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 예측과 조기개입책략_2
상태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신장애 예측과 조기개입책략_2
  • 2019.10.21 10:00
얼마 전 조현병 환자에 의해 주치의가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이런 사건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정신 질환의 진단 및 치료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20세 전후에 발생하는 조현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조현병 환자 관련 사건의 그림자

최근 몇 년 사이 조현병 환자와 관련된 주목할만한 사건들을 보도되었고 이에 대해 정부와 일반 국민들은 강하게 반응했다. 담당 주치의가 환자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건은 그 중에서도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정신건강정책의 실효성을 재고하고 변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주변과 사회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현재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분들과 가족들의 가슴앓이가 더 가중된 것도 사실이다.

일반인들에 눈에 비치는 조현병schizophrenia은 어떠한가?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 대한 시선은 어떠한가? 예측하기 어려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것이라는 편견이 조현병을 앓는 환자분들을 힘들게 만드는 부분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분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은 조현병 치료가 매우 어렵다는 점일 것이다. 처음 시점에서는 나름대로 치료에 대해 매우 높은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약도 복용하고 재활치료에도 참여하지만 어느 순간 재발이 찾아오고 이것이 반복되면서 점차 전반적인 의욕 상실과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옆에서 돌보는 가족들의 삶도 함께 피폐해 진다. 조현병 치료는 개인적 차원에서 절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은 이 분야에서 일해 본 사람이면 모두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현재 치매에 대한 정책과 마찬가지로 조현병의 조기진단과 개입 및 전생애 돌봄 역시 공동체에서 함께 감당해 가야 할 부분이다.

Dr. Philippe Pinel at the Salpêtrière, 1795 by Tony Robert-Fleury. Pinel ordering the removal of chains from patients at the Paris Asylum for insane women.병원에 수감된 정신병자들의 사슬을 처음 풀어준 것은 1795년의 일이다. 풀어 준 게했던 것이 파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필르프 피넬 박사Philippe Pinel, 1745-1826가 파리 Salpêtrière 병원에 수감된 정신병자들의 사슬을 풀어주고 있다. 1795년의 일로서 프랑스 역사화가 토니 플르뤼가 작품으로 남겼다. Tony Robert-Fleury(1837~1911), 'Dr. Philippe Pinel at the Salpêtrière', 1795, Oil on Canvas, ⓒPitié-Salpêtrière Hospital.    

조기 진단의 어려움

이번에 다루고자 하는 주제로 초점을 맞추어 보면, 모든 질병이 마찬가지지만 조현병 역시 조기에 빠르게 진단해서 개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책략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 지점에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조현병에 대한 조기 진단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매우 어렵다. 조현병의 진단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므로 조현병을 예측할 수 있는 변인을 찾아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현병에 대한 조기진단과 개입은 치료 및 향후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만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사춘기 우울증과 구분하기 어렵다

흔히 조현병은 20세 전후 처음 증상이 시작된다. 그런데 조현병이 발병하려는 전구기prodromal period 증상 상당수가 사춘기에 보이는 방황과 갈등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오인되면서 중요한 치료적 시기를 놓치게 된다. 잠을 잘 못 자고 친구 관계 등에서 소원해 지고 혼자 방에서 있으려 하는 행동들이 사춘기의 일시적인 방황으로 간주되면서 치료적 개입 시기를 놓치게 된다. 심지어 중증 정신장애에 대한 경험, 교육 및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담 및 심리치료자들 중에서 이러한 우를 범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중증 정신장애 조기진단에서는 1종 오류 보다도 2종 오류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도한 오경보 오류를 통해 당사자나 당사자 가족이 경험하게 되는 정서적 피해도 매우 치명적이지만 중요한 치료적 시기를 놓치는 것이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가족력 제대로 살피자

간단하지만 중요한 팁은 중증 정신장애 발병 위험 연령의 내담자가 의심증상을 보인다면 일단 가족력을 반드시 조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일반인들은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 등 중증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가족원에 대해서 대부분 그냥 우울증이라고 표현한다는 점이다. 망상이나 환청 혹은 환시 등을 보이거나 보였던 가족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조현병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조현병 가능성은 의미있게 더 높아진다. 미국 Emory 대학에서 12세에서 18세의 위험군 53명, 기타성격장애군 37명과 정상군 32명을 대상으로 아동문제행동척도CBCL를 1년 간격으로 두 번 실시하였다Simeonova et al., 2014. 흥미로운 결과는 위험군과 기타성격장애군은 기저선 평가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1년후 평가에서는 위험군은 정상군뿐 아니라 기타성격장애군에 비해서도 유의미하게 문제행동을 더 많이 보였다는 점이다. 위축/우울과 사고문제에서 차이를 보였으며 내현화 문제 항목에서도 위험군은 기타성격장애군에 비해서도 유의하게 높은 점수를 나타냈다. 위축/우울과 사고 문제는 많은 연구들에서 중증 정신장애의 중요한 예측변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사고가 느려지고 생각과 지각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사고의 경직성과 정서 처리의 어려움과 변화 등 인지 및 정서 처리와 관련된 사항들을 기본 증상이라고 하였고 정신증의 주요 에측변인으로 제시하였다Meng et al., 2009.

조기진단을 위한 사회지원 절실

결론적으로 조현병을 이른 시기에 알아차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노력을 기울인다면 유용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반 대중이 쉽게 알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일과 실제 가정에서 위험군이 발견되었을 때 당사자 가족이 낙인의 두려움을 가지지 않고 지역사회에 즉각적으로 도움을 청하고 이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원활하게 기능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위험군에 대한 돌봄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외국 사례를 보면 위험군 청소년들이 낙인의 두려움 없이 센터를 잘 다닐 수 있도록 센터를 중심가의 좋은 건물에 설치해 놓는다. 토론토 PRIME 클리닉은 중심가의 멋진 빅토리아식 건물에 위치해 있으며 호주의 PACE 클리닉은 최고로 번화한 쇼핑몰 전면에 있는 모던한 샵에 자리잡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상세히 기술하고자 한다. mind

   * 일반적으로 말하는 조현병 초기 증상

  • 우울, 사회적 위축
  • 증오나 의심, 비난에 대한 과도한 반응
  • 개인 위생 불량
  • 정서 표현이 메마르고 무표정한 시선
  • 슬픔이나 기쁨을 잘 표현하지 못하거나 부적절하게 웃거나 우는 행동
  • 과도 수면 혹은 불면증; 건망증이 있고 집중하지 못함
  • 기이하고 논리에 맞지 않는 말; 이상한 단어를 사용하거나 말하는 방식이 이상함 (    HelpGuide 에서 발췌)

    <참고문헌>

  • Meng, H., Schimmelmann, B. G., Koch, E., Bailey, B., Parzer, P., Günter, M., ... & Resch, F. (2009). Basic symptoms in the general population and in psychotic and non-psychotic psychiatric adolescents. Schizophrenia Research, 111(1-3), 32-8. doi:10.1016/j.schres.2009.03.001.
  • Simeonova, D. I., Nguyen, T., & Walker, E. F. (2014). Psychosis risk screening in clinical high-risk adolescents: a longitudinal investigation using the Child Behavior Checklist. Schizophrenia research, 159(1), 7–13. doi:10.1016/j.schres.2014.07.046
송현주 서울여대 심리치료학과 교수 임상심리 Ph.D.
임상심리학 주제중 조현병 환자의 회귀억제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하고 gamification을 활용한 조현병 위험집단에 대한 인지재활치료로 박사후 과정을 하였다. 현재 서울여대 심리치료학과(특수치료 전문대학원)에 재직하고 있다. 임상심리학에 중심을 두고 신경과학을 융합하는 연구에 주요 관심을 두고 있으며 주의력, 실행기능, 인지조절력과 정신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신장애의 조기진단과 치료적 책략을 개발하고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최근에는 앱기반 아동 청소년 대상 일차 심리평가 게임 '코콘'을 개발하였고 가상현실을 활용한 연구도 진행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