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불쑥 화가 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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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 불쑥 화가 난다면
  • 2019.10.31 13:05
운전 중 별안간 내 앞으로 홱 끼어드는 차. 화가 치밀고 욕이 튀어나온다. 자, 평정심을 되찾고 감정을 다스릴 방법을 찾아보자.

감정 조절 모델

우리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평소에 차를 더 안락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꾸밀 수 있을 것이다. 화가 나거나 너무 슬플 때에는 잠시 차를 세우고 우리 마음을 다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심리학자 제임스 그로스James Gross는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다양한 경우와 방법을 조금 더 체계적인 방법으로 정리했다. 그의 모델에 따르면, 감정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다섯 단계의 지점이 있다. 1) 상황 선택situation selection, 2) 상황 변경situation modification, 3) 주의 환기attention deployment, 4) 인지 변화cognitive change, 5) 반응 조절response modulation이 그것이다Gross, 1998.

이 모델을 운전 상황에 적용해보면, 운전자는 막히는 길보다는 막히지 않는 경로를 택하거나(상황 선택), 그 정서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월 차선으로 달리는 등의 노력을 할 수 있다(상황 변경). 주의 환기는 정서를 유발하는 원인으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고 다른 특정한 주제나 작업에 집중하도록 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분노나 슬픔 같은 감정이 우리를 반추시켜서 그 감정에 더욱 빠져들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널널하게 운전한다면 화낼 일도 없을 것 같다.  소련 화가 유리 피멘노프가 스탈린 시대 모스크바가 새롭게 정비되는 모습을  인상주의 화풍으로 그렸다. 마치 뉴욕의 거리를 한 여성이 커버터블을 볼고 가는 듯하다. Yuriy Pimenov (1903~1977),  'New Moscow', 1937, Oil on canvas, The State Tretyakov Gallery, Russia.
이렇게 널널하게 운전한다면 화낼 일도 없을 것 같다. 소련 화가 유리 피멘노프가 스탈린 시대 모스크바가 새롭게 정비되는 모습을 인상주의 화풍으로 그렸다. 마치 뉴욕의 거리를 한 여성이 커버터블을 볼고 가는 듯하다. Yuriy Pimenov(1903~1977), 'New Moscow', 1937, Oil on canvas, The State Tretyakov Gallery, Russia.

당신의 분노에 브레이크를

이러한 원리에 기반해서 자동차 인터페이스가 운전자의 주의를 감정의 원인으로부터 분산시키고, 운전 자체에 집중하도록 만들거나 상황인식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자동차를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실험실에서는 언어에 기반한 차량 내 에이전트가 이 주의 환기 전략을 이용하여 분노를 유발한 운전자들의 감정 상태, 운전 수행, 상황 인식, 및 주관적인 작업 부하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Jeon et al., 2015.

분노 감정을 스스로 유발시킨 참가자들이 운전 모의 실험 장치를 이용한 실험에서 운전 중에 좌절감을 유발하는 여러가지 사건을 경험하였다(예: 반대편 차선을 넘어 참가자쪽으로 돌진하는 차량). 그 사건 바로 직후에 두 종류의 차량 내 에이전트가 운전자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말을 하였다.

한 에이전트는 상황 인식을 촉진하거나 제안하는 형식의 말을 하였고(“오, 우리 거칠게 운전하는 사람을 감지해내는 장치가 필요하겠는데!”), 다른 하나는 직접적으로 운전자의 감정을 조절하려고 시도하였다 (“진정해. 다른 사람의 행동에 화내지 마”). 통제 집단은 에이전트 없이 혼자 운전을 하였다. 두 종류의 에이전트와 함께 운전한 집단은 모두 통제 집단에 비해서 더 나은 운전수행을 보였고 그들의 작업 부하량은 낮아졌다. 참가자들은 운전자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조절하려고 하는 에이전트를 좀 더 효과적이지만, 권위적인 것으로 평가하였다. 반면, 제안하는 형식의 에이전트에게는 더 많이 반응하는 경향을 보였다.

핸들 놓고 잠깐 쉬어가자

인지 변화 전략이 운전 맥락에서 성공적이라는 연구도 있다. Harris와 Nass는 운전자들이 부정적인 상황을 인지적으로 다시 평가했을 때 그들의 운전 수행이 향상되고 나쁜 감정도 감소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서 보여주었다Harris & Nass, 2011. 그들의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교통체증은 아주 공격적이고 경솔한 운전자들 때문이다.”와 같은 상향식 재평가 조건에서보다 “교통 체증은 제한된 도로 때문이고 다른 운전자들의 행동 탓이 아니다.” 라는 식의 하향식 재평가 조건에서 유의미하게 더 나은 운전 수행을 보였고, 그들의 부정적인 감정도 감소하였다. 물론 이 정도의 상황 파악과 해석을 할 수 있으려면 차량 내 에이전트의 지적 수준과 판단력이 매우 높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인지 재평가가 운전자의 작업부하에 부정적 영향을 끼지치 않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Gross는 정서 조절을 위한 시간적 모델을 만들었다Gross, 2015. 첫 번째는 현재의 감정을 조절해야만 하는지를 평가하는 단계이다(“내 앞에 갑자기 끼어든 차때문에 내가 화가 많이 낫나?”). 다음은 상황이나 본인의 기량에 맞는 적절한 전략(“저 차를 피해 다른 곳으로 옮겨 가야겠다”)을 선택하는 단계다. 선택 후에는 그 전략을 실행(“다른 차선으로 바꿈”)에 옮겨야 한다. 마지막은 실행하고 있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그 전략을 지속할지 다른 전략으로 바꿀지, 혹은 멈출지를 판단(“이제 좀 괜찮은가? 아니면 차를 잠깐 세우고 쉬는 게 나을까?”)하는 단계다. 운전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매우 복잡한 과제이다. 따라서, 운전자의 감정 상태를 적응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차량 인터페이스의 성공은 이러한 여러 단계를 얼마나 잘 역동적으로 처리하고 도울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음악이 운전자를 구원하리라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 차량 내 시스템이 운전자의 감정 조절을 돕기 위해 애써야 할까? 아마도 처음부터 직접적으로 감정 조절을 도우려하기보다는 먼저 운전자가 자신의 역동적인 감정 상태를 인식할 수 있게끔 돕는 방법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실제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그 감정의 영향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스마트 폰에는 이미 사용자의 기분을 추적하고 관리해주는 어플리케이션들이 많이 나와 있다. 아마도 속도계 옆에 분노 게이지를 시각화해주는 계기판을 하나 정도 만들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을 것 같다. 심리적인 안정을 주기 위해 심호흡을 안내해주는 시스템이나 음악, 차량 내 온도, 조명을 조절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들은 비단 운전 상황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방법들을 적용해 보면서 어떤 방법이 자신에게 맞는 전략인지 알아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단, 덮어버리고 무조건 감정을 '억압'하지는 마시길! 억압은 마지막 단계인 반응 조절에 속하는 방식인데,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가장 안 좋은 감정 조절 방법으로 본다.

대신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트는 것부터 시작하길! (적어도 우리 연구실의 연구에 의하면 익숙한 음악은 장르에 상관없이 운전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 음악이 '갑'이고, 음악이 우리를 구원할지니... 특정 감정 상태의 운전자에게 어떤 종류의 음악이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셀 수 없도록 많지만, 아직 단일한 결론이 없다. 언젠가 다음 기회에 조금 맛보기로 하자! mind

   <참고문헌>

  • Gross, J. J. (1998). The emerging field of emotion regulation: An integrative review.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2(3), 271-299.
  • Jeon, M. Walker, B. N., & Gable, T. M. (2015). The effects of social interactions with in-vehicle agents on a driver’s angry level, driving performance, situation awareness, and perceived workload. Applied Ergonomics, 50, 185-199.
  • Harris, H., & Nass, C. (2011). Emotion regulation for frustrating driving contexts. In Proceedings of the SIG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pp. 749-752).
  • Gross, J. J. (2015). Emotion regulation: Current status and future prospects. Psychological Inquiry 26(1), 1–26.
전명훈 버지니아공대 산업공학과/컴퓨터과학과 교수 공학심리 Ph.D.
가수의 꿈을 접고 전자회사에서 사운드 디자인을 하다가 영화 음악을 공부했다. 영화 음악가의 꿈을 접고 청각 디스플레이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버지니아공대 산업공학과와 컴퓨터과학과에서 Mind Music Machine Lab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기계(컴퓨터, 자동차, 로봇) 사이의 더 나은 상호작용을 디자인하기 위해 소리와 정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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