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은 과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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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은 과학일까?
  • 2019.10.22 13:45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라는 말이 있다. 겉표지만으로 책의 내용을 판단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눈에 보이는 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관상을 보는 방법이 발전한 이유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가 제일 먼저 주의를 기울이는 곳은 그 사람의 얼굴이다. 개인의 얼굴은 다양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우리는 얼굴을 통해 그 사람의 성별, 나이, 정서 상태를 파악할 뿐 아니라, 상대방의 내적 성향에 대해 추론하려는 경향이 있다Hassin & Trope, 2000. 선행 연구에 의하면, 얼굴을 바탕으로 타인의 성격을 유추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놀랍게도 사람들이 낯선 이의 얼굴을 보고 상대방이 과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유추하는데 50ms 정도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Todorov, Pakrashi, & Oosterhof, 2009. 이러한 결과들은 인상 평가가 우리의 의식 수준 밖에서 자동적이고 직관적으로 일어남을 의미하는 것이며, 우리의 첫인상이 놀랄만한 속도로 매우 순식간에 결정된다는 것을 시사한다Wills & Todorov, 2006. 더 나아가, 일련의 경험적 연구들은 사람의 관상에 대한 믿음, 즉 얼굴을 바탕으로 한 추론과 판단이 삶의 다양한 영역에 걸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얼굴을 통한 인상 평가는 실험실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전략적 게임부터 실제 행동에 이르기까지, 일상 속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Todorov, Olivola, Dotsch, & Mende-Siedlecki, 2015.

얼굴 추론과 판단의 정확성

먼저, 20세기 초반의 심리학자들은 관상의 정확성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사진만을 통해 그 사람의 특성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주장하였다Burton & Jenkins, 2011, Todorov & Porter, 2014. 반면, 다수의 연구자들은 개인의 얼굴이 그 사람의 본성에 대한 진실의 일면a kernel of truth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여, 얼굴 생김새가 그 사람의 내적 속성과 외적 행동에 대한 비교적 정확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Penton-Voak, Pound, Little, & Perrett, 2006, Valla, Ceci, & Williams, 2011. 이처럼 얼굴을 통한 추론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며, 다수의 연구자들은 우리가 얼굴을 바탕으로 그 사람의 성향, 능력, 그리고 실제 행위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가에 있어서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출판된 연구는 얼굴을 통한 추론과 판단이 일부 정확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Lin과 동료들은 선출된 관료들의 얼굴에서 유추된 특성이 그들의 불법 행위를 예측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일련의 연구를 수행하였다Lin et al, 2018. 이 연구자들은 실제 미국 정치인 얼굴 사진을 실험자극으로 사용하였는데, 이 중 절반은 뇌물 혐의로 기소가 되었던 정치인들이었던 반면 나머지 절반은 뇌물 관련 전과가 없는 정치인들이었다. 실험자극으로 사용된 정치인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던 참가자들은 정치인들의 흑백 얼굴사진을 연달아 본 다음, 다양한 특성을 유추해보는 과제를 수행하였다. 그 결과, 실험 참가자들은 비리를 저지른 ‘부패한’ 정치인과 뇌물 혐의가 없는 ‘청렴한’ 정치인들을 그들의 얼굴만을 바탕으로 비교적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참가자들에 의해 더 부패해 보이거나, 비윤리적인 사람처럼 보인다고 평가받은 사람들일수록 실제로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법적 처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와 같은 결과들은 단 시간 동안 타인의 얼굴 정보만을 사용하여 내린 판단이 비교적 정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얼굴의 가로 대 세로 비율

이처럼 얼굴 정보만을 이용하여 내린 판단이 비교적 정확하다는 점은 흥미로울 뿐 아니라, 매우 신기한 일이다. 그렇다면, 얼굴로부터 유추된 특성이 그 사람의 실제 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결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Lin과 동료들은 얼굴의 상대적 너비가 이와 같은 정확한 판단에 일부 기여할 수 있음을 추가로 확인하였다Lin et al, 2018. 진화 심리학자들은 신체적 특징과 행동 경향성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고자 하였으며, 이들은 얼굴 구조를 통해 특정 성향과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특히, 일부 연구자들은 진화론을 바탕으로 얼굴의 가로 대 세로 비율facial width-to-height ratio: fWHR이 남성성과 관련된다고 주장하였다. fWHR은 양쪽 광대뼈 사이 너비를 눈썹에서 윗입술까지의 거리로 나눈 비율을 의미하며, 쉽게 말하면 안면 중앙부의 가로 대 세로 비율을 일컫는다. 최근의 연구들은 얼굴의 가로 대 세로 비율을 통해 남성의 반사회적 성향 및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하였다. 예를 들어, 얼굴 사진을 바탕으로 측정한 fWHR이 높은 남자일수록 더 위협적이고,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여겨졌다Stirrat & Perrett, 2010. 이러한 논의들을 바탕으로, Lin과 동료들은 얼굴 사진의 가로 대 세로 비율을 조작하여 얼굴의 가로 너비가 넓어지는 것이 특성을 유추하는데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Lin et al, 2018. 실험 결과, 참여자들은 사진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의 가로 너비가 더 넓어져 fWHR이 더 높아진 사진을 봤을 때, 그 사람이 더 부패해 보이고 비리를 잘 저지를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이런 결과는 오랜 기간 동안의 진화 과정을 거쳐 특정 성향을 보여주는 일부 신호 및 단서가 얼굴 외형에 반영되어 나타나고, 이것이 우리가 얼굴을 통해 정확한 추론을 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자기 충족적 예언

이와 같은 결과들이 ‘관상은 과학이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을까? 다시 말해, 개인의 실제 내적 속성이 얼굴에 드러나고, 주변 사람들은 특정 얼굴 생김새로부터 이런 정보를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것일까? Slepian과 Ames(2016)는 얼굴로부터 유추된 특성이 실제 행동을 예측하는 것을 자기 충족적 예언을 통해 설명하고자 하였다Slepian & Ames, 2016.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에 따르면, 개인의 행동은 성격 같은 본질적인 내적 속성으로부터 비롯될 뿐만 아니라, 주변의 타인들이 그 사람에 대해 어떠한 기대를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방식으로 대하는지에 의해서도 영향 받게 된다osenthal, 1994. Slepian과 Ames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기대와 예상을 바탕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얼굴에 근거한 추론과 판단이 정확해질 것으로 예상하였다Slepian & Ames, 2016. 실험 결과, 얼굴에서 유추할 수 있는 특성이 그 사람의 실제 행동을 예측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구체적으로, 얼굴 사진을 통해 유추된 신뢰성 수준이 이후에 참여자가 실험 동안 진실을 말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횟수를 정확히 예측하였다. 더욱이, 이런 결과는 1) 주변 사람들이 평상시 실험 참가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대와 예상, 그리고 2) 다른 사람들의 이런 기대와 예상에 맞춰 행동하려는 실험 참가자 자신의 의도에 의해 차례로 매개되었다. 다시 말해, 평상시 주변 사람들에게 진실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고 생각한 실험 참여자일수록 상대방에게 진실을 말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불신할 것이라고 생각한 실험 참여자일수록 상대방에게 거짓말을 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신뢰할 수 있게 생겼다고 평가받은 사람들이 실제로도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주변의 타인들이 그 사람의 얼굴로부터 유추한 속성을 그 사람에게 기대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 것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요컨대, 먼저 개인의 얼굴이 주변 사람들에게 주는 인상과 기대는 다른 사람들이 얼굴의 주인공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리고 얼굴의 주인공은 주변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가진 기대와 예상을 스스로 내면화하고, 여기에 부합하는 쪽으로 행동할 것이다. 이에 따라, 얼굴을 통해 유추된 특성이 더욱 강화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얼굴에 근거한 추론과 판단이 정확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본다면, 얼굴을 통한 추론의 정확성은 특정 얼굴 생김새가 개인의 실제 특성을 잘 반영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가진 예상과 기대 같은 일종의 사회적 편향이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 mind

<참고문헌>

  • Lin, C., Adolphs, R., & Alvarez, R. M. (2018). Inferring Whether Officials Are Corruptible From Looking at Their Faces. Psychological Science, 29, 1807–1823.
  • Slepian, M. L., & Ames, D. R. (2016). Internalized impressions: The link between apparent facial trustworthiness and deceptive behavior is mediated by targets’ expectations of how they will be judged. Psychological Science, 27, 282–288.
홍승범 서강대 심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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