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어떻게 가십을 할까?
상태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가 어떻게 가십을 할까?
  • 2019.10.22 13:03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나 뒷담화, 가십을 좋아한다. 우리는 일상 중 얼마나 남 얘기를 할까, 어떤 사람이 많이 할까, 주로 어떤 내용으로 하나. 최근 한 연구가 참가자들의 일상을 추적하여 그 결과를 발표했다.

사람들은 가십에 열광한다. 대화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세간에 널리 급속도로 퍼진다. 실제로 다른 사람에 대한 가십이나 뒷담화가 인간의 대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게는 70%에 달한다고 한다. 최근 두 연구자가 참가자의 일상 생활을 자연스럽게 들여다봄으로써 가십 행동을 누가, 어떻게 하는지를 밝혀내, '사회심리학과 성격과학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이라는 학술지에 발표했다Robbins & Karan, in press. 가십은 사전적으로는 어떤 인물에 대한 흥미 위주의 기사 등으로 정의되지만, 이 연구에서는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행동으로 정의하여 가십의 범위를 조금 더 넓게 규정하였다.

Norman Rockwell, 1894-1978. ‘The Gossips’ 1948. Oil on canvas(Painting for “The Saturday Evening Post” cover, March 6, 1948). Private collection. ©flickr_Helena_ccby.4.0
Norman Rockwell, 1894-1978. ‘The Gossips’ 1948. Oil on canvas(Painting for “The Saturday Evening Post” cover, March 6, 1948). Private collection. ©flickr_Helena_ccby.4.0

어떻게 측정했나?

참가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전자 활성화 기록장치Electronically Activated Recorder; EAR를 2-3일 동안 깨어 있는 시간에 최대한 오래 몸에 부착하고 다니게 하였다. 이 녹음기는 매 9분에서 12.5분마다 30초에서 50초 사이로 자동으로 활성화되어서 참가자의 일상 생활을 녹음했다.

이후 각각의 녹음 파일을 두 명의 보조연구원이 평정하였다. 먼저 참가자의 대화에 가십이 있는지 없는지 유무를 확인하였다. 사람들이 어떻게 가십 행동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화에 가십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 가십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혹은 평가가 배제된 중립적인 내용인지를 평가하였다. 여기에 더해 가십의 대상이 누구인지(유명인 대 지인), 가십의 주제가 무엇인지(사회적 관계 및 행동/신체적 외모/성취)도 평가하였다. 어떤 사람들이 가십을 더 자주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참가자들을 상대로 성별, 나이, 학력/소득수준과 같은 인구통계학적 변인과 외향성, 원만성과 같은 성격 특질에 관한 설문을 실시하여 응답을 얻었다.

누가 가십을 하나?

먼저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가십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존의 통념에 반하게 여자들은 누군가에 대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가십을 하기보다는 평가가 배제된 중립적인 가십을 남성에 비해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다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꼭 그 사람을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식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가십에 대한 또다른 통념은 소득 수준이나 학력수준이 낮을수록 가십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은 이 연구에서 지지되지 않았다. 즉, 상위층이거나 하위층이거나 비슷한 정도로 가십을 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편 나이에 따라 가십을 하는 양상의 차이를 보았을 때, 나이가 어릴수록 부정적인 가십을 더 자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격특질 중에서는 원만성과 외향성이 가십과 관련이 있었다. 원만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중립적인 가십을 많이 하였다. 이는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반드시 다른 사람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지만, 보통 가십을 하는 사람들이 악의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편견을 불식시키는 결과이기도 하다.

가십 행동과 가장 관련이 있었던 변인은 외향성이었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모든 종류의 가십(긍정적, 부정적, 중립적 가십)을, 특히 긍정적이고 중립적인 가십을 덜 외향적인 사람들보다 더 자주 하였다. 이 연구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다는 사실에 더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더 많이 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얼마나? 어떤 내용으로?

사람들은 깨어있는 시간의 5%, 대화 시간의 14% 정도를 가십을 하는 데 할애했다. 깨어있는 시간을 16시간으로 간주했을 때 하루에 약 52분 정도로 환산되니 꽤 많은 시간을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보내는 것이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다르게, 사람들은 대부분 중립적인 가십(2,974회)을 부정적(604회)이거나 긍정적(376회)인 가십보다 더 많이 했다. 가십의 대상으로는 유명인(369회)보다는 지인(3,292회)이 압도적으로 많이 등장했고, 가십의 주제는 가십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 사회적 관계, 사회적 상황에서의 행동(3,688회)이 다른 주제들(신체적 외모, 성취)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연구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십 행동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필자도 오늘을 돌이켜보니 지인의 사회적 행동에 관한 긍정, 부정, 중립적인 이야기를 했으며, 신문 기사에 실린 범죄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오늘 하루 동안 어떤 종류의 가십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헤아려보면 어떨까? mind

<참고문헌>

  • Robbins, M., & Karan, A. (in press). Who gossips and how in everyday life?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DOI: 10.1177/194855061983700

 

최혜원 University of Virginia 사회심리학 Ph.D.
연세대 심리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 및 사회생태학적 변인과 행복의 관계, 대인 판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