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추고자 하면 높아질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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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추고자 하면 높아질 것이니!
  • 2019.10.25 07:10
집단의 성패는 리더쉽에 달려있다. 집단원들의 팔로우십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은 쉽게 주어지는 자질은 아니다. 그 중 인지적 역량과 타인을 이해하는 자질은 가장 핵심적인 특성인데, 이 두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리더의 자질

사람들은 ‘리더의 자질’에 대해 매우 큰 관심을 갖는다. 리더십에 대한 수많은 대중서적들과 교육프로그램들은 우리가 얼마나 훌륭한 리더를 원하는지를 반증해준다. 필자 역시 요청받은 교육 중에서 1순위로 꼽히는 교육 주제는 단연코 리더십이었다. 

우리는 왜 이처럼 리더에게 많은 주의를 쏟는 것일까? 그 근원적인 이유는 집단생활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을 포함한 수많은 종의 유기체들은 혼자 살기보다는 함께 모여 집단을 이룸으로써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면, 매가 혼자 있는 비둘기를 습격해서 사냥에 성공할 확률은 80%이지만, 그 비둘기가 다른 10마리와 함께 있을 때의 확률은 60%, 50마리와 함께 있을 때는 그 확률이 10%이하로 떨어진다Trivers, 1985.

그러나 집단생활이 유리하다 할 지라도 모든 사람이 제각각의 결정대로 행동한다면 그 집단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기에, 분명 누군가는 그 집단을 대표해서 올바른 결정을 하고 집단을 이끌 필요가 있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현명하다고 여기는 리더의 결정을 신뢰하고 따라가고자 한다.

결국 사람들은 리더는 당연히 더 지혜로워야 하고, 더 결단력이 있어야 하며, 더 역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리더가 발휘하는 리더십은 일곱 빛깔 무지개만큼 다양할 수 있다. 개인의 성격특성이 다양한 것처럼 그 개인이 보여주는 리더십도 각양각색일 수 있다. 흔한 예로, 카리스마 넘치는 지배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유형, 부드럽고 감성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유형 등이다.

팔로우십을 이끌어내는 기본 성품

하지만 이러한 리더십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리더에게는 사람들로부터 진정한 팔로우십을 끌어내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기본적인 특성 혹은 성품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다른 사람에 비해 한 발 멀리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인지적 역량이다. 리더의 가장 큰 자질 중 하나는 지금 현재에 매몰되기 보다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숨어있는 비밀을 볼 수 있는 높은 지적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조금 더 멀리 내다보면, 지금의 역경이나 실수는 사실 큰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지금 현재의 사건에 매여서 쉽게 실망하거나 포기하곤 한다. 그럴 때 훌륭한 리더는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서 큰 그림 속에서 지금의 사건을 조화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격려하며, 실수와 실패 그 자체를 채찍질하기 보다는 그것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큰 그림 속에서 실수를 해석할 수 있도록 한다.

두번째가 인간적인 공감능력으로 타인을 이해하는 자질이다. 사람들이 가장 멀리하는 리더십은 ‘비인간적 리더십’이다. 리더와 팔로워의 관계 역시 인간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때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함으로써 인간적인 정을 주고받고 서로 연결감을 인식할 때,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리더가 인간적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그러한 리더를 진정으로 신뢰하거나 인정하지 못하게 된다. 사람들은 현명하고 합리적인 리더 만큼이나 온화하고 인정 있는 리더를 원한다. 말하자면 리더에게는 냉철한 이성만큼이나 따뜻한 감성이 필요한 것이다.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는 리더

그렇다면, 앞선 두 자질을 갖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의 전제조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의 연약함과 잘못, 부족함을 인정할 수 있는 리더의 겸손함이다. 겸손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하는데Exline & Geyer, 2004; Nielsen et al., 2010,. 지위가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는 것을 어려워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실수와 인간으로서 갖는 연약함과 부족함을 리더 스스로 인정할 때, 자신의 인지적 능력과 정서적 대인관계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보완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자신이 완전하고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리더에게는 이러한 노력이 불필요할 뿐이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표암 강세황, ‘벼와 방아깨비’, 종이에 옅은 채색, 24.3 x 15.0cm, 서울대 박물관 소장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 표암 강세황豹菴 姜世晃, 1713~1791, ‘벼와 방아깨비’, 종이에 옅은 채색, 24.3 x 15.0 cm, 서울대박물관.

또한 자신의 연약함을 수용할 때, 타인의 연약함에 관용을 베풀 수 있다. 즉, 겸손한 리더들은 타인의 실수에 대해 단순히 비난하기 보다는 그것을 딛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며, 비난을 위한 비판을 하기 보다는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겸손humility의 어원은 라틴어 ‘humilias’인데, 영어로는 ‘humus’로 번역할 수 있다. 이것은 동물이나 식물이 분해된 후 남는 유기물을 의미한다. 이것이 토양 속에 스며들면서 새로운 생명이 성장할 수 있는 영양분을 공급하게 된다Nielsen et al., 2013. 즉 겸손한 리더는 스스로를 높이기보다는 자신을 낮추어 자신을 통해 새로운 생명이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리더이다.

우리 사회에 어떻게 새로운 생명력을 피울 수 있을까? 다음 세대를 세우기 위해 겸손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 한명 한명이 모일 때 우리 사회의 조화와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자신을 낮추는 리더를 더욱 존경하고 떠받드는 반면, 자신을 높이고자 애쓰는 리더를 특별하다거나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높아지기 위해서는 자신을 낮추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mind

   <참고문헌>

  • Exline, J. J., & Geyer, A. L. (2004). Perceptions of humility: A preliminary study. Self and Identity, 3(2), 95-114.
  • Nielsen, R., Marrone, J. A., & Ferraro, H. S. (2013). Leading with humility. Routledge.
  • Nielsen, R., Marrone, J. A., & Slay, H. S. (2010). A new look at humility: Exploring the humility concept and its role in socialized charismatic leadership. Journal of Leadership & Organizational Studies, 17(1), 33-43.
  • Trivers, R. 1985. Social evolution. Nenlo Park: Benjamin/Cummings Publishing Co.
장민희 중앙대학교 심리서비스 연구소 사회및문화심리 Ph.D.
중앙대 심리학과에서 사회 및 문화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자아존중감의 기존 개념을 비판하면서 자기초월성의 개념적 확장을 제안하는 논문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중앙대 부설 연구소에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심리학 기반의 교육콘텐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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