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공간, 도시인의 정신 건강을 위한 초록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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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공간, 도시인의 정신 건강을 위한 초록불
  • 2019.10.30 13:00
어쩌면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할 만한 ‘자연이 사람에게 좋다’는 믿음(?)에 대해 그 기전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한 연구를 소개합니다.

마음을 치유하는 자연

자연을 즐기는 것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과학자들은 자연이 주는 힐링 효과가 어떠한 요인과 기전으로 인한 것인지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Bowler et al., 2010. 몇 년 전 Bratman과 동료들의 연구에 의하면, 90분 동안 자연 속을 걷는 경험은(동일한 시간 동안 도심 속을 걷는 활동과 비교할 때), 정신 장애의 발병과 매우 관계가 높은 반추 사고rumination, 자기 자신과 관련된 부정적인 생각을 계속적으로 떠올리는 증상 및 이와 관련된 전두엽subgenual prefrontal cortex의 활동이 유의하게 감소하였다고 합니다Bratman et al., 2015. 

한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하였을 때 불안이나 우울 장애를 경험할 확률이 20~4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Peen et al., 2010. 또 다른 연구에서는 천 여 명의 영국인을 대상으로 5년 동안 종단적으로 건강 관련 설문 조사를 한 결과, 녹색 공간이 더 많은 지역으로 이사한 사람들은 이사 후 3년 동안 이사 전과 비교하여 정신 건강 점수가 유의하게 높았다고 합니다Alcock et al., 2014.

19세기 후반 여가를 즐기려 도심의 자연공원을 찾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점묘법을 통해 신인상주의 화풍을 열었던 프랑스 화가 조르주-피에르 쇠라의 작품이다. Georges-Pierre Seurat(1859~1891), 'Sunday Afternoon on the Island of La Grand Jatte', 1884~86, Oil on canvas, 207.5 × 308.1 cm, Art Institute of Chicago, USA. 

녹색 공간이 우리 감정을 어루만지는 방식

올해 9월 Nature Neuroscience에 발표된 Tost와 동료들의 연구에 의하면, 도심에 사는 사람들이 초목이 있는 녹색 공간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긍정적인 정서를 더 많이 경험하였으며, 이러한 경향성은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할 때 이를 조절하는 뇌 영역으로 알려진 전두엽(특히 배외측 전두 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의 활동성이 낮은 사람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습니다Tost et al., 2019.

이 연구에서 저자들은 먼저 피험자들에게 일주일 동안 스마트폰 앱e-diary을 통해 정서 상태를 지속적으로 보고하게 하였습니다. 이 e-diary 앱은 오전 7:30시부터 22:30시 사이에 최소 40분, 최대 100분 간격으로 피험자들에게 정서 상태에 대한 보고를 요청하였으며, 또한 500m 이상 공간 이동이 발생하였을 때에도 정서 상태의 보고를 요청하였습니다. 피험자들의 신체적 움직임은 골반에 부착한 가속도계로 측정되었고, 피험자들의 사회적 상호 작용, 여가 활동 및 운동 여부도 조사되었습니다. 피험자들은 모두 독일의 맨하임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었고, 맨하임 지역의 녹색 공간의 위치에 대한 정보는 정부 기관 데이터베이스의 사진 분석을 통해 20cm 간격으로 정량화되었습니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를 이용하여, 정서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변인들(운동, 여가, 사회적 상호 작용, 날씨 등)의 영향을 통제한 상태에서 도심 속 녹색 공간에 대한 노출 정도가 측정된 정서가valence와 유의한 정적 관계green-affect association가 있음이 관찰되었습니다. 즉, 피험자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녹색 공간에 머무른 시간이 많을수록 긍정 정서가 더 많이 보고되었습니다.

또한, 이 피험자들에 대하여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fMRI 실험을 실시하여, 공포나 분노를 나타내는 얼굴 표정에 대한 뇌 반응을 측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자극들은 정서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뇌 영역들의 활동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녹색 공간 노출 정도와 정서가 간의 선형적 관계성green-affect association을 표현하는 회귀선의 기울기와 fMRI 실험 동안 관찰된 배외측 전두 피질과 배내측 전두 피질dorsomedial prefrontal cortex의 활동성 간에 부적 상관관계가 나타났습니다.

당신의 정서조절에 그린라이트를

저자들은 이러한 결과를 부정적인 정서 조절이 효율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 녹색 공간 노출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더 많이 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였습니다(실제로, 특질 불안trait anxiety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배외측 전두 피질의 활동성이 낮았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여 저자들은 녹색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은 정서 조절의 문제로 인하여 정신 장애를 경험할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의 정신 건강을 보호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Tost와 동료들의 연구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자연이 좋다’는 통설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신경과학적인 기전을 밝히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될 도시 거주자의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제도적으로 접근 가능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는 의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기사를 읽은 여러분들, 다가오는 주말에는 풀과 나무가 있는 공원에 가 보시면 어떨까요? mind

   <참고문헌>

  • Alcock, I., White, M. P., Wheeler, B. W., Fleming, L. E., & Depledge, M. H. (2014). Longitudinal effects on mental health of moving to greener and less green urban areas.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48(2), 1247-1255.
  • Bowler, D. E., Buyung-Ali, L. M., Knight, T. M., & Pullin, A. S. (2010). A systematic review of evidence for the added benefits to health of exposure to natural environments. BMC public health, 10(1), 456.
  • Bratman, G. N., Hamilton, J. P., Hahn, K. S., Daily, G. C., & Gross, J. J. (2015). Nature experience reduces rumination and subgenual prefrontal cortex activa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2(28), 8567-8572.
  • Peen, J., Schoevers, R. A., Beekman, A. T., & Dekker, J. (2010). The current status of urbanrural differences in psychiatric disorders. Acta Psychiatrica Scandinavica, 121(2), 84-93.
  • Tost, H., Reichert, M., Braun, U., Reinhard, I., Peters, R., Lautenbach, S., ... & Meyer-Lindenberg, A. (2019). Neural correlates of individual differences in affective benefit of real-life urban green space exposure. Nature neuroscience, 22(9), 1389-1393.

 

조수현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인지 신경과학 Ph.D.
UCLA 심리학과에서 추론과 문제 해결 등 고등 인지의 뇌기전을 연구하였으며, 인지 신경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Stanford University 의과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3년간 아동의 수학적 문제 해결 능력과 관련한 뇌의 발달적 변화를 연구하였다. 현재 중앙대 심리학과에 재직 중이며 수학적 인지, 고등 인지, 의사 결정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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