인류에게 아주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단계이다. 더 이상 이 시기를 사회가 부양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이 시기의 고유한 가치를 좀 더 다양하게 발견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 시기를 거쳐야만 하는 인류가 이제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말이다. mind

 

김나라 고려대 마음건강연구소 임상심리전문가
아직도 심리학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심리학자. 스포츠 심리학부터 노년기 심리학 연구까지 관심이 다양한 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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