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을 대하는 두 가지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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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을 대하는 두 가지 자세
  • 2019.10.28 09:00
피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것, 사회의 불평등이란 그런 존재입니다. 불평등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저항과 순종입니다. 당신은 어떤 방법을 택할 것입니까? 그리고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우리의 마음은 무엇일까요?

다양한 형태의 불평등

인간은 자신이 속한 사회가 불평등할 때 불편함을 느낍니다. 예로, 서구 국가 중 불평등 수준이 높은 국가의 국민은 더 평등한 국가에 사는 국민보다 행복과 사회적 신뢰가 낮습니다e.g., Delhey & Dragolove, 2014; Fachey & Smyth, 2004; Layte, 2011. 또 한 국가 내에서도 불평등한 동네에 사는 주민들은 좀 더 평등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보다 웰빙과 자존감이 낮았습니다Alesina et al., 2004; Osborne et al., 2015. 이처럼 인간은 불평등한 상황을 불편하게 여기고, 공정한 분배를 선호합니다. 12개월 된 아기들 조차도요Geraci & Surian, 2011!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간 사회는 역사적으로 꾸준히 불평등했습니다. 제사장, 왕, 양반, 부르주아부터 노예, 신하, 천민, 프롤레타리아까지 어느 사회에나 시스템 내에서 이득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이 있었고,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 역시 소득 불평등, 젠더 불평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불평등이 존재합니다.

Ilya Repin, 1844–1930. ‘Barge Haulers on the Volga’, 1870, oil on canvas, 131.5×281cm, Russian Museuml.
러시아 사실주의 화가 일리야 레핀이 볼가 강에서 바지선을 끄는 인부들의 모습을 포착했다.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다. Ilya Repin(1844~1930). ‘Barge Haulers on the Volga’, 1870, Oil on canvas, 131.5 × 281 cm, State Russian Museum, St Peterburg.

불평등한 사회에서의 생존 방법

그렇다면 인간은 이렇게 불평등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 걸까요? 우선, 한 가지 선택지는 불평등한 상황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시위에 참여하거나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대한 항의를 표현하고 이를 바꿔나갈 수 있겠죠. 쉬운 일은 아니지만, 혁명을 일으킬 수도 있고요.

또 다른 선택지 중 하나는 현존하는 불평등이 ‘정당하다’고 믿는 것입니다. 시스템 정당화 이론system justification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시스템 내에서 자신의 위치와 관계없이 능력주의나 노동윤리 등과 같은 이데올로기, 특정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 예컨데 '원래 그 사람들은 똑똑하고 능력 있어.’ ‘부자들은 돈은 많지만 불행하고, 가난한 사람은 돈이 없어도 행복해.' 과 같이 현재의 불평등이 정당하다고 믿음으로써 그 인한 불편함에 대처합니다.

또 더 나아가 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욕구를 채웁니다. 따라서 시스템 정당화 이론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지지하는 것이 웰빙과 정적인 관계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효과를 ‘이데올로기의 일시적 효과palliative effect of ideology’라고 부르죠.

어떤 집단에서 이데올로기의 효과가 클까?

그렇다면, 이데올로기의 일시적 효과는 어떤 집단에서 더 크게 나타날까요? 한 사회 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집단? 불리한 위치에 있는 집단? 일시적 효과가 지역의 불평등 수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할까요?

이를 검증하기 위해 뉴질랜드 1,437개 동네에 사는 유럽계 뉴질랜드인(4,504명)과 뉴질랜드의 원주민인 마오리족(1.08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Sengupta et al., 2017. 식민지 역사로 인해 현재 뉴질랜드에서 마오리족은 유럽계 뉴질랜드인과 비교해 더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설문을 통해 불평등 합리화 이데올로기 중 하나인 상징적 편견과 웰빙을 측정하였습니다. 여기서 상징적 편견은 "불리한 집단(마오리족)에 속한 사람은 자격이 없으니까 더 형편없는 결과를 갖는 것이 공정한 거야. 그러니까 이들을 위해서 사회적인 보상을 해줘서는 안돼!"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동네별로 지니계수(0~1: 높을수록 불평등을 의미)를 계산하여 지역의 불평등 수준을 지표화하였습니다.

다수준 모델을 사용하여 분석하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첫째, 불평등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더 평등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보다 평균 웰빙 수준이 낮았습니다.

둘째, 개인의 상징적 편견이 높은 것은 웰빙이 높은 것과 관련 있었습니다. 이는 상징적 편견의 일시적 효과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강도에 있어서 민족집단 간 차이는 나타나지 않아 상징적 편견의 일시적 효과는 유럽계나 마오리족에게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마오리족의 경우, 상징적 편견 지지로 인해 자신이 불리해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지함으로써 유럽계 뉴질랜드인과 비슷한 심리적 이득 즉, 일시적 효과를 얻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불평등 정도가 높은 동네일수록 상징적 편견과 웰빙 간의 정적관계가 더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더 평등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불평등을 현실에서 직접 자주 마주하며 사는(불평등 수준이 높은 동네) 사람들은 상징적 편견을 통해 불평등을 정당화함으로써 더 많은 심리적인 이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불평등 속의 저항과 안도

이러한 결과는 불평등한 조건에 사는 사람들은 사회 속 위계를 이데올로기로 정당화할 수 있을 때, (평등한 조건에 사는 사람에 비해) 현재의 불평등한 상황에 대해 더 기분 좋게 느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이데올로기가 단순히 불평등을 영속시키는 메커니즘일 뿐 아니라, 개인이 견고한 불평등에 대처하는 메커니즘이기도 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데올로기는 불공평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불평등한 시스템이 변화하는 데 저항하도록 만들 수도 있고, 이와 동시에 불평등을 정당화할 수 있는 원천을 제공함으로써 큰 심리적 안도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mind

    <참고문헌> 

  •  Alesina, A., Di Tella, R., & Macculloch, R. (2004). Inequality and happiness: Are europeans and americans different? Journal of Public Economics, 88(9-10), 2009-2042.  
  • Delhey, J., & Dragolove, G. (2014). Why inequality makes europeans less happy: The role of  distrust, status anxiety, and perceived conflict. European Sociological Review, 30(2), 151- 165. 
  • Fahey, T., & Smyth, E. (2004). Do subjective indicators measure welfare? Evidence from 33 European Societies. European Societies, 6(1), 5-27. 
  • Geraci, A., & Surian, L. (2011). The developmental roots of fairness: Infants' reactions to equal and unequal distributions of resources. Developmental Science, 14(5), 1012-1020. 
  • Layte, R. (2011). The association between income inequality and mental health: Testing status anxiety, social capital, and neo-materialist explanations. European Sociological Review, 28(4), 498-511. 
  • Osborne, D., Sibley, C. G., & Sengupta, N. K. (2015). Income and neighbourhood-level inequality predict self-esteem and ethnic identity centrality through individual-and group-based relative deprivation: A multi-level path analysis.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45(3), 368-377. 
  • Sengupta, N. K., Greaves, L. M., Osborne, D., & Sibley, C. G. (2017). The sigh of the oppressed: The palliative effects of ideology are stronger for people living in highly unequal neighbourhoods. British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56(3), 437-454. 
안정민 중앙대 심리학과 사회및문화심리 박사 수료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한국 사회를 꿈꾸며, 사회변화를 위한 개인의 태도 및 인식 변화와 실천에 관심이 있다. 중앙대학교에서 사회 및 문화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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