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인공지능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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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인공지능시대
  • 2019.11.07 11:57
인공지능이 얼마나 인간과 비슷해질 수 있을까? 기능적 차원에서 많은 것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의식과 개성 차원까지 인간과 비슷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인공지능, 틀은 잡혀 있었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했다. 인공지능이라 하면 다소 미래적인 느낌이 물씬 나지만 현재의 인공지능 핵심 이론은 이미 1980년대부터 기틀이 확고히 잡혀 있었다. 사실 인공지능 연구가 현재의 혁명적 수준에 도달하는데 있어서 최근 들어 가장 큰 기여를 한 분야는 인공지능 이론 분야라기보다는 이미 알려진 이론을 현실적으로 구현하는데 필요한 재료와 장비를 제공한 반도체 소재 분야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Artificial intelligence software. ‘Portrait of Edmond Belamy’, print, canvas, 70×70cm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제작된 작품으로 2018년 크리스티 경매에 붙여져 43만2천5백불에 팔렸다. 이 작품을 제작한 이들은 Obvious란 이름의 집단창작자들이다. 그림 오른편 아래에 있는 수식은 그림 알고리즘의 일부이다. ©Obviouse, ‘Portrait of Edmond Belamy’, print, canvas, 70 × 70 cm. 

어쨌든 현재 시점에 분명한 것은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근시일 내에 우리의 삶을 편의성과 효율성 면에서 크게 바꿔 놓을 것이라는 점이다. 얼마 전 자율주행 자가용을 타고 출근하면서 졸고 있는 운전자의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어 화제거리가 되었는데, 이처럼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인간의 최고 바둑 실력을 뛰어넘은 알파고Alpha-Go와 같은 사례를 들여다보면 과연 인공지능이 어느 수준까지 향상될 수 있는지에 대해 짐작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인간 같은 인공지능 가능할까?

그렇다면 생활의 편리성, 효율성을 추구하는 인공지능 개발을 넘어선 다른 한 가지 흥미로운 문제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특정 과제에 있어서 인간만큼 혹은 인간보다 더 정확하고 신속한 답을 내놓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아니라 인간과 비슷한 사고와 판단 및 정서적 반응을 보이는 인공지능의 개발은 어떠한가? 우리가 현재 추구하는 인간보다 똑똑한 인공지능에 비해, 인간 정도만 똑똑하고 인간 정도만 생각하고 인간처럼 시행착오를 겪는 시스템은 오히려 개발이 쉬울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러한 낙관은 성급한 것처럼 보인다. 그 이유는, 인간이 주어진 특정 과제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능력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인간은 맥락과 상황을 달리하는 다양한 과제들에 대해 사고와 이해thinking and understanding가 수반되는 자유의지free will에 기초한 선택적 처리를 수행할 수 있으며 동시에 복잡한 심리사회적 변인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융통성있게 행동에 반영하는 매우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차량 운전이나 바둑 등은 이러한 인간의 적응적이고 융통적인 능력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형태의 노동에 해당되며, 그나마도 경우에 따라서는 기계에 비해 인간이 직접 수행하는 것이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우수한 경우도 적지 않다.

중국방 문제  

이러한 맥락에서 인공지능이 인간과 질적으로 동일한 의식consciousness을 가질 수 있는 지 또한 첨예한 논쟁의 대상이었다. 이 논쟁을 위한 좋은 사례가 중국방chinese room 문제이다. 철학자  Searl1990이 제기했던 이 문제는 의외로 단순하다. 예를 들어 어떤 격리된 방안에 다양한 중-영 사전들과 타자기가 구비되어 있으며 중국어를 전혀 모르지만 영어가 모국어인 한 사람이 그 방에 들어가 있다고 가정하자. 만약 그 방의 벽면에는 오로지 종이 한 장이 들락거릴 틈이 하나 있으며 이 틈을 통해 한 장의 종이가 방 안과 밖을 들락거릴 수 있다고 치자. 만약 그 틈을 통해 중국어 문장이 빽빽하게 적힌 한 장의 종이가 방 안의 개인에게 전달되었으며, 방 안의 사람은 이 문장들을 방안의 사전을 이용해 어떻게든 영어 문장으로 번역해 새로운 종이에 타이핑한 후 다시 틈을 통해 밖으로 내보낸다고 가정하자.

결과적으로 볼 때 밖에서 종이를 집어넣은 사람이 방 안의 구조나 사전들 그리고 방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다면 결과적으로 이 중국어 방은 종이에 기재된 중국어 내용을 번역한 통역사와 동일한 행동을 한 것에 해당된다. 만약 상황이 이렇다면, 이 중국방은 통역을 수행하는 인간 통역사와 동일한 사고 과정, 즉 종이에 기재된 중국 문장의 내용과 의미를 이해하고 그에 따른 번역을 수행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

기능적 동일성의 한계  

방 안의 구조와 방 안에 위치한 개인의 중국어에 대한 무지를 알고 있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대개 사고와 이해를 동반하지 못한 기계적 수준의 번역에 해당된다는 해석이 지배적일 것이다. Searl은 프로그램 언어 코드code에 의해 주어진 지시문과 자료를 토대로 일련의 작업을 수행하는 컴퓨터와 이 중국방 간에 기능적 측면에서 사실상 차이가 없음을 지적했으며, 이처럼 사고와 이해가 동반되지 않은 기능적 측면의 평가만으로는 특정 지능형 시스템이 인간과 동일한 지적 능력을 보유했는지의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군다나 이러한 기능적 동일성을 구현한 인공지능 시스템이 인간의 사회적 상호작용, 인지 및 정서적 다양성과 함께 한 개인으로서의 성격personality을 가지려면 사회적 경험과 학습 과정을 통한 발달 및 더 나아가 자유의지의 구현과 같은 쉽지 않은 문제에 대한 해결이 동반되어야 한다.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수행 능력을 강조하는 현대의 인공지능에 대한 우리들의 낙관적 기대와는 달리, 적어도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자의 관점에서는 매우 어려운 난제들에 해당됨을 부정하기가 어렵다.

신의 영역을 넘어설 수 있을까?  

물론 이런 우려들은 인간 생활의 편리성과 효율성에 방점을 두고 인간을 보조하기 위한 인공지능의 구현에는 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부 부족하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인간의 능력을 보조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은 기능적 측면이 중요할 뿐 궁극적으로 인간과 질적으로 동일한 의식과 사고가 전제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수준을 넘어서 인간과 견줄만한 인공지능을 개발하려면 중국방 문제와 같은 답하기 어려운 철학적 질문만이 아니라 윤리적, 종교적 질문 등이 우후죽순 격으로 더해질 것이 예상된다. 어쩌면 인간 의식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시작된 이후 최초로 신의 영역에 도전장을 내미는 셈인데 과연 그 결과가 어떠할 지에 대해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mind

   <참고문헌> 

  • Searle, J. F. (1990). Is the brain’s mind a computer program? Scientific American, Jan. 1990, 26-31.
현주석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인지심리 Ph.D.
인지심리학의 주제 중 시각작업기억과 주의에 관한 주제로 박사 학위를 하고, 현재 중앙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인지심리학에 대한 공부를 기초로 인간의 장, 단기 기억과 사고 및 선택적 주의 현상 연구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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