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이혼을 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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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이혼을 해야 할 때
  • 2019.10.21 11:01
옆에 자고 있는 사람이 너무 심하게 코를 골아 잠을 설치는가? 밤새 상대방과 이불 줄다리기를 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피곤한가? 늦게 자는 나와는 달리 상대방은 너무 일찍 일어나 나의 달콤한 아침잠을 방해하는가? 당신은 그러면 수면 이혼을 해야 할 때다.

결혼 후 첫 후회, 남편의 코골이

결혼을 하고 처음 후회를 한 시점이 기억이 난다. 한참 달콤했던 신혼 초기에 나는 침대에 누워 갓 잠이 들었는데 증기기관차에 타고 있는 꿈을 꿨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꿈이 아니었다. 옆에서 신랑이 입을 벌리고 집이 떠나가라 코를 골고 있었고, 그 소리는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충격적이었다. 툭툭 쳐봤다. 잠시 그치더니 바로 다시 코를 골기 시작했다. 이번엔 깨웠다. 잠시 일어나서 미안하다고 하더니, 다시 잠들면서 코를 크게 골았다. 밤새 뒤척이며 나의 고민은 시작됐다. 잠귀가 밝고, 하루 7시간 이하로 자면 몹시 까칠해지는 성격 탓에 나의 고민은 깊어갔고, 해결책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귀마개도 해보고, 먼저 잠들어보기도 하고, 병원에 가서 양압기를 처방 받게 하기도 했지만 혼자 침대에서 자던 시절처럼 꿀잠을 자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최근 남편과 수면 이혼을 하기 전 까지 말이다.

이 정도는 편하게 자야 하지 않을까?  이탈아 화가 모딜리아니의 작품이다. Amedeo ModiglianiSleeping Nude with Arms Open (Red Nude), 1917, oil on canvas, 60 x 92 cm,
이 정도는 편하게 자야 하지 않을까? 이탈리아 화가 모딜리아니의 작품이다. Amedeo Modigliani(1884~1920), 'Sleeping Nude with Arms Open(Red Nude)', 1917, oil on canvas, 60 x 92 cm, Private Collection. 

각방 쓰기 vs. 수면 이혼

수면 이혼sleep divorce이란, 부부나 커플이 각각 다른 침대, 혹은 다른 방에서 자는 것을 의미한다. 겉으로 보았을 때 각방을 쓰는 것과 비슷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수면 이혼은 각방을 쓰는 것보다 관계적 측면에서 더 능동적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보통 각방을 쓰게 되는 부부들은 어느 날 갑자기 합의해서 각방을 쓰지 않는다. 일주일에 하루 혹은 이틀 다른 방에서 자다가, 조금씩 그 빈도가 늘어난다. 서로 각방을 쓰는 것에 대한 사전 합의도 없고, 대화도 없기에 각방을 쓰는 것을 계기로 대화도 줄어들고 부부관계의 빈도도 감소한다. 섹스리스 커플들의 고민을 부부상듬을 통해 들어보면 각방 쓰는 것이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과정에서 부부 관계도 점점 안좋아질 수 밖에 없다.

반면, 수면 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 잠만 따로 자되, 관계적 측면을 어떻게 보존하고 발전할 것인지 논의를 한다. 오히려 수면 이혼을 하는 이유는 수면으로 인해 서로 불편했던 부분을 해소하고 더 좋은 관계로 발전을 하기 위해서 많은 부부들이 선택한다. 스킨쉽과 부부관계의 유지 등과 같은 부분도 대화를 충분히 해야 한다.

수면과 부부관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면을 한 개인의 내적 과정만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수면은 관계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잠을 설친 날 이후에 대인관계 갈등이 증가하며, 가정 내 폭력도 전 날 수면의 질이 낮았던 다음 날 더 많이 발생한다Brissette & Cohen, 2002, Hoshino et al., 2009. 한 연구에서 부부들을 대상으로 수면을 조사하고 저주 인형을 주고, 그 저주 인형이 본인의 배우자라고 상상하며 저주 인형에 원하는 만큼 핀을 꽂으라고 했다. 연구 결과, 평소 수면의 질이 좋지 않았던 사람들이 저주 인형에 더 많은 핀을 꽂은 것을 볼 수 있었다Keller et al., 2017. 아마도 배우자와 침대를 같이 쓰고 있다면, 크게 부부싸움하고 침대에 같이 누워서 잠을 청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수면 이혼은 언제 고려해야 하는가? 상대방의 수면 습관으로 인해 내 수면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고려해볼 수 있다. 수면장애 중에서 심한 코골이 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다리를 움직이거나, 꿈을 행동으로 이행하는 등의, 옆에 자는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수면 장애가 있다. 물론 치료를 받아서 좋아지면 다행이지만, 그 전까지는 나의 휴식을 위해 수면 이혼을 고려해볼 수 있다. 더불어, 수면 장애 뿐만 아니라 서로를 불편하게 만드는 수면 습관들도 상대방의 수면의 질을 낮출 수 있다. 남편의 보고에 의하면 나는 이불을 독차지하고 침대 공간을 지나치게 독점한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잘 잤냐고 물어보면 남편은 한숨을 쉬며, 어제도 남의 헛간 구석에서 간신히 붙어서 잔 기분이라고 한탄했다.

그 외에도 일주기 유형이 다른 경우도 고려해볼 수 있다. 저녁형이라 새벽만 되면 정신이 맑아지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비교적 아침형이다. 남편은 먼저 잠자리에 들고, 아침 일찍 일어났고, 늦은 시간까지 드라마 정주행 하다 잔 나는 아침 시간에 남편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물건 찾는 질문에 수면 이혼이 아니라 진짜 이혼의 충동을 느낀 날들이 여러 날 있었다. 일주기 유형은 타고난 특성이라 노력해도 바뀌지 않으므로 수면 패턴이 서로 어긋나다면 수면 이혼을 고려할만하다.

관계 개선을 해주는 수면 이혼

관계의 다른 영역에서 크게 문제가 없는데, 잠자는 습관 때문에 갈등이 빚어진다면 수면 이혼을 추천한다. 그럼 수면 이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 내의 모든 문제와 동일하게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부부가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에, 수면 이혼을 하자고 하면 상대방이 나에 대한 거절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서로 같은 침대에서 자는 의미와 같은 부분에 대해 대화가 필요하다. 서로 다른 침대에서 자는 것으로 인해 관계 자체가 궁합이 좋지 않다고 과대해석하기 보다는, 잠은 같이 자지 않더라도 관계의 다른 영역에서 서로 더 친밀해질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수면 이혼을 할 때에는 협상도 중요하다. 누가 안방 침대를 차지할 것이며, 누가 다른 침대로 옮길 것인가? 부부관계를 소홀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언제, 일주일에 몇 번은 같은 침대에서 잘 것인가? 아니면 부부관계 이후 각자의 침대로 옮길 것인가? 침대는 같이 자지 않더라도 스킨쉽을 하는 시간은 어떻게 유지하는가? 숙면을 취했기 때문에 서로 깨어있을 때 보상할 수 있는 활동들을 계획하는 것 또한 좋은 생각이다. 수면 이혼은 단순하게 각자 다른 침대에서 자는 것 이상으로, 어떻게 의사소통해서 이 행위로 인해 관계를 개선했는지가 관건이다.

수면 이혼을 한지 일년이 거의 다되어간다. 나는 남편의 코골이를 듣지 않아도 되고, 남편은 밤새 나와 이불 뺏기 줄다리기를 안해도 된다. 숙면을 취한 후 다음 날 서로 더 웃는 얼굴로 볼 수 있으며, 피곤하지 않기 때문에 관계에 대해 더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도 생겼다.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선택지는 아닐 수 있지만, 만약 관계에서 상대방 때문에 잠을 잘 자고 있지 못하다면 고려해볼 것을 추천한다. mind

    <참고문헌>

  • Brissette, I., & Cohen, S. (2002). The contribution of individual difference in hostility to the associations between daily interpersonal conflict, affect, and sleep.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8(9), 1265-1274.
  • Hoshino, K., Pasqualini, J. C., D’Oliveira, E. P., da Silva, C. P., Modesto, A. E., & Silveira, R. S. M. (2009). Is sleep deprivation involved in domestic violence? Sleep Science, 2, 14–20
  • Keller, P. S., Haak, E. A., DeWall, C. N., & Renzetti, C. (2017). Poor sleep is associated with greater marital aggression: The role of self control. Behavioral Sleep Medicine, 18, 1-8.
  • Adams, J. (2015). Sleeping Apart not Falling apart: How to get a good night’s sleep and keep your relationship alive. Finch Publishing.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 임상심리 Ph.D.
성신여대 심리학과 조교수 및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중. 대외적으로는 정신장애의 원인을 과학을 기반으로 연구하고 근거기반치료를 개발하는 임상심리학 교수이지만 실제로 연구나 생활에서 섭식, 성과 수면처럼 형이하학적 주제에 주로 관심이 많음. 현재는 20년넘게 쌓아온 심리학 지식을 활용하여 수면 문제를 해결하는 국내 유일의 수면심리학자. "사례를 통해 배우는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 저자이며, 행동과학과 심리치료 연구실 BEST랩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 임상심리학자 리더를 배출하는 것이 꿈인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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