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그의 표정은 얼마나 정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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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그의 표정은 얼마나 정확할까
  • 2019.11.01 16:59
우리가 기억하는 표정은 정확할까요? 감정의 크기나 감정이 드러나는 얼굴의 부위에 따라서 표정을 다르게 기억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날 내가 본 어머니의 표정

너 성적이 이게 뭐니!” 귀를 찢는 듯한 어머니의 소리. 일단 도망가자. 아무렇게나 신발을 구겨 신고 허겁지겁 방을 뛰쳐나왔다. 아파트 계단 구석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 때, 노여움과 분노가 가득한 어머니의 얼굴이 너무나도 생생히 기억나 그냥 눈을 감아 버렸다어렸을 때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일이다. 그런데, 그 아파트 계단 구석에서 떠올렸던 분노에 찬 어머니의 표정은 정말로 존재했을까?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들은 경험을 통해, 그리고 수많은 연구들을 통해 확인해 왔다. 그래서 당연히 기억 속에 있는 어머니의 표정도 실제와는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가 어떤 체계적인 패턴을 갖는다면 심리학자들의 관심을 충분히 끌 만하다.

우리는 표정을 그대로 기억하지 않는다

많은 연구들이 밝혀 온 바에 따르면, 우리는 변화하는 상대의 표정을 관찰할 때 마지막으로 본 표정의 강도를 왜곡해서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왜곡의 방향이 정 반대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인데, 어떤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본 표정의 강도가 표정의 변화가 더 진행된 것처럼 실제보다 더 강렬하게 기억되기도 하고(정적 기억 편향positive memory bias), 어떤 경우에는 반대로 표정의 변화가 덜 진행된 것처럼, 이전에 보았던 표정으로 회귀하여 기억하기도 한다(부적 기억 편향negative memory bias). 예를 들어, 우리가 슬픔의 강도가 1에서 8까지 점점 증가하는 표정의 얼굴을 보았다고 가정해보자. 실제로 우리가 본 마지막 슬픈 표정의 강도는 8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는 마지막 슬픈 표정의 강도가 9 이상이라면 우리에게 정적 기억 편향이, 반대로 슬픈 표정의 강도가 7 이하라면 부적 기억 편향이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 연구는 이처럼 기억 편향의 방향성이 서로 다르게 발생하는 현상이 표정이 발생하는 얼굴의 영역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Prigent et al., 2018. 연구진은 아래와 같이 고통을 표현하는 7가지 형태의 3D 얼굴 모형을 제작하였다. 7가지의 공포 표정은 얼굴의 영역을 조작하여 생성하였다.

(그림1) 얼굴 움직임 부호화 시스템인 FACSFacial Action Coding System를 통해 각기 다른 움직임 조합으로 구성된 7가지 유형의 고통 표정.

이 중 FE1~3, 그림 윗 줄 두 번째부터 네 번째에 해당하는 표정은 주로 눈 주위, 미간과 같이 얼굴의 상단 움직임의 조합만으로 표현한 고통 표정이다. FE4~7의 경우 얼굴의 하단 움직임만 이용하거나 또는 하단 움직임을 포함한 조합으로 표현되는 고통 표정이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제작한 7가지 고통 표정에서 FE6을 제외한 표정의 정서 강도를 조작하여 참가자에게 제시하였다. 제시되는 고통 표정은 일정한 정서 강도까지 점차 변화하였다. 중립적인 표정을 0%, 최종표정을 100%라고 할 때, 연구자들은 각 표정 별로 중립표정에서 시작하여 세 수준의 정서강도(50%, 70%, 90%)에 도달할 때까지 변화하는 얼굴을 제작하였다.

참가자들은 각 시행마다 중립표정에서 50~90%의 강도까지 고통스럽게 변화하는 표정을 담은 비디오를 관찰한 후, 250ms 동안의 픽셀화된 얼굴로 구성된 차폐자극을 제시받았다. 그 다음 검사 사진이 제시되면, 참가자는 검사 사진의 표정이 비디오에서 마지막으로 봤던 표정보다 더 강렬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과제를 수행하였다. 검사 사진의 표정은 실제 정서강도에서 각각 5가지 수준(-30, -15, 0, +15, +30 %)의 차이를 갖는 강도를 가지고 있었다.

얼굴 위 표정, 얼굴 아래 표정

실험 결과, 얼굴 하단으로 표현되는 고통 표정은 부적 기억 편향을 촉진시켰다. 반대로 얼굴 상단으로 표현되는 고통 표정은 정적 기억 편향을 촉진시켰다. , 어떤 얼굴 움직임 조합으로 구성된 표정이었는지에 따라 편향의 방향성(정적, 부적)이 결정된 것이다. 추가로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러한 편향의 크기는 표정의 정서강도(50~90%)에 따라서 조절되었다. 요약하면, 편향의 방향성은 표정에서 얼굴의 영역이 결정하며, 편향의 크기는 정서 강도에 따라 조절되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실제로 우리가 접하는 표정의 성질을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움직이는 물체가 사라졌을 때, 물체가 실제보다 더 진행된 장면에서 사라졌다고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이 움직이는 표정을 보았을 때에도 적용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보는 타인의 표정은 일반적으로 중립표정에서 시작하여 점차 증가했다가 최대치에 도달하고, 다시 감소하는 성질을 지녔다. 이러한 맥락에서, 얼굴이 사라졌을 때의 표정의 강도가 낮다면 앞으로 표정이 더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고, 그 결과 더 강렬해진 표정을 봤다고 기억하는 정적 기억 편향이 발생하게 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그 반대로 충분히 높은 강도를 가진 표정의 상태에서 얼굴이 사라진다면 표정의 강도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여, 표정의 강도를 더 낮추는 방향으로 기억이 왜곡되면서 부적 기억 편향이 발생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표정 변화를 수반한 얼굴 영역에 따라 다르게 편향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우리가 얼굴 상단보다 하단의 움직임으로 표현된 고통의 강도를 일반적으로 더 강렬하게 지각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실제 연구자들은 실험적인 방법을 통해서 얼굴의 상단 움직임을 통해 만들어낸 고통의 표정보다 하단 움직임을 통해 만들어낸 고통의 표정이 훨씬 더 강렬한 것으로 나타남을 보여주었다.

그럼 처음의 예에서 나왔던 기억 속 엄마의 얼굴은 어느 쪽으로 편향된 얼굴이었을까? 어느 쪽이었던지 간에, 일단 빌고 보자. 기억 속 엄마의 얼굴이 실제 과거의 그 표정은 아니더라도, 당신이 경험적으로 알아차린 미래의 표정일 가능성이 크니[감수: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mind

   <참고문헌>

  • Prigent, E., Amorim, M. A., & de Oliveira, A. M. (2018). Representational momentum in dynamic facial expressions is modulated by the level of expressed pain: Amplitude and direction effects. Attention, Perception, & Psychophysics, 80(1), 82-93.
이수진 한림대 심리학과 박사과정
한림대 대학원 심리학과 박사 과정 재학중. 매력, 시청각연합과제, 시지각학습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덕질의 연구화를 모토로 삼고 있는 한림대 지각심리연구실 구석에서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와 이야기를 지각심리학 영역으로 끌고 들어올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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