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그럼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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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그럼 나도!
  • 2019.10.25 07:00
새로운 정보가 제공되어 우리가 개인적으로 판단해야 할 때 어떻게 하는가. 이때 여론과 같은 타인의 의견은 좋은 판단의 근거가 된다. 그런데 사회적 합의가 올바른 판단을 보장해 주는 것일까.

판단의 단서

하루 동안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정보들이 사실 여부의 확인 없이 우리를 어지럽게 합니다. 개인이 이 중 무엇이 진실인지 그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 가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언론사마다 보도되는 내용이 서로 다르며, 때로는 그 정보에 대한 근본적인 진실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정보를 평가하기 위해 다른 단서들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 때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합의입니다. 이것은 합의가 된 내용이니, 나는 역시 이에 따르겠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과연 합의가 되었다는 것에 대한 기준은 무엇일까요? 사실 우리는 합의란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의견 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으며 이 합의에 기반해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The Spectator
ⓒThe Spectator

합의의 환상

최근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합의된 것으로 생각하면 실제 합의의 진위와 상관없이 그 의견에 동의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를 합의의 환상Illusion of Consensus’이라고 합니다Yousif et al., 2019. 이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경제를 예측하거나 새로운 정책안 등 새로운 정보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타인들이 그 정보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즉, 사회적 합의 여부가 개인의 판단에 중요한 참조점이 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그 정보에 대한 합의 여부를 평가할 때 그 정보의 출처에 대해서는 깊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단지 피상적인 수준에서 합의 수준을 평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합의의 환상' 현상을 밝히기 위해 연구자들은 아래와 같이 연구를 설계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조건별 태도 비교 분석을 위해 △진짜 합의 조건, △가짜 합의 조건, △통제 조건을 구성하였습니다.

  • 먼저 진짜 합의 조건 참여자들에게 일본의 경제 예측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일본의 경제는 계속 나아질 것이다’)에 대한 4개의 기사(4개의 다른 출처의 자료)와 부정적인 입장(‘일본의 경제는 계속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에 대한 1개의 기사를 읽게 하였습니다. 이후 참여자들에게 본인이 읽은 기사를 바탕으로, 일본 경제가 나아질 것 같은지 예측하고 그 예측을 얼마나 확신하는지 측정하도록 하였습니다.
  • 가짜 합의 조건의 참여자들은 진짜 합의 조건의 참여자들과 같은 연구 절차를 경험하게 되지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일본 경제 예측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의 4개의 기사가 모두 동일한 출처의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다양한 출처에서 나온 의견들이 서로 합의를 본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통제 조건에서는 1개의 긍정적 입장의 기사와 1개의 부정적 입장의 기사 총 2개의 기사를 읽고 난 후 위에 합의 조건과 마찬가지로 일본 경제에 대한 태도를 측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진짜 합의 조건의 참여자들은 통제 조건의 참여자들보다 일본의 경제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정도가 훨씬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진짜 합의 조건과 가짜 합의 조건에서 이러한 확신의 정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가짜 합의 조건의 참여자들은 진짜 합의 조건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경제 상황이 계속 나아질 것'이라는 합의를 기반으로 일본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확신했습니다.

합의의 환상이 가진 위험

사람들은 사회적 결정을 내릴 때 무엇보다 '합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논문에서는 '합의'가 가진 환상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합의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 합의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습니다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내가 접한 정보가 다양한 정보의 원천에서 도출된 사회적 합의이자 여론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접해온 의견들이 사실 소수의 특정 의견에만 치중된 것은 아니었는지, 우리가 직접

찾고 모은 정보들을 두고 그것이 마치 모든 사람의 의견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진위마저 불확실한 그런 '카더라' 정보들에 기반한 우리들의 환상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잘못된 정보가 전파되었는지, 얼마나 소모적인 갈등과 대립이 야기되었는지 반성해보게 됩니다. mind

   <참고 문헌>

  • Yousif, S. R., Aboody, R., and Keil, F. C. (2019). The illusion of consensus: A failure to distinguish between ‘true’ and ‘false’ consensus. Psychological Science, 30(8), 1195-1204.  
  • Pennycook, G., & Rand, D. G. (2018). Lazy, not biased: Susceptibility to partisan fake news is better explained by lack of reasoning than by motivated reasoning. Cognition,188, 3950.
  • Weaver, K., Garcia, S. M., Schwarz, N., & Miller, D. T. (2007). Inferring the popularity of an opinion from its familiarity: A repetitive voice can sound like a chorus.
  •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2, 821833.
서예지 한국인성교육협회 전문교수 사회및문화심리 박사 수료
'건강한 사회에 건강한 개인이 존재하며, 행복한 개인이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라는 신념으로 사회변화를 위한 개인의 태도 및 인식변화와 실천에 관해 관심이 있다. 중앙대에서 사회 및 문화심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한국인성교육협회 심리학 전문 교수로 건강한 사회와 행복한 삶을 위한 인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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