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은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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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은 처음이지!
  • 2019.10.26 09:00
'더 알고 싶은 심리학(학지사, 2018)'. 한국심리학회에서 기획하여 출판한 최초의 대중적 교양서다. 각 분야 전문가 16명이 자신의 연구분야를 소개하고 있다. 심리학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금언을 굳이 끌어올 필요가 있을까. 동서고금을 통틀어 사람 마음에 대한 관심이 끊어졌던 일은 단연코 없었다. 마음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작동 원리가 있는지, 무엇을 좋은 마음상태라 할 수 있는지에 관한 심원한 질문들이 쏟아져 내려왔으니, 사람 마음을 연구하는 오늘날 ‘심리학’이 규명하고 밝혀낼 연구과제가 여전히 수북이 쌓여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현대 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1842~1910가 타계한 지도 내년이면 어느덧 110년이 된다. 마음 연구 선조들의 뜻을 이어받은 심리학은 지금까지 무엇을 밝혀 왔고, 또 무엇에 주목하고 있을까?

마음을 이해하는 수십 가지 관점

한국심리학회 편. 2018. 학지사. . 

한국심리학회가 각 분야 전문가에게 집필을 의뢰하여 만든 이 책은 총 지각심리, 인지심리, 뇌신경심리, 발달심리, 사회심리, 문화심리, 임상심리, 상담심리, 범죄심리, 광고심리, 소비자심리 등 각급 심리학 분야를 전공하는 16명의 교수가 썼다. 필진의 구성만 보아도, 심리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 보았을 이들이 포진했다.

심리학 분야가 이렇게나 세분화되어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위에 언급한 것 말고도 노년심리, 법정심리, 성격심리, 건강심리, 학교심리, 중독심리 등 수많은 세부전공이 심리학의 우산 아래 자리해 있다.

조커는 왜 그렇게 되었을까?

세부전공이 이토록 다양하다 보니, 한 가지 현상을 두고도 세부전공별로 관심을 갖는 내용과 연구방법이 다 다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조커>를 보셨는가? 온갖 무시와 치욕을 받으며 살던 주인공 아서 플렉이 전대미문의 악당 빌런 ‘조커’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걸작이다. 15세 관람가 치곤 조금 잔인하지만).

사회심리학적으로 볼 때, 작품 속 조커는 부유계층에 반감을 가진 고담 시 군중을 대표하는 사회정체성의 원형prototype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임상심리학자는 조커의 이상행동과 반사회성을 설명해낼 수 있을 것이며, 발달심리학자의 시선에서는 플렉의 성장배경을 통해 조커의 탄생을 유추해낼 수 있을 것이다.

수십 가지에 달하는 심리학 세부전공 하나하나에는 사람 마음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시도가 담겨 있다. 유전자와 신경 다발 수준에서부터 문화와 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석 수준을 넘나든다. 이러한 다양성에 힘입어, 최근 한국 대학에서 심리학을 하나의 독자적 ‘학부’로 개편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등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심리학 담론의 깊이와 다양성이 더욱 풍성해지리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심리학, 우리 삶의 이야기다

심리학 하면 난해하다, 심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오늘날 심리학이 천착하는 주제는 실상 우리의 삶과 밀접하다. 이 책에 수록된 총 16장의 챕터와 중간제목들이 이를 대변한다. “이성을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곳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기가 어려운 이유?” “한국 청년들이 무기력해진 하나의 이유” “내 마음, 어떻게 치유할까” “심리학에서 배우는 좋은 삶의 자세”. 심리학은 현학적이고 심오한 학문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삶을 아주 진지하게 이해하려는 과학적 시도다.

지금까지 심리학의 이름을 달고 우리나라에 출간되었던 대중서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린 마음을 다독이는 류의 심리학 도서를 제외하고 나면 남는 책이 그리 많지는 않다. 이 책은 내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더 깊게 알고 싶은 이들, 특히 심리학에 첫발을 내딛고자 하는 꿈나무들에게 그럴듯한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한 챕터만 읽어봐!

이 책의 아쉬운 점도 있다. 대중적 교양서를 표방하고 있는 이 책이 과연 대중 독자 입장에서 ‘대중서’로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기왕 대중서를 표방한 김에 대중서다운 만듦새를 좀 더 고려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한손에 쏙 잡히는 크기도 아니고 어중간해 보이는 크기에, 페이지 대다수가 글로만 채워져 눈을 쉴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볼까 말까 고민하는 분들께 제안한다. “꼭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 않아도 좋다.” 목차를 보고 관심이 가는, 재미있어 보이는 챕터부터 읽어도 충분하다. 한 챕터만 찬찬히 읽어 보면, 각 장의 저자들이 해당 주제에 얼마나 큰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다른 장도 한 번 읽어볼까?’ 싶은 생각이 든다면, 그것만으로 『더 알고 싶은 심리학』은 제목값을 톡톡히 해낸 것이리라. mind

김대현 중앙대 심리학과 대학원 사회및문화심리 박사과정
논문보다는 유튜브가 좋고, 학회보다는 뒷풀이에 더 큰 관심을 갖는 평범한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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